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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두 달간 손님 뚝” 엑스코 상권 초토화

중앙일보 2020.04.01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해 12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2019 더 빅페어’ 모습. [사진 엑스코]

지난해 12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2019 더 빅페어’ 모습. [사진 엑스코]

대구의 대표적인 전시컨벤션시설인 북구 엑스코(EXCO) 인근에서 복어 전문점을 가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지윤(35·여)씨는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혔다. 매년 엑스코에서 대형 행사가 열릴 때면 이씨의 식당은 1~2층 전체가 가득 차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점심은 물론 아침 7시부터 식사를 하기 위해 손님들이 몰려든다. 이씨의 식당 뿐 아니라 인근 식당들도 대형 행사가 열릴 때면 손님을 맞기 위해 바짝 긴장한다. 엑스코가 인근 상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행사 비수기’인 1월을 지나고 설날 직후부터는 성수기가 찾아온다. 올해도 일찍 찾아온 설날을 보낸 뒤 슬슬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박람회 등 각종 대형행사 줄취소
식당·카페 휴업에 손님 더 줄어
“분신 시도한 심정 이해될 지경”
특수상권 감안해 활로 지원 요청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을 덮치면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엑스코에서 예정돼 있던 각종 행사들이 줄취소되면서다. 처음 1~2개월간은 각 식당들도 ‘버티기’를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변 식당과 카페들이 하나둘씩 휴업에 들어갔고 이 일대를 찾는 손님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씨는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두 달 정도 식당에 손님이 뚝 끊기다시피 하니까 최근 대구에서 한 남성이 생활고에 못 이겨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는 뉴스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 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5~6월 이후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불안해 했다.
 
실제 엑스코의 올해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연기되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가깝다.
 
3~4월 중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취소 또는 연기된 행사는 11개다. 31일 엑스코에 따르면 대구의 간판 행사인 대구국제섬유박람회와 대구패션페어, 대구국제안경전, 찾아가는 경기관광박람회가 취소됐다. 제23회 대한민국 국제섬유기계전과 더 골프쇼, 대구건축박람회, 제28회 대구 베이비&키즈페어,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국제소방안전박람회,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이 연기됐다.
 
5~6월에 예정된 11개 행사도 불안하다. 아직 취소나 연기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변동 가능성이 있다. 대구국제뷰티엑스포(5월 22~24일)와 대구꽃박람회(5월 28~31일), 대구펫쇼(6월 5~7일) 등은 매년 대규모로 치러져 인기를 모으는 엑스코의 ‘효자’ 행사들이다. 이들 행사까지 취소·연기될 경우 엑스코 뿐 아니라 주변 상권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엑스코는 당초 정부가 지난달 12일 공개한 행사 개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시회를 무조건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대구시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사전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 예정대로 추진하고자 했다. 서장은 엑스코 사장은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되는 시점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시민과 방문객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엑스코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민승욱(35)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엑스코 같은 전시컨벤션시설 인근 상권은 ‘특수상권’이라는 것을 감안해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는 가운데 최대한 행사를 열도록 해 특수상권 활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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