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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 판사의 76배···'n번방' 판사 오덕식 트위터 난타

중앙일보 2020.03.31 14:51
사회적 이슈 중심에 선 판사 실명 트위터 언급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사회적 이슈 중심에 선 판사 실명 트위터 언급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44만 7623건'
 

법원 내부 "엄청난 압박 시달렸을 것"

지난 3월 27일 오덕식(52) 부장판사 자격 박탈 청와대 청원이 게시되고 30일 오 부장판사의 'n번방 사건' 재배당이 결정되기까지 트위터에서 언급된 '오덕식'이란 키워드의 검색량이다. 사흘간 44만 7623건이란 이 폭발적인 검색량은 "성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며 오 부장판사를 비판한 네티즌의 비난 강도와 n번방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드러내는 수치라 볼 수 있다.
 

n번방과 조국 사태 판사들 검색량 비교

중앙일보는 31일 트위터를 통해 'n번방 사건' 피의자 '태평양 이모(16)군'의 재판장이었던 오 판사와 지난해 '조국 일가' 수사 당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3)씨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권덕진·송경호·명재권 부장판사의 트위터 검색량을 비교해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큰 차이가 났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3월 25일 서울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강정현 기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3월 25일 서울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강정현 기자

27~30일 다음소프트의 소셜메트릭스로 찾은 '오덕식' 판사의 트위터 검색량(44만 7623건)은 지난해 12월 27일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한 전후 나흘간의 권덕진 판사 검색량(5873건)의 76배에 달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의 죄질이 안 좋다"는 권 판사의 영장 기각 사유에 청와대까지 반발하며 SNS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오 판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10월 24일 정 교수를 구속했던 '송경호' 판사의 구속결정 전후 나흘간 검색량인 1만 1555건(조국 일가를 수사했던 동명이인 송경호 전 중앙지검 3차장과 중복)이나 지난해 10월 9일 조 전 장관 동생 조씨의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명재권' 판사의 기각결정 전후 사흘간 검색량(1만 7643건)과 비교해도 오 판사의 검색량은 각각 38배와 25배로 훨씬 더 많았다. 
 
사회적 이슈 중심에 선 판사 실명 트위터 언급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사회적 이슈 중심에 선 판사 실명 트위터 언급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각 판사의 검색량을 이들이 받은 여론 압박의 척도로 봤을 때 '조국 사태' 한가운데에 있었던 영장판사들보다 오 판사가 훨씬 더 강도높은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차이에 대해 "성별과 나이, 정치적 성향을 넘어 n번방 사건에 쏠린 전 국민의 관심을 드러내는 지표"라 분석했다. 오 판사는 30일 "(n번방 재판)을 맡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재배당을 요청한 뒤 31일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상태다.
 

靑청원에 판사 교체된 건 최초  

현직 판사들은 오 판사의 요청으로 'n번방' 사건이 같은 법원에 근무하는 박현숙(40) 판사에게 재배당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본다. 청와대 청원 등 여론의 압박에 판사가 자신이 맡았던 재판을 포기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이름이 오른 판사가 먼저 소속 법원에 재배당 요청을 한 것도 오 판사가 처음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판사는 "법원은 판사가 먼저 요청하거나, 객관적으로 재판부의 잘못을 변호사가 입증하지 않는 이상 판사를 바꿔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는 자신의 의사와 달리 재판부가 변경되는 것을 굴욕이라 느낀다"며 "오 판사가 먼저 나서서 재배당을 요청한 것은 그래서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대전여성단체 연합 회원들이 3월 30일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전여성단체 연합 회원들이 3월 30일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오덕식을 둘러싼 판사들의 갑론을박

오 판사는 지난해 8월 고 (故) 구하라씨의 1심 재판에서 구씨를 폭행하고 구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여성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구씨가 11월 극단적 선택을 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계에선 오 판사가 앞선 성범죄 사건에서도 여러차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의 퇴출까지 요구했다. 
 
판사들 사이에선 오 판사가 여론에 밀려 교체된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오 판사가 성범죄 판결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현직 판사들도 "여론의 압박에 판사가 교체되는 것을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여성 판사는 "각 사건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개별성이 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판사 개인이 이렇게 비난받는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성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오 판사가 내 의뢰인의 사건을 맡았다면 기피신청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에 재판부가 교체되는 것은 다음 재판부에도 엄청난 부담"이라고 했다. 
 
트위터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계정이 오덕식 판사의 n번방 사건 재배당 소식을 알리는 장면. [트위터 캡처]

트위터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계정이 오덕식 판사의 n번방 사건 재배당 소식을 알리는 장면.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일각에선 성범죄에 관대한 판사들의 판결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성범죄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았던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이젠 법원이 변화해야만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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