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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소년원 700명 아부지’ 기사 이후 이어지는 기부

중앙일보 2020.03.28 11:00
“저 소년원 나와서 연락 드려도 돼요?”
 
김숙희(46·가명)씨에게 이 질문은 지난 26년 동안 '마음의 빚'이었다. 대학생 때 참여했던 소년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아이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연락처를 주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 “그 빚을 이제 갚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법무부 출신의 윤용범(62) 청소년행복재단 사무총장이 물심양면으로 지난 35년여간 소년원 출신 등 700여명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있다는 중앙일보 기사를 읽고서다. 김씨는 기사를 본 다음 날 재단에 전화를 걸어 본인 소유의 다세대 주택을 8년간 무상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청소년행복재단에서 취재진과 만나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서 나쁜 길로 잠시 빠졌지만 굉장히 착하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여대생 시절이라 덜컥 겁이 나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신상 공개를 한사코 사양했다. “윤 사무총장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예전 생각이 나 청소년행복재단에 기부를 하게 됐다. 아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 뿐"이라고 말했다.  
 

"도움 받으면 도움 준다"고 말했더니…300만원 기부한 아이들 

박기명(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청소년행복재단을 방문해 청소년행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중명(왼쪽 세번째) 아난티그룹 회장에게 기부금 3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는 윤용범 사무총장, 왼쪽 네번째는 이수형 이사. 강광우 기자

박기명(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청소년행복재단을 방문해 청소년행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중명(왼쪽 세번째) 아난티그룹 회장에게 기부금 3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는 윤용범 사무총장, 왼쪽 네번째는 이수형 이사. 강광우 기자

지난 15일 윤 사무총장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이후 재단에 많은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1985년 법무부 소년보호직 9급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소년원 아이들만을 위해 살아왔다. 지난해 정년 퇴임 후에는 청소년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청소년행복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역시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진심을 갖고 도와주면 커서 다른 아이들을 돕는다”고 이야기했다.  
 
윤 사무총장의 말처럼 보살핌을 받았던 아이들이 기사를 보고 3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러 왔다. 기부의 주인공은 윤 사무총장과 함께 활동한 배상혁(48) 법무부 주무관이 보살펴 온 박기명(26)씨다. 박씨는 10대 후반에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서 배 주무관을 처음 만났다. 보호관찰소를 나와서도 20대 초반까지 이런저런 사고를 쳤지만 그때마다 배 주무관이 그를 돌봤다. 그는 지금 사업가이자 SNS 스타로 비행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박씨는 “앞으로 선생님(배 주무관)과 청소년희망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선생님은 이론을, 저는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잘못된 길로 빠진 아이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욋돈 100만원 내놓고, 자원봉사 때 불러 달라

기사를 보고 60대 주부 최명순(가명)씨도 가욋돈으로 생긴 100만원을 재단에 내놓았다. 최씨는 윤 사무총장에게 “칠순 때 아이들 700명과 식사하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그때 또 100만원을 내놓겠다”며 “정기 후원도 가입하고 제 딸에게도 기부하도록 권해 볼 참”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송파구에 사는 간호사 이미영(가명)씨도 10만원을 기부했다. 50대 주부 박희숙(가명)씨는 아이들을 위해 일손이 필요할 때 언제든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재단에 연락했다. 기사를 통해 윤 사무총장의 활동을 처음 알게 된 주변 지인들도 후원을 약속했다.  
 
윤 사무총장은 “하나님이 천사들을 보내준 것 같고, 너무 감사드린다”며 “지원해주신 집은 거처가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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