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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중국 경제와 미·중 전략적 경쟁에 미칠 영향’ 발언 전문

중앙일보 2020.04.01 00:30
지난 1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필 호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집행위원(왼쪽),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장관(가운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이 중국을 겨냥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산업보조금 강화 규정을 담은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일본경제산업성 홈페이지]

지난 1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필 호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집행위원(왼쪽),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장관(가운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이 중국을 겨냥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산업보조금 강화 규정을 담은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일본경제산업성 홈페이지]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제문

◇WTO의 쇠퇴=지난 1월 14일 미국·유럽연합(EU)·일본이 중국의 산업보조금 철폐를 겨냥한 공동성명(이하 성명)을 채택했다. 이로써 미·중 경제전쟁이 양자 대결에서 미국·EU·일본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의 중국 견제로 바뀌었다. 경제 전쟁의 이슈 또한 중국의 국가 주도적 경제체제라는 근본 문제에 집중됐다.
성명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안 형태로 제기됐다. 산업보조금에 대한 WTO 규정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대규모 보조, 좀비기업 보조, 공급과잉 유발 등으로 다른 나라의 피해가 없음을 보조금 공여국이 입증하도록 했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차단하고 이들이 다른 나라의 민간기업과 더 대등한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국제 규범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자유무역의 약화 혹은 보호주의의 강화를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논의 진전과 규범화를 막을 것이다.

[한중비전포럼] 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2>

이 과정에서 WTO 산업보조금 규정, 또는 WTO 전체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선진국 그룹 전체로부터 산업보조금 이슈를 둘러싼 항시적인 대규모 무역분쟁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이 선진국 그룹 전체 대 중국의 상시적 무역분쟁이 되는 셈이다. 단 이는 장기적 전망이다. 당분간 길고 지루한 G7·중국·WTO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다.
결국 미·중 경제전쟁의 첫 번째 결과는 미·중 사이의 승패가 아니라 자유무역 질서의 약화, 즉  자유무역의 패배이다. 가령 미·EU·일 등은 WTO 상소기구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강화된 규범에 합의하지 않으면 WTO 무력상태가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또는 합의할 수 있는 나라들끼리 따로 모이자고 한다. 중국은 WTO 개혁을 양보하거나 중국 제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 WTO를 유지하자는 말만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WTO를 인질로 삼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쟁점에 찬반을 표시하기보다 미국 중심의 보조금 규제 강화 방향을 살피면서 국내 산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산업보조금 리스크에 대비가 필요하다.
◇중국 경제 전망=올해 중국의 경기상황, 회복 전망은 비관적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감염확산 및 경제위기 양상에 따라 1분기뿐 아니라 중국의 연간성장률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2020년은 성장률 둔화가 중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이다. 중국이 V자 회복이나 성장률 방어를 목표로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경기부양보다 피해 경제주체의 치유를 통한 사회안정에 자원을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중국에 한정되었던 시기는 다르다. 중국에만 한정되었다면 4% 성장도 가능했다. 각국의 감염 및 경제적 충격의 양상이 처음에는 중국, 한국 등이 각각 독립된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시차를 두고 각국의 봉우리가 연결되어 산맥이 되는 양상이다. 한 나라만 먼저 회복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중국만 예외이긴 어렵다.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마이너스 전망은 결국 –5가 될 것을 경기부양으로 –1로 만든다는 뜻도 있다. 특정 성장률 가령 4%를 목표로 한 부양은 달성이 불투명하고 비용이 크다. 성장률보다 사회안정에 초점 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고용문제 특히 농민공보다 대학생 취업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올해는 분위기상 고통 분담을 내세울 수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3월 13일 23개 부처 공동으로 ‘소비촉진과 내수확대 실시의견’을 발표했다. 소비재 품질향상, 여행상품 개발, 도·농 소비 연계, 지능형 소비, 소득기반 지속확충, 소비재 시장 감독 강화 등을 담았다. 당장의 소비 진작보다 장기적 소비시장 체질 강화 방향을 담았다.
부양책 문제는 하반기 이후의 대응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대적 경기부양이 구조조정, 투명성 제고, 국유기업 개혁 등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실제 시진핑 정부 시기 들어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후진타오 당시의 경제정책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에도 만약 성장률에 집착하면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다. 만일 성장둔화(제로성장까지)를 감수하고 사회안정에 주력하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기조를 지속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항구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진에게 우산을 쓴 채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 호의 뉴욕 출항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항구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진에게 우산을 쓴 채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 호의 뉴욕 출항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

 
한중비전포럼

한중비전포럼

아래는 ‘한중 비전 포럼’ 2차 온라인 토론회 발언 전문.

