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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성실" 두 얼굴의 공익요원, 조주빈 범행 도왔다

중앙일보 2020.04.01 15:00

 "저는 더는 살 의미가 없습니다. 엄벌을 받겠습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내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의 범행을 도왔던 경기도 수원시의 한 구청 전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는 검찰의 마지막 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현재 강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 [뉴스1]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는 시위 모습. [뉴스1]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의 개인정보를 빼내 17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주빈에게 타인의 개인 정보를 빼내 전달하고 A씨의 딸을 살해해 달라며 4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강씨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강씨의 반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성문 쓰고, 정신병 주장" 감형받더니 또 범행 

강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에도 A씨를 협박해 소년 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또 2015년 11월부터 A씨에게 16차례에 걸쳐 살해 협박 문자 메시지를 보내 2018년 3월엔 상습협박 등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강씨가 A씨의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사회복무요원'이라 가능했다. 강씨는 2017년 수원시의 한 병원 원무과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는데 여기서 무단으로 A씨의 이름 등을 검색해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협박과 괴롭힘은 A씨 가족에게도 미쳤다. 
견디다 못한 A씨의 고소로 강씨는 결국 법정에 섰다. 하지만 법원에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 "아스퍼거 증후군(만성 신경정신질환으로 언어발달 지연과 사회적응의 발달이 지연되는 것이 특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성실하게 치료를 받겠다"고 해 징역 1년 2개월만 선고받았다. 하지만 강씨는 수감 중에도 A씨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강씨가 출소하기 전인 지난해 3월 이름을 바꾸고 이사를 하고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다. 하지만 5개월 뒤 강씨의 스토킹은 다시 시작됐다.  
강씨가 지난해 6월부터 수원시의 한 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A씨의 개인 정보를 빼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강씨가 공무원의 ID를 빌려 보육교사 경력증명서 발급 보조 업무를 보조하면서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비우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유출한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도 건넸다. 또 A씨의 딸을 살해해 달라며 조주빈에게 4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검찰은 조주빈과 강씨가 실제로 살인을 모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똑똑하고 조용했다" 

[조주빈의 공범인 수원시 한 구청 사회복무요원의 SNS 화면 캡처]

[조주빈의 공범인 수원시 한 구청 사회복무요원의 SNS 화면 캡처]

강씨의 변호사와 수원시 등에 따르면 강씨는 조용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성격이라고 했다. 강씨는 해당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A씨를 상대로 범행하던 기간이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따르면 복무기관의 장은 복무 인원이 5명 이상인 경우에 사회복무요원 대표자를 임명하고, 복무인원이 5명 이상인 근무지에 대해서도 대표자를 추가 임명할 수 있다. 대표자는 사회복무요원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고 근무 태만자 선도, 복무기관 장의 지시 전파 등 임무를 수행한다. 임기는 6개월이다. 
강씨는 복무 당시 구청 내 사회복무요원이 3명인데도 대표자를 자진했고, 이후 대표로 활동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강씨가 굉장히 성실하고 똑똑했다고 한다. 그래서 체포됐을 당시에도 구청직원들이 많이 놀랐는데 범행 이유를 알고서는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원 진학도 준비했다. 그가 지난해 9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글에는 대학원 이전·입시를 위한 준비한 흔적이 있다.
그는 2016년 7월엔 한 과학잡지의 기사가 번역을 잘못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씨를 괴롭히면서도 본인이 할 일은 다 한 거다.
 
강씨의 변호인은 "A씨에 대한 강씨의 집착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강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당시에도 강씨의 변호를 맡았다고 한다.
강씨의 변호인은 "강씨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약을 먹으면 괜찮았다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다시 A씨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며 "강씨의 부모도 현재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상황이다. A씨를 상대로 합의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죗값을 그대로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는 벌써 법원에 2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n번방 중 박사방 어떻게 운영됐나[중앙포토]

n번방 중 박사방 어떻게 운영됐나[중앙포토]

 
강씨의 변호인은 조주빈과 강씨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용돈 벌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강씨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돈이 아쉬워 타인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조주빈의 요구에 정보를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박사방 일에 개입하고 A씨 자녀 살해 모의도 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강씨의 변호인은 "강씨가 조주빈이 만든 '박사방'에서 실제로 활동을 했는지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나는 A씨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만 변호를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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