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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또 만난 유영민·하태경···장관·당대표로 체급 키웠다

중앙일보 2020.03.31 16:36
부산 해운대구를 흔히 ‘부산의 강남’이라고 한다. 마린시티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촌이 형성돼 있어서다. 정치적으로도 닮은 부분이 있다. 그간 해운대구는 민주당계 정당에 서울 강남만큼이나 인색했다. 선거구가 두 개로 나뉜 1996년 15대 총선부터 지난 20대 총선까지 민주당계 후보가 전패한, 보수의 아성(牙城)이었다. 
 
그러다 2018년 해운대을 재보궐선거에서 윤준호 의원이 처음 민주당 당적으로 당선되면서 일부 균열이 생겼다. 이번 선거에선 그 균열이 해운대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없던 일'이 될지 관심이다.
 
제21대 총선 후보 등록 이후 첫 일요일인 29일 부산 해운대갑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유영민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하태경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측 제공]

제21대 총선 후보 등록 이후 첫 일요일인 29일 부산 해운대갑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유영민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하태경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측 제공]

해운대갑에선 유영민 민주당 후보와 하태경 미래통합당 후보가 두 번째 대결을 펼친다. 4년 전 첫 대결에선 하 후보가 51.8%, 유 후보가 41.0%를 얻었다. 1차전에 비해 두 후보 모두 정치적 덩치를 키웠다. 유 후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활동했다. 하 후보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고, 보수 통합 당시엔 새로운 보수당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유영민 “힘 있는 장관 출신, 국비 사업도 자신 있다”

 
유 후보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관을 지낸 데다 4년 전보다 지역에 정성을 쏟은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지난번엔 선거 한 달을 남겨 놓고 갑자기 지역에 내려왔고, 인지도도 낮았지만 41%를 득표했다”며 “이번엔 장관 때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고 자랑스러워하는 주민들도 많아 자신감이 훨씬 커졌다”고 했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유영민 후보. [뉴스1]

지난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유영민 후보. [뉴스1]

유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도 비슷한 이유를 댔다. 29일 오후 유 후보가 선거운동을 위해 찾은 대천공원에서 산책하던 정만석(69)씨는 “해운대에 30년 살았는데, 예전엔 보수 정당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이 많이 들어왔고 인물 보고 뽑겠다는 사람이 늘었다”며 “유 후보는 현장 경험도 많고 장관 할 때도 성실하고 묵묵히 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공약 역시 기업인 출신 장관이란 강점을 내세워 ‘스마트 도시’ 구축과 인공지능 관련 유치를 내걸었다. 여당 후보인 만큼 교통 문제 해결 등 국비가 필요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는 “이 지역의 가장 큰 관심사가 교통문제로, 제2 센텀시티부터 우동과 중동을 거쳐 가는 해운대 터널, 2호선 전철 연장과 해운대~사상 지하터널 등 필요한 게 많다. 중앙부처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힘 있는 장관 출신이고 지금도 중앙과의 소통에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를 따라붙는 ‘친문재인’이라는 수식어가 어떤 결과를 낼지 아직은 미지수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후보에게 그대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 유 후보의 인사를 받은 주민들도 후보 본인보단 정부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원에서 장기를 두던 한 주민은 “이 동네 65세 이상 노인 중엔 문재인 편 거의 없다. 염치없이 정치하는데 밀어줄 수가 있나”고 했다. 유 후보를 향해 “요즘 부산에서 문 대통령이 욕을 많이 먹는다”, “부산이 이렇게 어려운데 대통령이 한 게 하나도 없다” 같은 말을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태경 “서울~해운대 고속화 철도 실현, 지역 일 잘해”

 
하태경 후보도 자신감이 넘친다.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현장에서 만난 20여명의 주민 중 하 후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30일 동백섬에서 만난 대학생 윤모(22)씨는 “분홍색 점퍼를 입은 사람이 손을 흔드는데 낯이 익어서 봤더니 하태경이라 놀랐다”며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TV에서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날 오전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하 후보를 향해 창문을 내린 채 주먹을 들어 응원하거나, 엄지를 들어 “화이팅”을 외치는 주민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였던 당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하태경 후보. [뉴스1]

지난달 13일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였던 당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하태경 후보. [뉴스1]

하 후보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도 상대보다 앞선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어 잘하면 영어ㆍ수학도 잘하는 법”이라며 “지역에서 ‘바른말도 잘하지만 일도 참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인 그가 내세우는 대표 치적이 서울~해운대 고속화 철도다. 그는 “지난번 대표 공약이었다. 다들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판했지만 2년 뒤 실현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도 이를 언급했다. 우동에 6년째 거주하고 있는 강혜련(53)씨는 “원래 하 후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고속화 철도를 유치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돌아섰다”며 “지역에 필요한 걸 해줘야 표를 줄 마음이 생기는 법”이라고 했다.
 
'전국적 인지도'를 비판적으로 보는 주민도 있었다. 해운대에서 13년을 살았다는 이모(56)씨는 “전국구를 지향하는 하 후보는 ‘공중전’을 많이 하다 보니 지역 현안 해결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높은 인지도가 지역에선 되레 거리감이 되기도 한다. 해운대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하 후보에 대해 “선거할 때만 와서 말로만 힘내라고 하면 뭐가 좋아지나. 국회의원이 서민들 먹고사는 데 관심이라도 있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하 후보가 유 후보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5~26일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하 후보(50%)가 유 후보(30.2%)를 19.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하 후보는 남성(56.7%)의 지지가 여성(44.1%)보다 높았던 반면 유 후보는 남성(26.8%)보다 여성(33.1%)에게 더 큰 지지를 받았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4.3%포인트며,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정민ㆍ박건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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