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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학 100돌 ‘덕부심’으로, 창의·공감·협업의 인재 키울 것

중앙선데이 2020.03.28 00:59 679호 2면 지면보기

[총장 열전]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 문구를 보는 순간, 묘한 생각이 들었다. 100년 전의 키워드가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방향을 관통하는 듯해서였다. 문구는 오는 4월 19일 100주년을 맞는 덕성여대의 창학이념이다. 북한산(삼각산)으로 둘러싸인 캠퍼스 풍광이 아름다운 덕성여대는 새 100년을 이끌 ‘백년둥이’ 신입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수경(52) 총장은 캠퍼스 내 차미리사(車美理士, 1879~1955) 기념관에 걸려 있는 창학이념을 가리키며 의미를 설명했다. “덕성에서의 혁신은 새로운 게 아니라  온고지신(溫故知新)입니다. 자생(自生)·자립(自立)·자각(自覺)으로 함축되는 창학이념 자체가 혁신의 키워드였어요.”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설립 당시 얘기로 시작됐다.
 

창학
차미리사 “자생·자립·자각” 표방
민족자본으로 세운 학교 자부심

혁신
백년둥이들 단과대 통합 선발
1, 2전공 나눠 2학년 때 선택

비전
39개 전공, 배움 기회 다양하게
민족을 품고 세계·미래로 갈 것

창학 100돌을 맞아 덕성학원 설립자인 차미리사 여사의 기념관을 찾은 강수경 총장은 ’자생·자립·자각의 창학이념이 미래 100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와 닿는다“고 했다. 신인섭 기자

창학 100돌을 맞아 덕성학원 설립자인 차미리사 여사의 기념관을 찾은 강수경 총장은 ’자생·자립·자각의 창학이념이 미래 100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와 닿는다“고 했다. 신인섭 기자

차미리사 여사는 어떤 분입니까.
“항일 민족계몽운동에 앞장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운동가셨죠. 미국 한인 교육기관에서도 활동했는데 3·1운동정신을 이어받아 1920년 조선여자교육회를 조직했어요. 그 후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실력양성을 강조하며 덕성학원의 뿌리인 근화학원(槿花學園)을 세우셨죠. 민족교육과 무궁화 사랑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이젠 ‘디자인 유어 스토리, 리드 유어 퓨처’
 
2020년 100주년은 의미가 남다르네요.
“올해는 덕성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고등교육 환경도 녹록지 않지만, 뚜벅뚜벅 새 100년을 걸어갈 겁니다. 99돌에 총장이 돼 100돌을 맞았으니 개인적으론 영광이고 책임도 많이 느낍니다.”
 
강 총장은 덕성여대에는 덕성의 자부심, 즉 ‘덕부심’이 있다고 했다.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운 유일한 여성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창학정신으로 해결하려는 역사적 자부심, 인문학·사회학·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을 튼실히 키워온 자부심이다. 그런 자부심이 덕부심이고 자존감이라는 것이다.
 
덕부심 계승을 위해 100주년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덕성학풍 교육체계 강화, 학생성공 지원체계 강화, 성과 중심 산학연 협력 강화, 미래 덕성 성장동력 강화, 수요자 중심 운영체계 강화 5대 목표입니다. 기본을 중시하는 혁신·융합 교육 중심대학, 신뢰를 바탕으로 배움이 즐겁고 가르침이 소중한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비전이죠. 성공하는 학생을 키우기 위해 입학부터 졸업, 사회 진출까지의 발전과정을 관리하는 6가지 덕성지수(DSI, Duksung Index)를 개발 중입니다. 창의성·공감능력·진취성·전문성·협업능력·시민정신입니다. 그게 덕성의 성장동력이자 학생 중심 교육입니다.”
 
덕성의 미래 100년 키워드도 거기서 나오겠네요.
“‘민족을 품고 세계로’와 ‘디자인 유어 스토리, 리드 유어 퓨처(Design your Story, Lead your Future)’입니다. 옛 100년 키워드의 의미를 확장한 것입니다. 첫째는 민족을 기반으로 학교를 설립했어도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둘째는 여성성을 뛰어넘는 교육기관을 외연을 넓혀가자는 것, 셋째는 전공 벽을 허물고 융합하고 혁신하자는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이번 신입생 통합선발이죠.”
 
강 총장은 덕성은 ‘내실’이 원칙이라며 ‘민족을 품고 세계로’ 나가는 글로벌화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인 재학생이 10여 명에 불과한 것도 무작정 외국인 학생을 많이 받는 게 글로벌화는 아니란 판단에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통해 한류 전도사를 양성하는 게 진정한 글로벌화입니다. 민족을 넘어 세계로 가는 여정이죠.” 최근 대만 성오대학에는 한국어센터, 베트남에는 덕성하노이센터를 개설한 배경이다.
 