 
▶이동익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민간투자국장=“현재 베이징은 자신감을 보이고, 일반 비즈니스도 정상화 기미를 보인다. 4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참석자를 통해 이번 사태를 통제한 데에 대한 ‘자축’을 대외에 보이려 한다.  
그러나 경제지표는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연중 3% 내외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에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기적인 스프링 효과에 의해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공장 가동률도 높이겠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급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고용안정이다.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어려움은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로 직면한 이슈로 인해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대대적인 사회 방역·의료·보건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시중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국제지역학 교수=“코로나 사태가 중국 경제에 첫 두 달 동안 심각한 영향을 주었고, 3월 이후 회복이 시작됐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회복은 완만할 것이다. 전체로  연 3~4% 성장이 예상된다.
전년 대비 2%포인트 이상의 성장률 하락은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의 도산과 실업의 증가, 기업의 채무불이행(default) 증가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과 일부 중소형 은행의 부실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정부 정책은 적극적 경기 부양이겠지만, 통화정책 측면에서 부채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어서 무작정 완화는 어렵다. 재정 정책은 확장하되 보다 효율적 지출을 할 것이다.”
▶이동익=“AIIB의 최근 동향을 보면, 상징적으로 방역 및 보건에 관해 중국에 최초의 차관을 집행했다. 현재 아시아 개발도상국 정부와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긴급 공중 건강 차관을 진행 중이다.”
▶김시중=“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투자로 경기 부양한 경우의 부작용을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공중보건이나 교육 및 사회복지 쪽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용이다. 과연 중소형 기업의 회복이 어느 정도 빠르게 진행될지에 달려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먼저 현지 동향이다. 방역과 경제를 함께 챙기고 있다. 방역의 경우 업종과 지역별로 강화와 완화를 병행하는 추세이다. 중국 측 발표를 보면 최근 감염사례는 중국 자체 전염보다 해외유입이 많다. 입국 금지 조치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다.
소비 진작책은 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지역별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기업의 조업 재개율, 가동률에 신경을 써왔지만, 소비와 맞물려야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4월부터 경기 진작책이 본격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과거 금융과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4조 위안(689조원) 등 대규모 자금투입, 전국적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방식이 완전히 변했다.
지금은 5G, AI(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 투자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들 분야는 한국기업에도 중국과의 새로운 링크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기회이다. 중국 시장은 크기가 아니라 변화를 보는 게 중요하다.
지난 몇 차례의 대형 위기국면에서 중국은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구조-소비 트렌드-기업 성장 등이 완전히 달라졌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그렇게 성장했다. “위기를 먹고 크는 중국, 그 변화의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거시 경제는 V자 반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다만 V자 반등을 하더라도 V자로 패인 홈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수출은 세계시장 환경이 어렵고, 투자도 정책운용 공간이 넓지 않으며, 소비는 다소 회복이 느릴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보면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 경제는 역내, 세계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이번에도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어려운 시기다. 중국 경제가 나 홀로 회복세를 보일 수 있고, 그러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몰려올 수 있다.
코트라도 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 올렸다.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 기업과 중국 바이어를 연결하는 화상 상담회를 매주 수십 회 개최했다. 온라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장의 변화에 주목한다. 신산업, 신상품 분야에 집중해 한국 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 경제성장은 정치적 요인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양적 완화를 통해 일정한 궤도로 진입해야 올해도 전면적 ‘소강(小康·중산층)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내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시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우한(武漢) 봉쇄를 해제하고 사실상 국가격리로 나아간 것도 경제 회복 모멘텀을 살리려는 노림수다. 중국경제의 계절적 추세나 특징에 비춰보자. 전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45%)라면 하반기(55%)에 집중된다. 이 중에  1분기는 통상 약 20% 정도다. 결국 2분기에 집중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매우 정치적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볼 때 수요가 공급보다, 서비스가 공업보다 영향이 크다. 생산 능력은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인터넷 소비와 스마트 경제의 성장 잠재력 등의 요인도 있다.”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浙江)성 닝보-저우산(寧波舟山) 항구의 촨산(穿山) 부두를 방문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물류 재개 상황을 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통신]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浙江)성 닝보-저우산(寧波舟山) 항구의 촨산(穿山) 부두를 방문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물류 재개 상황을 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통신]

