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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도 홀짝제…'대출 병목' 해소 방안 "5일내 대출"

중앙일보 2020.03.27 14:00
소상공인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긴급대출 ‘병목 현상’을 풀기 위해 금융기관 역할을 나누고,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진흥기금을 통한 1000만원 대출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홀짝제'로 운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돈줄이 꽉 막힌 소상공인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ㆍ중소벤처기업부ㆍ금융위원회는 27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기업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당장 죽게 생겼는데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내놓은 대책이다.
 
기업자금 지원 방안의 핵심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신용등급 1~3등급 소상공인에게 연 1.5% 금리로 7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내용이다. 총 12조원 규모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상담→서류신청→현장실사→보증심사→보증서 발급→은행 대출’ 절차를 거친다. 종전에는 모든 절차가 1~2주 이내에 끝났지만, 신청이 폭주하면서 상담을 받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기재부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 간 역할ㆍ업무부터 나누기로 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기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심 자금 공급 채널을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 세 가지 채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3조5000억원 규모 이차보전(利差補塡ㆍ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할 때 금리와 금융 기관이 대출할 때 금리 차이를 정부가 메워 주는 것) 대출에 집중한다. 신용등급 1~3급 대상으로 대출금리 1.5%를 적용한다. 금리 적용 기간은 1년이다. 보증료(0.5~0.8%)도 받지 않는다. 4월 1일부터 시행한다. 신청한 뒤 5일 내 대출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5조8000억원 규모로 신용등급 1~6급 대상으로 대출해 준다. 소액 대출(3000만원 이하)에 대해 지역신용보증재단 심사를 기업은행에 위탁하기로 했다. 대출·보증을 동시에 진행해 집행 기간을 5일 내로 줄인다. 김 차관은 “기업은행 대출의 경우 시행 초기인 4월 하순까지 신청접수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처리 기간이 2~3주가량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진흥기금으로 배정한 2조7000억원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푼다. 은행을 통한 대리대출(지역신용보증 필요)이 아닌 소상공인진흥기금 1000만원 직접대출(지역신용보증 불필요)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1인당 보증대출한도는 7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줄서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출생연도 뒷자리를 기준으로 한 홀짝제도 시행한다. 김 차관은 “홀수 날짜에는 생년이 홀수인 경우, 짝수 날짜에는 생년이 짝수인 경우에 신청할 수 있다”며 “당장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홀짝제가 정착된다면 지금보다 대출신청 관련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받기 전 단계 불편도 줄인다. 소상공인이 대출 신청 전 신용등급을 사전조회해 본인에게 적합한 대출기관을 방문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나이스 평가정보 홈페이지(www.credit.co.kr)를 통해 4개월 태 한번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방문해도 조회할 수 있다.
 
고질로 지적된 제출서류 간소화도 추진한다. 사업자등록증명ㆍ임대차계약서ㆍ통장사본 서류만 준비하도록 했다. 상시근로자, 매출ㆍ납세 증빙 등은 소상공인진흥공단 행정망을 활용해 확인하기로 했다. 병목 현상이 집중된 지역신용보증기금 중앙회의 재보증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려 보증 공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대출기관으로부터 복수로 대출받는 건 제한한다.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에게 고의ㆍ중과실이 없다면 면책 규정을 적용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생계가 어렵지 않은데도 긴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까지 몰리면서 꼭 필요한 사람의 대출까지 밀렸다”며 “일단 시장금리로 대출해준 뒤 나중에 조건에 맞는 소상공인은 1.5%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시장금리를 적용하는 ‘선(先) 대출, 후(後) 심사’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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