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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영화에 감춰진 코드

중앙선데이 2020.03.28 00:20 679호 21면 지면보기
이미지와 사회-시각문화로 읽는 현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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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사회
-시각문화로 읽는 현대 중국
탕샤오빙 지음
이현정·김태연·천진 옮김
돌베개
 
2009년 중국에서 영화 ‘건국대업(建國大業)’이 개봉했다. 건국 6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이었다. 미국 AP통신은 “선전 블록버스터”라고 평가했다. ‘P등급’, 즉 ‘선전물(Propaganda)’ 딱지를 붙인 셈이다. R등급처럼 퇴폐적이지 않지만 세뇌작업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되는 ‘체제 선전물’이란 낙인이다. 2011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건국대업’ 상영회는 단 한 명의 관객도 찾지 않았다. 중국에서 거둔 4억600만 위안(702억원)의 흥행과 정반대의 결과다.
 
저자 탕샤오빙(唐小兵·56) 홍콩 중문대 교수가 알려주는 “중국 블록버스터를 (안) 보는 방법”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중국 영화와 서구에서 호평을 받는 중국 영화 사이에 거의 상관관계가 없는 현상을 ‘반(反)체제 가설’로 설명한다. 중국의 현 정부에 비판적인 것만을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으로 보며, 그런 예술작품만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건 서양의 고정관념이다.
 
‘건국대업’의 한 장면(부분). 마오쩌둥이 아이·병사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돌베개]

‘건국대업’의 한 장면(부분). 마오쩌둥이 아이·병사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돌베개]

지난해 10월 베이징 특파원이던 기자는 영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을 관람했다. 중국인 지인의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중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다. 연신 눈물을 훔치던 옆 관객과 달리 별 감흥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P등급 낙인에 가려진 중국 블록버스터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10년 사이에 중국 영화는 ‘건국대업’의 8배인 31억7100만 위안(5504억원)으로 시장이 커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능란한 큐레이터가 되어 1949년 이후 중국의 판화·영화·유화·선전 포스터 등 다양한 작품을 풀이한다. ‘반체제 가설’로 대표되는 서구 자유민주주의식 렌즈만으로는 올곧은 감상이 어렵다고 독자를 설득한다.
 
2011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전시회 ‘당대(當代) 중국의 목판화’가 열렸다. 현지 언론에 “출품작 114점을 포괄하는 유일한 주제는 작가들이 모두 중국 출신이라는 점뿐”이라는 리뷰가 실렸다. 저자는 “중국의 예술 세계가 그만큼 다원화됐다는 의미”라며 “중국을 이국적이고, 불투명하고, 비이성적이고, 따라서 위협적이라고 보는 시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책의 원서가 나온 다음 중국 정치는 빠르게 역주행 중이다. 시진핑 시대를 다룰 저자의 후속 연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장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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