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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태평양' 형량 확 준다···판례보니 2년6월, 신상공개 불가

중앙일보 2020.03.27 16:32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또 다른 텔레그램 방 ‘태평양 원정대’의 운영자는 방 개설 당시 만 16세 미성년자였다. 19세 미만 청소년은 소년법이 적용돼 처벌이 가벼워지고 신상도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10대에겐 최소 징역 2년 6월형이 선고됐다.
 

16세 태평양, '위커'로 경찰 추적 피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중앙포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에 따르면 대화명 ‘태평양’ A군은 조주빈(25ㆍ구속)의 ‘박사방’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독자적인 공유방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A군이 올해 2월 검거되기까지 이 방에는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텔레그램보다 보안이 더 강력한 메신저 ‘와이어’나 ‘위커’를 사용해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와 위커는 가입시 텔레그램과 달리 전화번호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0일 A군을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소년'이면 아동 성 착취도 10년이 최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A군은 조주빈보다 훨씬 가벼운 형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촉법소년(10세 이상~14세 미만)’은 아니지만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에 해당한다. 아청법은 미성년자 음란물을 제작ㆍ유포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소년법이 적용되면 단기 5년, 장기 10년형 이상의 징역형을 받지 못한다.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잘 하면 단기만 복역해도 출소할 수 있다. 
 
경찰의 신상 공개도 피해갈 수 있다. 신상공개 대상이 되려면 ▶성인이면서 ▶성폭력ㆍ살인ㆍ강간ㆍ강도 등을 저질렀고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감 생활 잘하면 2년 6월…"처벌 강화" 목소리

지난해 A군과 유사한 범행을 벌였던 10대들은 최소 2년 6월 형만 받는데 그쳤다. 15~18세 사이 가출 청소년 4명으로 구성된 속칭 ‘가출팸’이었던 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른 가출 청소년에게도 성매매을 권유하거나 음란 영상 촬영을 강요했다. 피해 청소년에게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준 뒤 “남자친구의 빚을 갚아줘야 된다”며 협박하는 식으로 10차례 성매매를 시켰다.
 
이들은 피해 청소년에게 “동영상을 찍어 남자들에게 먼저 보내면 돈을 더 잘 준다”며 음란물 출연을 강요하기도 했다. 변기물로 입안을 헹구는 등의 폭행도 저질렀다. 아청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단기 2년 6월~장기 4년의 형만 선고받았다.
 

외국도 청소년엔 관대…잔혹 범죄는 처벌 강화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외국의 경우도 일정 나이 이하의 미성년자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보호 처분만 하고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 북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14세)보다 기준 나이가 높은 반면 영국, 호주가 10살로 더 엄격한 편이다. 그 이상 나이의 미성년자도 통상 성인보다는 낮은 형량을 받는다. 다만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잔혹해지면서 외국도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2010년 일본 법원은 미야기현에서 3명을 살해한 만 18세 소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2009년  미국에서는 9살 어린이를 살인하고 암매장한 15살 소녀에게 종신형이 선고됐고, 영국에서도 엘튼 존 공연에 폭탄 테러를 계획한 1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에 대해서는 매년 논란이 분분하다. 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거나 양형 기준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근본 원인부터 파악하자는 지적도 있다. 조현수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성년자들이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좀 더 가볍게 처벌하자는 취지이고, 일반 성인 범죄자로부터 격리시켜 또 다른 범죄에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성범죄에 대해 대법원의 양형 기준 자체가 무른 건 아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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