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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만에 가장 빠른 서울 벚꽃…제주에서 사흘만에 달려왔다

중앙일보 2020.03.27 15: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여의도 벚꽃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도 벚꽃이 피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에 벚꽃이 개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여의도 벚꽃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도 벚꽃이 피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에 벚꽃이 개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에 벚꽃이 피었다고 기상청이 공식 발표했다.
 
남쪽 제주도에서 벚꽃이 개화한 지 사흘만이다.
제주에서 서울까지는 450㎞가 넘는 거리인데, 사흘 만에 꽃소식이 전해진 셈이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에 지정된 왕벚나무가 개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서울의 벚꽃 개화는 1922년 서울에서 벚꽃 관측을 시작한 이후 지난 99년 기간에 가장 빠른 것이다.
지난해(4월 3일)보다는 7일, 평년(1981~2010년 30년 평균, 4월 10일)보다는 14일이 빠르다.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기상관측소(서울 종로구 송월길 52)에 지정된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서울 시내 다른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려도 이곳에 벚꽃이 피지 않으면 공식 개화로 기록되지 않는다.
 
한 나무에서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로 판단한다.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빠른 개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연합뉴수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연합뉴수

*2020년은 3월 26일까지 평균치(작성: 강찬수 기자)

*2020년은 3월 26일까지 평균치(작성: 강찬수 기자)

올해 개화가 이른 것은 1~3월 높은 기온이 유지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1~3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3.6도로 평년 1.3도보다 1.3도나 높았다.
3월 28일 벚꽃이 개화했던 지난 2014년의 경우도 1~3월 평균기온이 3.1도로 평년보다 크게 높았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울 지역 벚꽃 개화 시기는 전체적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1980년대는 평균적으로 4월 12일에, 1990년대는 4월 10일에, 2000년대는 4월 7일, 2010년대는 4월 5일에 개화해 10년에 이틀가량 앞당겨지고 있다.
 
강원도 강릉의 경우도 1980년대에는 4월 10일에, 1990년대에는 4월 6일에, 2000년대는 4월 2일로 10년에 나흘씩 앞당겼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다시 4월 4일로 늦춰졌다.
 
남쪽 제주시의 경우는 1980년대 3월 28일에서, 1990년대 3월 26일, 2000년대 3월 22일로 앞당겨졌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3월 25일경에 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제주도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15일 늦었고, 2000년대는 16일 늦었지만, 최근에는 그 차이가 12일로 줄었다.

 
한편,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봄꽃 축제를 취소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도 꽃구경을 위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벚꽃축제 취소 및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벚꽃축제 취소 및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봄꽃 개화는 기온이 좌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4일 서울 여의도에 만개한 개나리와 꽃망울을 막 터뜨린 벚꽃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연합뉴스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4일 서울 여의도에 만개한 개나리와 꽃망울을 막 터뜨린 벚꽃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연합뉴스

봄꽃 개화 시기는 2~3월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그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북반구 온대지역의 낙엽 식물이 봄꽃을 준비하는 것은 한 해 전 여름부터다. 하지(夏至)가 지나고 낮이 짧아지면 식물의 조직 일부가 꽃눈으로 분화한다.
 
꽃눈 조직은 가을에 날씨가 차고 건조해지면 잠에 빠져든다.
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우려면 일정 시간 추위를 겪어야 한다.
추위의 총량, 즉 냉각량(冷却量·저온요구량)을 채워야 한다.
냉각량은 식물 종마다 다르다.
 
겨울이 깊어지고 냉각량이 정해진 수치에 도달하면 식물은 잠에서 깨어난다.
개화를 막는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꽃이 피려면 이번에는 ‘따뜻한 온도’에 일정 시간 노출돼야 한다.
정해진 만큼의 가온량(加溫量·고온요구량)이 쌓여야 한다.
 
서울대 이은주 생명과학부 교수와 허창회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은 2006년 논문에서 식물 종마다 기준 온도가 있다고 밝혔다.
그 기준 온도와 일평균 기온 차이가 누적되고, 그 값이 일정량에 도달하면 꽃이 핀다고 설명한다.
 
벚꽃의 경우 기준온도가 영상 5.5도이고, 성장온도(Growing degree-day, GDD)가 106도에 이를 때 꽃이 핀다는 것이다.
성장온도는 일평균온도에서 기준온도를 뺀 값을 하루하루 누적한 값이다.
 
개나리·진달래·배·아까시나무의 기준온도는 각각 4.1도, 4도, 5.3도, 8.3도로 산출됐다.
또, 성장온도는 각각 84.2도, 96.1도, 138도, 233도였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맨 먼저 피고, 그다음 벚꽃과 배꽃이, 마지막에 아까시나무가 꽃을 피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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