▶김시중=“이른바 V자 회복이 가능할지 여부인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정승=“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과연 경제의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며 이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왕윤종 경희대 객원교수=“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전망을 놓고 누리엘 루비니와 같이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고, 벤 버냉키 전임 연준 의장과 같이 3분기 이후 의외로 빠른 회복도 가능하다고 하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개인적으로 루비니는 너무 나갔다. 중국 역시 세계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중국만 따로 전망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써는대부분의 전망기관이 중국의 경우 1분기는 마이너스 5~6% 전후로 전망한다. 바클레이즈는 -15%, 골드만삭스 -9% 등 외국계 기관이 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은 낙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3~4% 정도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비관적으로 보면 중국 혼자 나 홀로 성장은 불가능하다.
우선 이번 사태로 공장 가동률의 급격한 하락, 부품과 소재 등의 원활한 공급을 어렵게 하는 글로벌 물류체제의 붕괴 및 물류비용의 급등이 발생했다. 실물 경제의 공급측 충격에서 시작해 실업률 급증, 투자 마인드의 실종 등 수요측 충격으로 퍼지고 있다.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한 수요확장정책이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여력이 없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이고 정부 부채가 많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그나마 전격적으로 제로금리 및 무제한 양적 완화, 2조 달러의 재정 패키지, 주요국과 달러 스와프 등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글로벌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중국도 상응하는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서 보여주길 바란다. 중국 정부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지금은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 정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지만 4월 18일 전후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는 양회까지 추가적인 경기 대응 정책을 기다리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확실하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상반기는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할 것이다. 다만 낙관적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하반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만 반등을 위해서는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하지 않아야 한다. 요식업과 여행업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명백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력 산업이 버텨내야 한다는 점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 불능으로 기업들이 줄도산한다면 하반기 반등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수요진작 차원에서 지역 상품권 지급 등 구호 지원도필요하지만, 산업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특단의 조치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신정승=“코로나 사태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패턴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 글로벌화에 따른 경제성 위주의 국제분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향후 중국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우선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미·중 간 무역·금융·과학기술 등 마찰로 중국은 수출뿐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수입에서도 큰 손해를 보았다. 중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영역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선 협력 국가들을 찾고 있다. 유럽과 한국 그리고 일본으로 관망하는 기업인이 많다. 즉, 중국이 언젠가는 그런 기술을 극복할 수 있지만,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협력할 국가나 기업을 다변화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대립이 꾸준히 진행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협약 이행은 시간을 끌면서 중국은 자신에 유리한 우군(국가, 기업)을 끌어들이려 한다.
중국의 대미 정책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협상 진행과 이행 지연의 전략을 쓸 것이다. 국내 정치는 흔들리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을 대체할 기술이나 경제협력 대상은 확대를 노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앙집권적인 전제주의 행정시스템으로 강제적인 방역에 성공했다. 중국은 ‘양회’ 기간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역 모델과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가상현실 등 IT와 관련한 경제를 발전시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중국은 관련 상품의 생산능력과 의료기술, 방역 행정시스템을 터득했다. 팬데믹으로 중국의 공공외교 기회가 열릴 것이며, 이를 국내에 홍보하면서 기층 경제를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노재만=“기업 측면에서 코로나는 지금까지 품질·원가·공급·안전 관리에 덧붙여 방역·위생에 투자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비대면 업무 형태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 재택근무, 직원 간 시차 근무, 온라인 구매·영업·마케팅·기술 협력 등 ‘언택트(비대면) 경제’의 폭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위상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중국은 임금 상승으로 동남아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다. 글로벌 공급기지로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단 중국 내 내수 공급은 생산 지역 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김진호=“중국의 국내 경기 상황은 좋지 않다. 제조업,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 농촌의 스마트 도시 건설에 더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
기층 노동자 수입도 문제다. 특히, 공업 도시의 농민공 일자리가 중요하다. 시진핑 지지 기반인 기층에 돈이 들어가야 한다. 상하이·선전·둥관·톈진 등에서 농민공의 기본 수입을 보장하고 사회안전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양회에 나올 수 있다.”
