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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은둔형 경제

중앙일보 2020.03.31 00:12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코로나19로 주민들의 이동이 통제된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수 있는 이유는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된 새로운 형태의 배달업체들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이 새로운 이유는 바이러스가 신종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대형 전염병이 스마트폰 배달 앱 기반의 새로운 테크 환경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은둔형 경제(shut-in economy)’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이다. 이즈음 단순한 음식 배달뿐 아니라 각종 잡무와 심부름·청소 등 거의 모든 일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생겼다. 원격근무가 보편화한 테크 기업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서히 확산하던 은둔형 경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우한처럼 정부가 강제로 봉쇄했던 도시의 주민들이나, 한국에서처럼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비롯한 매장들로서는 그런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 세계의 많은 배달업체가 이를 중요한 기회로 보고 배달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은둔형 경제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은 의료·경찰·전기 등과 다를 바 없이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노동자들과 달리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거의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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