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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상 치명률, 중국 넘어섰다···확진 10명 중 2명꼴 사망

중앙일보 2020.03.31 14:11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18.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80대 이상 치명률(31일 0시 기준)이다. 치명률은 사망자 수를 확진자 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값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0대 이상 환자 442명 중 82명이 사망했다. 5명 중 1명 꼴로 숨진 것이다. 전체 치명률(1.7%)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다. 0.1% 수준인 30ㆍ40대와는 비교하기도 어렵다.

 
국내 80대 이상 고령 환자의 치명률이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이 발표한 공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80대 치명률은 15%, 70대는 8% 수준이다. 한국의 80대 이상 치명률이 중국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70대(7.1%)까지는 한국의 치명률이 낮은 편이지만, 유독 초고령층의 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특히 80대 이상 환자의 치명률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름 전 이 연령대 치명률은 9.3%(16일 0시)로 10%를 채 넘기지 않았다. 지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25일에는 13%를 넘어섰고, 27일 들어선 15.2%로 올랐다. 코로나19가 고령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걸 보여준다.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분포.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분포.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이고, 전 국민에 건강보험이 보장된다. 그런데도 왜 80대 이상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많이 나올까.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80대 이상 코로나 환자 비율을 중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이 더 높은 편이다. 또한 요양병원 등에 고령의 치매 환자, 만성 질환자 등이 다수 입원한 것도 집단감염과 사망 위험을 키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의료시스템이 좋다고 하지만 요양병원 집단 감염시 80대가 많이 나온다. 빨리 (찾아서) 진단됐다면 모르겠는데, 진단이 늦게 되는 편이라 치명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자의 치명률을 낮추려면 요양병원 감염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진 대구ㆍ경북에서 (환자가) 많이 나왔지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도 요양병원이 많이 있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기저질환 유병률도 높아지고 전반적인 면역 수준도 떨어진다. 또한 우리나라는 폐렴이 2018년 기준 사망 순위 3위까지 올라왔다"면서 "80대가 훨씬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건 신체적 조건, 기저질환 유병률, 면역력의 급속한 저하 등을 의학적 이유로 꼽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령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명률도 11.4%(31일 기준)로 높은 편이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22.6%(2018년)에 달한다.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령 국가다. 김우주 교수는 이탈리아의 치명률이 높은 원인을 ▶환자 조기 감지 실패 ▶진단 시스템 미비 ▶의료 시스템 부족 ▶다수의 고령 인구 등 4가지로 분석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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