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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34억 아파트 19억 신고, 그런 공직자 “괜찮다”는 정부

중앙일보 2020.03.27 06:00
 
이강덕 포항시장은 12억원 가치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14억원에 전세를 놓고 있다고 신고했다. 언뜻 보면 집값보다 전세값이 큰 ‘깡통주택’ 같지만, 이 아파트 동일 면적(121.08㎡) 최근 거래가는 24억3000만원이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사이트).

[팩플데이터] 2020년 고위공직자 재산 검증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137.47㎡)도 비슷하다. 배우자 명의로 8억2000만원이라고 신고하고, 이 아파트 임대보증금은 8억원이라고 적었다. 아파트값과 전세값 차이를 2000만원으로 신고한 것이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2387명의 81%(1939명)는 주택을 한 채 이상 갖고 있고, 이들의 주택 자산은 1인당 평균 7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보다 축소된 액수다. 재산 신고를 대부분 공시지가로 하는데, 실거래가와 차이가 커서다.
 
중앙일보 '팩플'이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대통령·국회의원 등 정무직과 1급(또는 '가' 등급) 이상 고위공무원, 고위 법관, 고위 검사 등이 재산을 매년 공개한다. 이번 공개 대상은 2387명이다.
  

①1인당 주택자산 7억원..."실제는 더 높다"  

·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2387명의 총 주택 자산은 1조 3522억원, 1인당 평균 7억원 수준이다(전세권 제외). 단, 대부분 공시지가 기준.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신고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207.82㎡) 가격은 지난해 공시지가인 19억2800원. 하지만 시세(KB부동산)는 지난해 12월 기준 30억~34억원이었다. 신고가와 10억 이상 차이가 난다.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억4400만원으로 신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139.74㎡) 시세는 17억~19억원이다(국토부 실거래가). 
·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공시지가와 매매할 경우 거래가격 중 더 높은 가격을 적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② 같은 아파트인데...10억원 차이?

· 같은 아파트인데 재산신고 가격이 10억원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140.81㎡)를 매입가인 23억 3000만원으로 신고했다.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같은 단지 비슷한 면적 아파트(140.92㎡)를 공시지가인 12억 8800만원으로 신고했다. 
·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국토교통부에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차이를 줄이는 정책을 실행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집단별 다주택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위공직자 집단별 다주택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③ 14억원 아파트 보유하고도 재산은 -2억

· 시세와 공시지가 차이가 큰 주택을 보유할수록, 재산이 적게 신고되는 구조다.
·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아파트를 11억3000만원에 전세 주고 있다고 신고했다. 전세금은 채무로 잡힌다. 윤 차관이 신고한 이 아파트 가격은 13억 5200만원. 즉, 반포동 아파트는 윤 차관의 재산에서 부동산 13억에 빚 11억, 총 2억원으로 계산된다.
·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장은 "시세와 차이가 커 재산 신고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정부가 부동산 재산 신고 기준을 엉터리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2020 공직자 재산공개

④ 대통령도 나서 "집 팔라" 당부했건만...

· 고위공무원의 다주택자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 주택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전체의 26.3%. 지난해 26.8%에 비해 0.5%p 주는 데 그쳤다.
· 청와대는 지난해 47명 가운데 12명(25.5%)이 다주택자였지만, 올해는 2명이 더 늘어나 14명(29.8%)이 됐다.  
· 청와대·국회·정부·지자체·사법부 중, 국회의원과 국회 공직자 323명이 포함된 국회의 다주택자 비율이 30.7%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33.6%) 보다 2.9%p 떨어지긴 했다.
· 법원·헌법재판소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3.1%p(22 →18.9%) 낮아졌고,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보다 1%p(24 → 25%) 올랐다.
 
정부 주요 부처 고위공직자 다주택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 주요 부처 고위공직자 다주택자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 행정부 고위공직자 다주택자 비율이 지난해보다 1.6%p(29.5 → 27.9%) 감소했다. 
· 부처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주택자 비율이 51.3%(39명 중 20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해양수산부(45%)-교육부(41.3%)-중소벤처기업부(40%)-산업통상자원부(35.5%) 순이었다.
·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고위공직자 33명 가운데 8명이 다주택자다.
 
김원·심서현 기자 kim.won@joongang.co.kr
주택 수 이렇게 셌습니다.
'주택 수'는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한 아파트·단독주택·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분양권의 수'를 말한다. 법에서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상가는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주상복합시설은 재산 공개에 적은 주소지만으로는 주택인지 상가인지 알 수 없어 이번 집계에서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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