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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전 국방장관 "안보상황, 천안함 폭침 때보다 나쁘다"

중앙일보 2020.04.02 05: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참수리 357정 실물 모형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30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참수리 357정 실물 모형 앞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북한이 지난주 천안함 피격 10주기와 서해수호의 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초대형 방사포를 또 쐈다. 북한군은 겨울 동안 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한동안 중단했던 동계군사훈련을 재개했다. 3월에만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일주일이 멀다 하고 세차례나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행사에서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지를 묻는 윤청자 여사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천안함 피격 주범이 북한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보도를 접한 많은 국민은 분통이 터졌다. 윤 여사는 천암함 피격 때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이다. 천안함 사건 때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난달 30일 만났다.

북, 마지막 수단으로 군사도발 시도
핵 공격 대비해 방호대책 마련해야
북핵 상쇄할 한ㆍ미 작전체제 필요

 
Q 천안함 피격 때와 지금 안보 상황 차이는.
“10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의 안보 상황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악화했다. 중국에 굴종적인 현 정권이 미국과의 협조에는 매우 미온적이다. 외교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과 국내에서의 실제 조치는 전혀 다른 이율배반적 행태를 반복해 한ㆍ미 동맹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핵ㆍ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무모한 북한 정권과 초강대국들의 위협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보현실을 제대로 인식해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는 국내 정치의 순간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있었던 2010년 3월 국회 국방위 회의도중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이 초계함 침몰사고 직후 초동대처상황에 대해 그라픽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피격 사건이 있었던 2010년 3월 국회 국방위 회의도중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이 초계함 침몰사고 직후 초동대처상황에 대해 그라픽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Q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중국은 중국몽과 강군몽을 내세우며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 항공모함과 미사일 등 군사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 주변에 인공섬을 조성하면서 내해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국익 위주의 정책으로 기존의 국제관계를 전면적으로 흔들어 놨다. 미ㆍ중 무역분쟁은 체제ㆍ군사력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보통국가를 목표로 평화헌법의 틀을 조금씩 바꾸면서 군사력을 점진적으로 키우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핵ㆍ미사일을 완성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판문점 회동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핵 개발에 대한 국제적 압박에도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연거푸 발사하고 있다.”
 
Q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미사일을 쏘는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ㆍ북 국경을 폐쇄했다. 그 때문에 북한 장마당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 북한이 그런 상황에서도 미사일 발사하는 이유는 군사능력 과시로 주민과 군부의 관심을 돌려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행보에 영향을 줘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시도에 휘말릴 가능성은 작다. 문제는 북한이 마지막 수단으로 한국의 일부 지역에 군사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Q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인데 방어할 수 있나.
“한국군은 북한 핵ㆍ미사일에 대비해 재래식 전력으로 구성된 3축체제를 구축 중이지만, 크게 미흡하다. 북한 도발 때 응징보복(KMPR), 정찰-감시-탐지-선제공격으로 이어지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등이다. 앞으로 몇 년 뒤라야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할 것 같다. 독일에서 구입한 패트리엇 미사일(Pac-2)의 능력 개선도 진행 중이지만, 전체적으로 수준 이하다. 그래서 미국이 동맹차원에서 우리에게 제공키로 한 확장억제정책을 활용하고,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신형 패트리엇(Pac-3)이 제대로 가동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한ㆍ미 동맹체제 강화가 우선이다. 우리 자체로도 북한이 핵 공격 시 대피ㆍ방호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핵 방호대책을 미ㆍ일은 시행한 적 있지만, 한국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0년 7월 한국을 방문중인 미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국 외교 및 국방장관의 안내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유명환 외교부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게이츠 미국방장관, 김태영 국방장관) [ 사진공동취재단 ]

2010년 7월 한국을 방문중인 미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한국 외교 및 국방장관의 안내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유명환 외교부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게이츠 미국방장관, 김태영 국방장관) [ 사진공동취재단 ]

 
Q 현재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는.
“한국이 처한 안보 현실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책, 자주 국방력 증강, 한ㆍ미동맹과 국제협력 강화 등이 필요한데 모두 부실하다. 북한 핵ㆍ미사일은 막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북핵을 상쇄시키려면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북핵 대응 작전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주 국방력도 무너지고 있다. 국방개혁이란 이름 하에 군 규모와 복무기간 축소를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남북 9.19 군사합의는 검증체제가 없고 군비통제 기본틀도 무시됐다. 따라서 자주국방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한ㆍ 미동맹도 외교적 수사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상호신뢰가 약화됐다. 이런 허술한 대비태세 때문에 과거 비극(한국전쟁)이 재현될까 걱정이다.”
 
Q 파행하던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리한 분담금 증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해결을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분담금 액수의 조정만이 아니다. 그동안 한ㆍ미 간에 적체된 문제에 대한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다. 가령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철회, 미국의 인도ㆍ태평양전략에 적극 참여, 한·일 지소미아(군사비밀보호협정) 복원 등 양국 갈등 해소다. 이를 통해 한ㆍ미 공동의 인식과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편중 시각은 조정돼야 한다.”
 
Q 성주 사드 기지가 아직도 정상화하지 않았다.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사드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과 우리 국민을 보호한다. 따라서 기지로 들어가는 도로부터 정상 운영해야 한다. 필요하면 도로를 차단하고 있는 시위대를 엄중히 처벌할 필요도 있다. 사드는 우리 안보에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이를 간섭하고 우리를 압박하는 중국의 무도한 행위에는 당당하게 항의하는 게 맞다. 외교부 장관이 중국에 약속한 ‘3불’(미 미사일방어체계 불가입ㆍ사드 추가 배치 불가ㆍ한미일 안보협력의 군사동맹으로 발전 반대)도 폐기해야 한다.”
 
Q 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정치적 변화에 따라 군의 존립 가치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대신 군 스스로 철저한 훈련으로 강한 군대를 양성해야 하고, 평시 군 기강 확립으로 항상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군대는 국민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방어막이다.”
 
인터뷰=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사진=김성룡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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