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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단계 프로그램 설치 쩔쩔, 소리는 먹통…재택수업 진땀

중앙일보 2020.04.03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2일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원격 수업 모습. 연합뉴스

2일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농업 교사가 교육부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원격 수업 모습. 연합뉴스

오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마련한 온라인 수업 참관회에 직접 참가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담당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리로, 서울·세종 등에서 40여명의 기자가 동시에 수업에 참여했다.
 

쌍방향 시범수업 참여해보니
소리 안 나와 5분 시도 끝에 해결
교사 목소리 뚝뚝 끊기고 잡음
출석체크 등 준비에만 15분 걸려

2일 오전 10시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을 열었다. 경북 안동의 한 특성화고 교실에서 김모 교사가 원격 온라인 수업을 막 시작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김 교사의 입 모양이 계속 달라지고 있었지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어폰이 연결돼 있고 노트북의 소리 설정도 확인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5분 정도 헤매다가 줌 프로그램 왼쪽 하단에 있는 ‘오디오 참가’ 버튼을 찾았다. ‘컴퓨터 오디오로 참가’ 버튼을 누르자 그제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처럼 출석체크를 했는데 총 10여분이 걸렸다. 전체 화면에 이날 수업에 참여한 기자들과 교육부 직원 등 총 48명이 각각 캐릭터로 변환한 모습이 나타났고 김 교사가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대답을 안 하면 초록색으로 된 ‘출석’ 표시가 빨간색(결석)으로 바뀌었다. 김 교사는 “평소에는 학생이 20명 정도라 1~2분 내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수업 참여자들이 캐릭터로 변환된 온라인 출석체크 장면. 교사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하면 결석(빨간색) 표시가 된다. 전민희 기자

수업 참여자들이 캐릭터로 변환된 온라인 출석체크 장면. 교사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하면 결석(빨간색) 표시가 된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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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쌍방향 온라인수업 진행을 위한 프로그램 설치부터 만만치 않았다. 교육부는 사전에 프로그램 설치 방법을 안내했는데 휴대폰 9단계, 컴퓨터는 15단계를 거쳐야 했다. 주소창에 사이트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인터넷 창에 또 다른 주소를 복사해 넣어야 했다.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 부모에겐 쉽지 않아 보였다.
 
수업 중엔 연결이 불안정한 탓인지 교사의 목소리가 뚝뚝 끊기는 일이 잦았다. 프로그램 문제인지, 인터넷 오류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특히 김 교사가 참가자들의 답변을 듣기 위해 전원의 ‘음소거’를 해제하자 다른 참가자의 통화·대화 소리 때문에 교사의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김 교사는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곧바로 자신을 제외한 참가자들의 마이크 기능을 끄는 ‘전체 음소거’를 실행했다.
 
본격적인 수업은 15분 정도 후부터 진행됐다. 김 교사는 “5월에 참깨, 들깨를 심을 건데 그 전에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며 비료의 3요소 등을 설명했다. 수업 화면 왼쪽에는 교과서 내용이 보였고, 오른쪽은 참고자료를 올리거나 교사가 칠판처럼 판서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줌 외에도 ‘원노트’(마이크로소프트 메모 프로그램)와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용됐다. 김 교사는 “수업 중간에 필기한 내용을 사진 찍어서 올리라고 하거나, 수업 후 과제를 내줘 수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 확인해 수업 내용에 대한 피드백도 가능하다”며 “또 수업이 끝난 후 영상 전체를 다운받을 수 있어 복습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질문과 답변 형식의 쌍방향이었지만 실제 일선 학교의 원격수업은 토론 수업을 제외하고는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일방향 콘텐트 제공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선 교사들은 전망했다. 쌍방향 수업을 하려 해도 교사 목소리가 안 들리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면서다. 고3 아들을 둔 이모(48·서울 양천구)는 “학교에서 교사가 눈앞에 있어도 자거나 딴짓하는 애들이 많은데,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얼마나 집중해 들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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