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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바꾸고 단기 근로자 취급" 의료진 홀대, 대구만이 아니다

중앙일보 2020.03.31 05: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 수당 관련 사건은 대구시 1개 선별진료소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해서 발생한 일로 파악됐습니다. 정부는 대구ㆍ경북으로 달려와 주신 의료진분들에게 수당 지급, 숙소 제공 등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자원ㆍ파견 의료진에 대한 대우가 소홀하다는 지적에 보건당국이 내놓은 해명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추가 자료를 내고 "(의료진에) 수당 등 사전 안내를 충분히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 대우 소홀 지적에 1곳뿐 해명
서울·대구·경북 등 설명 없이 지침 변경

공공 의료진 "격리 원해도 출근 내몰려"
똑같이 고생하는데 수당은 민간의 1/4

대구시 “정부 지침대로 수당 지급”
정부 “현장 애로상황 최대한 반영”

 

"단기 근로자 취급" 무배려에 실망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기 위해 두 팔을 걷은 의료진들을 대우하지 않은 건 한 곳만이 아니다. 대구ㆍ경북ㆍ서울 등에서 수당 지급 등과 관련한 지침 변경 등이 설명 없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 의료진은 돈 문제를 떠나 '최소한의 예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처 받는다. 대구에서 근무 중인 자원 의료진 A씨는 "다들 일정 부분 공감하는 문제다. 극소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민간 자원 간호사는 하루 30만원 수준, 간호조무사는 20만원의 보수가 지급되는 식이다. 위험 수당 등을 포함한 것으로 병원 내 확진자 진료, 보건소 내 선별진료에 투입된 경우에 해당된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에는 별도 지침이 적용된다. 하루 수당은 간호사가 16만7000원, 간호조무사는 9만3000원 등이다. 근무 강도 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했다고 한다. 여기엔 위험수당 등이 다 녹아 있다.
 
현장 의료진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업무 강도에 따른 수당차이 때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제대로 된 안내 부족 탓이다. 좋은 뜻으로 나선만큼 충분히 설명만 해줘도 마음 상할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선의와 호의를 무시로 받은 듯한 대응 태도에 대한 섭섭함이다. 
 
경북의 한 병원에 있는 간호사 B씨는 "휴일 관련 규정이 중간에 수정됐지만 일방통보 식으로 끝났다. 설명을 요청해도 '알아서 하겠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대구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C씨는 "처음엔 파견 기관마다 수당이 다르다는 언급이 없다가 나중에 임시 선별진료소는 위험 수당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자부심으로 일하는 의료인들을 차별 대우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초반에 많은 의료진들이 내려오면서 파견 장소별로 처우가 다른데도 한꺼번에 설명하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정부 지침대로 수당을 주는 것이지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자원 근무에 나선 의료진에게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됐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서울시의사회 등에 보낸 자원 근무자 모집 공문에는 임시 선별진료소도 다른 근무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안내했다. 
 
하지만 그 후에 별다른 설명 없이 의료진의 수당 체계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대구·경북과 달리 자체적으로 자원 의료진을 모집한다.
 
서울의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D씨는 "서울시가 처음 공문과 달리 위험수당 등은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 (배경 설명이나) '수고하셨습니다' 문자메시지 하나 없이 돈만 들어왔다"며 "자원 의료진을 봉사자가 아닌 단기 근로자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좋은 뜻으로 나섰는데 봉사활동도 아니고, 계약서 쓰고 일한 것도 아니라 섭섭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당을 지급한 대신 자원봉사 확인서는 요청해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의사는 당일 또는 반나절 형태로 근무해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의료진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당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며 "당초 자원봉사 형태로 모집이 됐지만, 수당을 받으면 확인서 발급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근무 확인서'만 발급한다"고 밝혔다. 
16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을 응원하는 편지들이 대구의료원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16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을 응원하는 편지들이 대구의료원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공공 파견 의료진, 격리 원해도 못 해

민간 의료진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공 파견 의료진의 처우도 드러났다. 공공 파견 의료진은 공공기관 소속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인력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공공병원 등에서 온 근무자들이 파견 종료 후 격리를 희망하면 14일간 유급휴가를 주도록 해당 기관에 협조 요청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지침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자가 격리 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근무한 공공병원 간호사 E씨는 "병원 사정이나 관리자 압력으로 격리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소속 병원은 대구 파견자를 확진자 취급한다"며 "환자와 밀접접촉 많은데도 곧바로 복귀하면 혹시 모를 집단감염의 짐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접촉은 꺼리면서 쉬지는 못하게 하는 셈이다.
 
게다가 공공 파견 의료진의 수당은 민간 의료진의 4분의1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돈 욕심 때문에 왔다'는 따가운 주변 시선까지 견뎌야 하는 건 더 힘들다. E씨는 "(공공파견 의료진도) 가장 먼저 현장에 손들고 달려왔다. 민간 자원 간호사는 하루 30만원, 간호조무사는 20만원인데 우리는 같은 일을 해도 7만원이란 걸 동료 근무자들도 모른다"고 말했다.

 
수당이 적다고 업무량도 적은 것도 아니다. 다른 간호사들처럼 이들은 매일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는 틈틈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대ㆍ소변통을 교체하며, 페기물 박스도 정리했다고 한다. 한 명이 여러 명 몫을 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연일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과 선별진료소, 의료현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 위부터 아파트 단지 방역에 나선 구청 직원.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구급차 방역 중인 방역요원. 서울 잠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잠시 쉬는 의료진. 연합뉴스

전국에서 연일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과 선별진료소, 의료현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 위부터 아파트 단지 방역에 나선 구청 직원. 대구스타디움 앞에서 구급차 방역 중인 방역요원. 서울 잠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잠시 쉬는 의료진. 연합뉴스

당국 "현장 어려움, 융통성 있게 대응 노력"

지자체·병원 등에선 문제가 이어지는데도 정부가 놓치는 부분 투성이다. 의료진 운영 지침이 4차례에 걸쳐 개정되긴 했지만, 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의심환자를 매일 마주치기는 만큼 감염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위험수당 개념이 사실상 없는 탓에 그와 관련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으면 '차별 대우'란 오해가 쌓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중수본 관계자는 "2주 자가격리 기간의 유급 보장 등은 메르스 때 없었던 새로운 지원이다.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올라오면 정부도 최대한 융통성 있게 대응하려고 노력한다"며 "(의료진의) 수당을 깎는 일은 절대 없다. 일부 근무자들의 오해에 따른 것이다. 공공병원 상황 등은 정확히 파악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 병원서 자원 근무중인 간호사 G씨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힘이 부친다. 돈 보고 나선 건 아니지만, 자원 근무를 길게 하고 싶어도 돈 없는 사람은 봉사활동도 못 하겠구나 싶다"고 토로한다. 
 
의료진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메르스 때 그랬듯 현장 의료진들의 희생은 어느 순간 잊혀질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정종훈·백경서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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