▶왕윤종=“기본소득제도를 중국이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김진호=“중국인은 현재 중국의 방역에 불만은 많지만, 외국과 비해 자국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입과 정상적인 소비생활이다.
정부가 기본 수입 보장을 위한 사업을 확대하거나 소비용 쿠폰 등을 발급해 노동자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기본소득제도는 어렵다.”
▶왕윤종=“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기본소득제도를 추진할 것인지는 정책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신정승=“미국 등은 중국에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서도 협약 참여를 요구해 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산업보조금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다. 지금도 일본은 현대중공업의 대우해양조선 인수합병에 대해 WTO 보조금 규정 위반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보조금 금지’ 협약에 참여할까.”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먼저 중국 경제가 V자 회복을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국내 및 해외 수요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야 한다. 둘째, 의학자가 말하는 2차 폭발(outbreak) 전에 중국경제가 거의 예전의 정상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둘 다절대 쉽지 않은 조건이다.
WTO에서 1·14 보조금 공동성명이 실질적으로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은 물론 인도도 거부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2단계 협상에서 압박용 수단으로 보조금 공동성명을 활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 보조금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관세전쟁 2라운드의 시작이다. 이때 중국의 마땅한 대응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한·일 조선산업 관련 보조금 시비는 WTO에서 논의된다 해도 당분간 영구미제로 남기 쉽다. 지금은 WTO 분쟁기구가 작동하지 않는다. 패널보고서가 나와도 상소 기구가구성이 안 된다.”
▶신정승=“미국 등이 보조금 개정 협정에 참여하라고 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병일=“그런 협정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답변이다. 그런데도 일부 국가 사이에서 협정 형태로 추진된다면 한국 정부는 상당한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은 원론적으로 가입하면서 독소조항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정부는 마지막까지 바깥에 있을 듯하다.
WTO 보조금 협정이 ‘제2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되려면 한국이 미국 입장에 동조하고, 중국을 겨냥한 반(反)보조금 동맹이 결성돼야 한다. 또, 중국이 그런 한국에 대해 보복을 하는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반보조금 동맹 결성이 어렵기 때문에 ‘제2의 사드’ 가능성은 일단 적다.
하지만, 한국에는 반보조금 동맹이 경제적으로 중국과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된다. 중국의 중화학 제조업과 전면적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대응조치도 발동할 수 있다. 한국은 단 한 번도 중국을 상대로 보조금을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반보조금 동맹이 생긴다면 한국에 큰 방패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유럽을 돈·시장·기술로 분할통치(Divide and rule)했기에 단일대오 형성이 어렵다. 코로나 사태에서 유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은 천하 삼분지계를 쓰고 있다. 1·14 삼자협정은 트럼프의 명분 쌓기다. 문제는 게임체인저가 된 코로나바이러스다. 코로나 극복에 걸릴 시간이 관건이다.”
▶신정승=“트럼프는 전부터 양자 관계를 강조하면서 고립주의 성향을 보여 왔다. 중국을 압박하면서 소위 중국과의 디커플링 정책들을 부분적으로 채택해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의약제품의 높은 중국 의존도에 미국 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희옥=“현재 미·중 양국은 무역→기술→통화→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전염병이라는 돌발변수가 여기에 착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공화당·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해 똑같은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도 민주당식의 고립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도 미국의 이러한 전략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양국은 상호불신에 기초해 당분간 항상적 갈등을 내재하면서 현재의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이 심해지고,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지역화하거나 자국화하려는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두 가지다. 중국이 통으로 베끼기 어려운 복잡하고 긴 프로세스를 지닌 산업경쟁력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대신 중국과 보완성을 잃고 경쟁이 강화된 부분은 틈새시장을 찾기보다는 무역과 투자 다변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런 점에서 개방의 폭을 높이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중국의 가치사슬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신정승=“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보조금 관련 규정 개정 움직임과 더불어 최근 미 해군 함정들이 남중국해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합동 기동훈련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미국·유럽으로 번지고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26일 주요 20개국(G20) 화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코로나19의 발원을 놓고 미·중 간에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트럼프와 시진핑 간에 전화 통화를 갖고 코로나 사태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중국은 국내 코로나 통제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에 코로나 방역의 경험과 물자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편 미국의 한 전문가도 미국 지도자들이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지 말고, 미국-아시아 바이러스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국제적인 코로나 방역에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중국과 관세를 낮추고 방역 대화를 하면서 향후 감염병 발생에 따른 조기경보와 조기 대처에 관한 기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2001년 9·11 때의 ‘데탕트(긴장 완화)’처럼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앞으로 미·중간의 전략적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은?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중간 리더십 경쟁에서 어느 쪽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까?”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사실 아무것도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기 어려운 때이다.