백년둥이의 단과대 통합선발은 ‘스스로 삶을 디자인해 미래로 나가라’는 뜻인가요.
“그렇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전공을 선택해야 창의적인 인재가 됩니다. 백년둥이 1100여 명 통합선발의 취지입니다. 39개 학과 중 유아교육과와 약학과를 제외한 전원을 단과대 별로 통합해 뽑았죠. 1학년 때 교양필수·교양선택·전공탐색 공부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 됩니다.”
 
총장은 단과대 통합도 단행했다. 인문과학대와 사회과학대를 글로벌융합대로, 공대와 자연과학대를 과학기술대로 통합, 개편한 것이다. “수강신청 결과를 보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쏠림 현상이 없고 30여 개 학과에 골고루 배치됐더군요.”
 
학과는 그대로 두면서 단과대만 통합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1전공, 2전공으로 나눈 게 특징입니다. 1전공은 제한이 있고, 2전공은 무제한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 1전공 정원 제한은 2019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1.1배수까지입니다. 1전공 정원이 30명인데 33명이 몰리면 33명까지는 받는 시스템입니다. 그게 어렵게 돼도 2전공을 통해 해당 전공을 공부할 수 있어요.”
 
결국은 2학년 때 전공이 다시 세분되는데 너무 소규모 아닙니까.
“소규모 학과를 소규모 학생으로 운영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 전통입니다. 신입생이 1100명이지만 전공은 39개(올해 2개 신설)인 까닭이죠. 고등교육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학생 성공지원 체계 강화로 학풍을 이어갈 겁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BT) 분야를 강화한 것도 눈에 띕니다.
“신설한 소프트웨어 전공은 AI를 염두에 둔 겁니다. 소프트웨어 전공이 AI 관련 인재를 중점 육성하게 될 겁니다. 바이오 공학은 원래 있었는데 이번에는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바이오 공학은 스펙트럼이 넓잖아요.”
 
강 총장은 소신이 강건해 보였다. 그가 보는 미래 고등교육의 방향은 어떨까. “정보나 기초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기초정보 습득은 학생에게 맡기고 문제 해결과 혁신 교육, 플립러닝 교수법으로 바꿔야 해요. 기존 교육이 기초·전공·심화로 이뤄졌다면, 기초는 이제 학생 자율에 맡겨야지요. 대학은 전공·심화 과정을 ‘문제해결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오스카인재개발학부 등 심화과정도
 
덕성여대는 어떻게 바꾸고 있나요.
“온라인 교육도 하고 있지만, 플립러닝 등 다양한 교수법을 권장하고 있어요. 오스카인재개발학부가 대표적입니다. 전공 전문성을 강화하는 나노 디그리(Nano Degree) 과정은 6학점 이상, 학문 간 융복합 사고력을 키워주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과정은 12학점 이상 따면 디그리를 발급합니다. 일종의 심화과정 수료증이죠. 학생들이 교수에게 요청할 수도, 교수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어요. 푸드디렉터, 실감형 콘텐츠, 레포츠산업정보 등이 대표적입니다.”
 
강 총장은 내면의 강인함이 덕성인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면 “덕성인은 티를 내지 않고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다고 했다. 소박함 속의 강인함과 참여 의식이 덕성인 동문 4만5000명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강 총장의 말대로 덕성여대는 시끌벅적한 학풍은 아니다. ‘동문이 누구다’라고 자랑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센추리 클럽(century club)’ 대학으로서 브랜드 파워를 더 키워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직면했던 학내외 어려움은 더 단단해지라는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인수봉이 한눈에 보이는 캠퍼스 여기저기서 터지는 꽃망울이 창학 100주년의 미래를 말하는 듯했다.
  
신망 두터운 직선제 총장…강의 전 손짓·농담 연습도
덕성여대 100년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이다. 재학생 98%가 지지했을 정도로 학생들 신망이 두텁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제자들을 살뜰히 챙기며 ‘교육 퍼스트(first)’를 강조한다.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수업 전 손짓과 농담까지 연습한 일화는 유명하다. 2019년 2월 취임하면서 “덕성을 잘 가르치는 대학, 구성원이 행복한 대학, 구성원과 소통을 중시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려 취임 첫해에는 두 학기 동안 ‘강의하는 총장’으로 변신해 학생들과 교육으로 소통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법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행정법 전공)학위를 받았다. 법조인을 꿈꾸며 사법시험에도 도전했지만, 대학 시절 야학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르침의 소중함을 깨닫고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2005년 법학과 개설 때 부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보공개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도봉구 인권위원회 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인권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소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일은 칼같이 처리하는 외유내강형.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한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월간중앙 4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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