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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미술관이 실제 예술 체험을 대신할 순 없다"

중앙일보 2020.03.31 15:18
[사진 더플로어플랜]

[사진 더플로어플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지금 상황에선 온라인 공간이나 버추얼 환경도 전시를 위한 생산적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환경은 전시를 탐색하는데 분명한 제약이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모니터 스크린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예술가·예술과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예술가, 교육자인 폴 오닐의 말이다. 지난 20년 간 큐레이터로서 전세계에서 6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기획한 그는 네덜란드 암스텔담 데아펠(DeAppel)부터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Goldsmiths) 등 세계 유수의 미술교육 기관에서 큐레토리얼 실천과 공공미술, 전시사를 가르쳤다. 특히 그가 2012년에 MIT출판사에서 낸『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은 미술이론 필독서로 9쇄까지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선 뒤늦게 지난해 말 출간됐다.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쓴 폴 오닐
1987년 기점으로 큐레이터 역할 부상
"온라인 미술관 아직은 민주적 아냐"

 

큐레이팅, 그리 길지 않은 역사

2017년 폴 오닐이 공동 큐레이팅한 전시 '우리가 CCS다'. "우리가 큐레토리얼 스터디즈의 중심이다" 는 뜻으로 전시와 워크샵, 세미나를 학생들과 함께한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진 Chris Kendall

2017년 폴 오닐이 공동 큐레이팅한 전시 '우리가 CCS다'. "우리가 큐레토리얼 스터디즈의 중심이다" 는 뜻으로 전시와 워크샵, 세미나를 학생들과 함께한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진 Chris Kendall

[사진 Chris Kendall]

[사진 Chris Kendall]

큐레이터는 ‘돌보다’라는 뜻의 라틴어‘쿠라(cura)’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거에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미술관 컬렉션을 관리하는 이를 의미했지만 요즘엔 예술활동과 유사한 창조적 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닐은 1987년을 구체적 변화의 시작점으로 보며 오늘날까지의 큐레이터십의 역사를 조망한다.
 
1987년 프랑스 그르노블의 국립예술·문화센터 마가쟁(Magasin)에서 유럽 최초의 석사과정 큐레이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미국 뉴욕의 휘트니미술관에서도 이때부터 미술사·박물관학 교육 프로그램 이름이 ‘큐레토리얼과 비평학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큐레이터는 비평적인 관점을 갖고 전시에 참여해 실험적 형식을 시도하는 전시기획자로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급변하는 미술계를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시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할까. 그에게 e메일 인터뷰를 청했다.  
 

"전시는 참여이며 협업이다"  

2019년 말 출간된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사진 더플로어플랜]

2019년 말 출간된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사진 더플로어플랜]

2008년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현실문화·2013)를 낸 데 이어『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변현주 옮김, 더플로어플랜)을 냈다.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큐레이팅의 맥락에서 동시대 미술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무엇이 글로벌화를 가속화시켰는지 등을 살폈다면, 이번 책은 이전보다 더 비판적 접근을 했다. 특히 문화 생산이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큐레이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루고자 했다. 큐레이터의 수는 늘고 있지만, 동시대 미술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큐레이터를 위한 기회는 줄고 있다. 큐레이팅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이 책의 메시지를 요약한다면.  
"무엇보다도 큐레이팅이란 작업이 전시장의 작품(오브제) 중심의 생산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전시는 참여와 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 비평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었다. 비평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 
 
전시를 경험하는 관객 입장에선 큐레이터의 역할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 
"전시는 많은 이들의 참여로 실현된다. 전시를 보며 그 안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거기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녹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전시는 단지 예술가와 큐레이터의 작업이 아니라 설치 전문가, 조력자, 제작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함께 구현해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전시를 완성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다. 전시 안엔 맥락이 있고 관람객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그 맥락을 탐험한다."  
 
그는 "전시는 읽혀야 하는 텍스트라기보다 큐레이터, 예술가, 관객 간의 협의가 이루어지는 대화적 공간"이며  "협의, 연계, 조정, 협업 등 다양한 형식의 공동생산적 매체"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온라인 미술관이 주목받고 있다. 
"예술이 어때야 한다, 전시가 어떻게 돼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 공간이 글로벌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곳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은 큐레이팅이라기보다 에디팅, 자기표현, 유사 공공공간일 뿐이다. "
 
최근 코로나 사태를 보며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통제되고 있는 시기에 우리가 이 세계에서 어떻게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살펴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큐레이터와 동시대 예술가는 시민으로서 이 위태로운 상황에 우리의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회적으로 포용할 수 있게, 변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기후 변화 이슈도 중요하다. 미술이 환경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일하고 숨 쉬는 이 세계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세계를 돌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련 논의는 당연하다. 우리의 습관과 사회적 행동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돌봐야 함을, 우리의 다름과 우리의 취약함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인스타는 일시적 공간일 뿐" 

폴 오닐이 몸담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퍼플릭스의 퍼포먼스 장면. [사진 PUBLICS]

폴 오닐이 몸담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퍼플릭스의 퍼포먼스 장면. [사진 PUBLICS]

헬싱키 퍼블릭스에선 항상 전시는 물론 토크와 퍼포먼스 등 이벤트가 열린다. [사진 PUBLICS]

헬싱키 퍼블릭스에선 항상 전시는 물론 토크와 퍼포먼스 등 이벤트가 열린다. [사진 PUBLICS]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엄청난 시각 이미지에 노출돼 있다. 이런 매체가 미술 관객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지 않나. 
"인스타그램은 예술 경험을 위한 사회적, 일시적 공간일 뿐이다. 인스타그램은 대부분 맥락의 정보가 없는 다른 이미지와 병치해 우리 자신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을 만들었다. 분명한 것은 활발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고 좋은 큐레이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 
 
미국 바드대(2013~2017)에 재직하다가 지금은 핀란드 헬싱키의 작은 미술기관에서 일하는 이유는.   
"큐레토리얼 실천가로서 정교 교육제도의 틀 밖에서 보다 대중적 방식으로 일하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약 2년 전부터 2013년 헬싱키에 설립된 작은 공공 미술기관 퍼블릭스(PUBLICS)에서 예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퍼블릭스에선 다양한 토크와 이벤트, 퍼포먼스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곳은 때로는 전시 공간이고, 영화관, 학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도서관이나 모임 장소가 된다. "
 
폴 오닐은 큐레이터이자 미술교육자로 현장에서 30년간 일했다. [사진 Lauri Hannus]

폴 오닐은 큐레이터이자 미술교육자로 현장에서 30년간 일했다. [사진 Lauri Hannus]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나는 큐레이팅이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이미 개인적 고민과 관심사를 지닌 큐레이터다. 학생들은 교수나 디렉터로 배우는 것 만큼 그들끼리도 서로 배운다. 그러므로 교수와 학생은 함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다. 그리고 큐레이팅이란 하나의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명확한 궤도로 진화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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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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