미·중 양국 중 어느 쪽의 ‘회복 탄성’이 더 큰지가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국가 주도와 시장 주도 체제의 비교우위가 일정 부분 가려지는 관문일 수도 있다. 아마도 몇 해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는 ‘민주주의’와 함께 향후 미·중간 규범의 경쟁에 있어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듯하다. 서로 다른 이름짓기(naming)와 프레이밍(framing)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보건·경제 위기의 ‘승자’가 누가되는지에 따라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이다.
양국 갈등의 전술적 완화는 한계는 있더라도 일부 가능하겠지만, 전략적 완화는 어렵다. 특히, 미국 대선, 한국전쟁 70주년, 소강사회목표년, 미·중 일단계 합의 등의 주요 사항들을 감안할 때, 갈등의 폭은 작아질지언정 갈등 악화의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며칠 전 G20 회의가있은 후 시진핑-트럼프 통화가 있기 직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소위 대만법안(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 Enhancement Initiative: S.1678)을 통과시켰다. 대만의 외교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국무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매년 의회에 보고토록 한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의 재선 이후 대만 이슈가 무역이슈와 함께 주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 이외에 대만해협 역시 다시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2020년의 미·중 관계에 대해 국제사회는 ‘동주공제(同舟共濟·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감)’나 ‘지동도합(志同道合·뜻이 같으면 길도 합쳐진다)’을 원하겠지만, 실제로 양국은 2001년이나 2008년과는 달리 ‘각행기시(各行其是·각각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길로 나뉘다)’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힘든 역내 국가들에게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신정승=“미국은 한국·대만 등을 끌어들여 중국식 전체주의에 대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우려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 자유토론을 진행하겠다.”
▶김시중=“호구제와 농촌 토지제도에 기반을 둔도농 이원구조와 도시와 농촌 사이에 존재하는 농민공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제는 불가능한 정책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 기본 정책 방향이다. 이 맥락에서 앞에서 제기된 비관적 견해인 올해 전체 마이너스 성장 전망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그 경우 고용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가 상당한 경기부양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왕윤종=“루비니의 비관적 시나리오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대공황’ 가능성은 너무 나갔다.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의 중간 정도가 될 것이다. 플러스(+)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동익=“이번 사태가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시스템 내의 펀더멘탈에서 온 이슈가 아니라 외적 요인이 펀더멘탈에 끼친 충격을 예상하는 경우라 전례를 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은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상황이 안정되면 V자 회복은 아닐지라도 점진적인 회복은 된다고 본다.
또 한가지, 정서적(sentimental) 면에서 사태가 진정된 후 이번 사태 중간에 불거졌던 책임 소관 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이 경우 경제는 제외하고서도 정치·외교적인 면에서 중국과 서방 세계와의 관계가 더욱 험악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면이 오히려 중국의 대외적인 위상과 장기적인 회복, 경제 발전에 큰 장애가 되리라 예상된다.”
▶신정승=“대외 관계 면에서는 미국이 리더의 역할을못 해주고 있는 반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미소 공세를펴고 있어서 오히려 중국의 대외이미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많아졌다.”
▶이희옥=“아주 최근 국가통계국 지표로 산출해 보면, 올해 1~2월 소비허락이 약 1조5000억 위안,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5.7% 수준이다. 극복 가능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농업생산은 안정적으로 늘었으며, 위생보건지출은 늘었고, 회복 탄력성 추세는 통제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양회에서 목표를 4%의 적극적인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도 들린다.”
▶왕윤종=“중국도 미국처럼 경기부양책을 빨리 제시해야 하는 것이 좋다.”
▶김시중=“향후 팬데믹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핵심 변수다. 일단 상반기 내에 큰 흐름이 잡혀야 한다.”
▶정재호=“이번 사태로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투명성 제고, 경쟁구조의 확립, 국유기업(SOE) 개혁 등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까? 그렇다면 코로나의 중장기적 함의는?”
▶최병일=“중국 공산당은 지금 딜레마에 있다. 성장 목표율 제시는 달성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발표를 안 하자니 체면이 서지 않는다.
만약 이번 사태가 하반기로도 연결된다면 사회안전망을 다지는 것이 성급한 성장률 제시보단 나을듯하다. 중국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왕윤종=“구조조정·투명성·국유기업 개혁 등 과제는 현재 상황으로 보면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일단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홀로 잘 되기를 바라는 것도 중국 욕심이다. 4%가 안 되더라도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진호=“현재 중국 민간에 중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적다. 원인은 미·중 무역마찰로 생각한다. 중국의 제조업 과잉생산 문제도 있다. 소비 부양과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축소 문제도 심각하다. 경쟁력 없는 기업의 폐업이 늘면서 둥관이나 선전에 빈 공장터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표로 보일 수 있는 고용과 소비 지수에 더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행정력을 앞세워 은행의 지원을 받아 기층에 돈이 돌 수 있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상점과 유통 등 많은 사람이 접하는 부분에 실질적 사업을 확대하면서 홍보에 나설 것이다. 또 ‘소강사회’ 원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가난 극복(扶貧)’에 투자를 늘릴 것이다.”
▶이희옥=“옛것은 죽었다. 새것은 태어나지 않았다(The old is dead, the new can’t be born). 오늘의 관전평이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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