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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코로나 육아…젖병소독기 사는 할머니, 홍삼 사는 엄마

중앙일보 2020.03.31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 1월 28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임시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임시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23개월짜리 손녀를 돌보고 있는 임 모(63)씨. 최근 홈쇼핑에서 유아용 로션과 바디워시, 간식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임 씨의 남편도 마트에 가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육아템’만 사들인다. 이전에도 맞벌이인 딸과 사위를 대신해 종종 손녀를 보긴 했지만, 요즘처럼 전담하진 않았다. 임 씨는 “딸과 사위는 집안일에 신경 못 쓸 때가 많아 우리가 챙기는 편”이라며 “마침 홈쇼핑에서 손녀딸이 쓰는 제품을 판매하길래 딸한테 말도 안 하고 바로 샀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손주 돌보는 조부모들
최근 한달새 육아용품 구매 급증

애 맡기고 미안한 3040대 부모들
육아 감사표시로 건강용품 선물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감염을 우려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육아 전선에 새로 투입된 할마빠(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육아용품 ‘큰손’으로 등극했다. 반면에 황혼 육아에 지쳐가는 부모를 보는 게 가시방석인 3040자녀는 건강식품과 흙침대 등 ‘효도템’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30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2월 23~3월 22일) 판매된 육아용품과 효도상품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에서 구매한 육아용품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 기간 사이트 전체 판매신장률(3%)보다 1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육아 전선에 긴급 투입된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면서 이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증가 추세다. [사진 pxher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육아 전선에 긴급 투입된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면서 이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증가 추세다. [사진 pxhere]

50대 이상 소비자가 산 육아용품을 분석해보니 젖병 세정제(152%)와 젖병 소독기(177%) 구매가 각각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식은 27%, 이유식 마스터기(이유식 만드는 가전제품)도 26% 판매량이 늘었고, 유아용 과자도 2배에 가까운 92%나 뛰었다. 장난감 구매도 늘어 작동완구 12%, 역할놀이 세트 38%, 블록 31%, 유아 퍼즐이 17%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에만 있는 아이가 지루해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 소비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도 50대 이상 세대 중심으로 분유(15%), 기저귀(14%), 젖병(94) 등 대표적인 육아용품 구매 수요가 증가했다. 유아 가구는 22% 수요가 늘었고 놀이방 매트는 27% 더 잘 팔렸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도 황혼 육아에 나선 노년층은 많았다. 지난해 발표된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부모나 아이 돌보미 등 개인으로부터 양육지원서비스를 받는 아동은 전체 아동 중 16.3%에 달한다. 개인 양육지원 제공자의 83.6%는 조부모다. 하지만 최근 두 달은 어린이집과 학교 등의 사회 보육·교육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어쩔 수 없이 육아를 떠맡는 노년층이 더 는 것으로 보인다.    
 

할마·할빠에게 미안한 엄마·아빠 

같은 기간 30~40대의 건강식품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건강식품은 인삼ㆍ홍삼이다. 56%나 급증했다. 간편하게 섭취가 가능한 건강 즙은 판매량이 33%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흙 침대 판매량 증가다.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젊은 층은 선호하지 않는 품목인데도 82%나 더 샀다. 이 밖에도 안마기ㆍ마사지기(3%)와 안마의자(2%)도 상승세다. 초기 비용부담이 적은 안마의자 렌털 상품은 130%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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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의 3040 세대의 건강 관련 용품 구매 증가세도 G마켓과 비슷하다. 최근 한 달 기준 전년 대비 안마의자 렌털 상품은 132%, 손발 건강용품은 95%, 홍삼ㆍ인삼은 67%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개학이 연기되고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육아를 떠안게 된 경우가 많다”며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제품을 각 세대에서 구매해 현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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