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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재난지원금 준다면서···정부, 누굴 줄지도 못 정했다

중앙일보 2020.03.31 00:07 종합 1면 지면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득 하위 70% 가구(1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사상 첫 현금성 지원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1인 가구에 대해선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을 준다. 가구원 수가 4인 이상이면 지급액은 100만원이다. 소득 상위 30%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소득하위 70% 4인가구에 100만원
정부 구체적 기준 제시 안해 혼란
문 대통령 “5월 중순 전 지급 최선”
야당 “총선 의식한 선심성 지원”

문 대통령은 “정부는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에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총선용 선심성 지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재난지원금이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더구나 정부는 지급 대상자의 구체적인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 근로소득 외에 금융·연금 소득이 포함되는지,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반영하는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지원 대상 여부를 복지로 홈페이지(www.bokjiro.go.kr)에서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복지부는 추후 구체적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복 지원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중앙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는 가구도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코로나 추경’에 포함된 저소득층에 대한 ‘소비 쿠폰’도 중복 지급된다. 소득 수준이 비슷해도 거주지나 가구 구성원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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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70% 이내인 4인 가구가 경기도(1인당 10만원) 포천시(1인당 40만원)에 거주하면 정부 지원금 100만원을 더해 300만원을 받는다.  
 
나도 100만원 받을 수 있나…‘복지로’ 홈피 사람들 몰려 사이트 마비
 
경기도와 포천은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금을 준다. 이와 달리 다른 시·도의 경우 선별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지원금만 받는 가구도 있다.
 
기존 추경 사업에 포함된 지원도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유지된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같은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만 7세 미만)에 대해 ‘소비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은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소득 하위 25% 수준이면서 7세 미만 아이가 둘 있는 4인 가구라면 추경에 따른 돌봄 쿠폰 80만원(아이 1명당 40만원)과 저소득층 소비 쿠폰 140만원을 재난지원금 100만원과 함께 받을 수 있다. 모두 320만원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저소득층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야 있겠지만, 거주지에 따라 혜택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전체 가구의 70%에게 준다는 지원금을 상세한 기준 없이 발표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 부담도 덜어준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보험료 납부액 기준 하위 20~40%에 대해 3~5월분 보험료를 30% 줄여준다. 하위 20%(특별재난지역의 경우 하위 50%)는 이미 올해 추경을 통해 3개월간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30인 미만 사업장과 1인 자영업자, 방문판매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종사자)에 대해선 산재보험 납입액 3~9월분을 30% 깎아준다. 3~6월분의 경우 납기를 각각 3개월 미뤄준다.
 
국민연금의 경우 3~5월에 한해 납부유예 기준을 완화한다. 고용보험도 30인 미만 사업장이 원할 경우 3~5월 납부분을 3개월 뒤에 낼 수 있다. 정부는 4대 보험 납부 유예 규모를 7조5000억원, 감면은 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취약계층에 대해선 4~6월 전기요금 청구분에 대해 3개월간 납부 기한을 미뤄준다. 연말까지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총선을 의식해 일단 100만원을 주고 그 뒤의 대책은 없다”며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대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이날 240조원 규모의 비상 경제대책을 내놓았다. 이 중 40조원의 재원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 자영업자와 위탁·계약직 근로자에게 500만~1000만원의 경영자금을 지원하고 건강보험료 감면, 전기료·수도료 면제 등에 투입한다. 또 고용피해재정지원금과 산재·고용보험 지원 등에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세종=하남현·김도년 기자  ha.namhyu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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