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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LCD 철수…스스로 빛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올인

중앙일보 2020.03.31 18:0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QD디스플레이 패널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QD디스플레이 패널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30여년간 국내 주요 수출 산업 중 하나였던 LCD(액정표시장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LCD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한국의 대표 산업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생산 원가를 앞세워 추격해 온 중국·대만에 3~4년 전부터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 몇 년간 삼성과 LG는 중국 업체와 치열한 치킨게임을 펼쳤고, 마침내 올해 들어서는 LG와 삼성이 속속 백기를 꺼내 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30년 주도한 LCD 철수…중국에 경쟁력 뒤져  

3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르면 4분기(10~12월)에 충남 아산 사업장과 중국 쑤저우(苏州)의 대형 LCD 라인 폐쇄 계획을 내놨다. 1991년 LCD 사업에 나선 지 30년 만의 철수다. 이에 앞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는 지난 1월 "연말까지 국내의 TV용 LCD 라인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LCD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적자에 직면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다. 이로써 LCD 치킨 게임은 중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삼성전자·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가 일본 소니·파나소닉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아 왔듯이 이번엔 한국 기업이 대규모 장치 산업인 LCD의 패권을 중국에 내준 셈이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삼성과 LG의 LCD 출구 전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두 곳 모두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를 특정하고 연구와 투자를 병행해왔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패널에 별도의 백라이트(BLU)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점이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는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과 대만 기업이 쉽게 따라왔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은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디스플레이로 달아나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정한 방향은 각각 다르다. 삼성은 QD-OLED(퀀텀닷 OLED), LG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키를 잡았다. 현재까지는 두 곳 모두 양산 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는 올레드 '올인'     

LG는 전사적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에 올인하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OLED TV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TV용 OLED 출하 목표를 600만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OLED 패널 판매량(330만대)의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월 6만장 생산 규모의 올레드 패널 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올레드 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사태로 본격 가동이 늦춰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을 키우려면 OLED 생산 과정의 수율 안정화와 함께 생산 원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 내년부터 QD OLED 양산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상반기부터 대형 LCD를 대신해 파란색 자발광 소자를 이용한 QD-OLED 패널 양산 계획을 갖고 있다. 2025년까지 장기 계획인 삼성의 QD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1단계 격으로 아산사업장에서 월 3만장 규모로 양산하는 게 목표다. QD-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파란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질 위에 빨간색·녹색 퀀텀닷 물질을 올려 색 재현력을 높이는 구조다. 백라이트가 없어도 TV 역할을 할 수 있지만, LG의 OLED 패널과는 제작 방식이 다소 다르다. LG의 OLED는 자발광 소자 역할을 하는 화이트(W) 기판 위에 빨간색(R)-녹색(G)-파란색(B) 컬러 필터를 붙이는 'W-OLED' 방식이다. 
 
W-OLED와 QD-OLED 차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W-OLED와 QD-OLED 차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LCD를 대체할 기술로 국내에서는 마이크로 LED나 무기물질을 소재로 사용한 디스플레이 연구도 한창이다. 마이크로 LED는 빛을 내는 LED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 해상도에 제약이 없어 100인치가 넘는 초대형 TV를 제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은 2~10㎚ 크기의 무기물질(퀀텀닷)이 빛을 내는 방식의 패널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LG는 쇼윈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투명 OLED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이며, 모바일이나 TV뿐 아니라 차량, 스마트 칠판, 키오스크 등으로 활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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