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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윤석열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중앙일보 2020.03.27 00:54 종합 32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코로나가 다시 불러낸 알베르 까뮈의 장편소설 『페스트』는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정반대의 행동과 해석을 내놓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모순되고 불합리하게 살아가는지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족 의혹 제기 통해 무력화 시도
총선 뒤 울산사건 수사 재개 우려
헌법 가치 지키는 불쏘시개 필요

코로나 집단감염의 와중에 불거진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사회적 바이러스다. 시대적·공간적 특수성에 따른 갈등과 투쟁의 과정으로 말하기엔 그 배경과 경과가 부박하다.
 
윤 총장을 향한 의혹은 크게 네가지다. 윤 총장 장모의 ①잔고증명서 위조 ②채권투자 동업자 상대 사기 ③요양병원 운영과정서 의료법 위반과 ④부인의 불법 주식투자 의혹이다. 최근엔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윤대진 검사장의 형 사건에 윤 총장이 불법으로 간여했는지를 탐문 중이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수년 전부터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뤘던 내용들이다. 윤 총장이 과거 정부를 겨냥한 적폐수사를 벌일 때 보수 성향의 정치인과 언론 매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 지검장 장모 거액 사기 사건 연루’ ‘300억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등의 자극적 제목이 함께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장제원·민경욱 의원이 장모와 처를 정치적 공세의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친정부 인사들과 매체들은 필사적으로 윤 총장을 방어했다.
 
“취재를 깊게 해봤는데 신빙성이 하나도 없다. 장모 얘기 함부로 하면 명예훼손에 걸린다” (주진우, 지난해 6월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 “실제로 비위나 외압의 본질이 없다. 너무 낮은 급수의 공격이다”(김어준, 지난해 7월) “대윤·소윤 당신들은 나한테 한번만 걸리면 간다는 마음으로 참 열심히 조사했는데 사건이 안되더라. 그래서 포기했다”(박지원, 지난해 7월 KBS 라디오)고 했다.
 
불과 두달 뒤인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기류가 싹 바뀌었다. 공수(攻守) 교대가 이뤄진 것이다.
 
“조국 장관 딸의 봉사 표창장이 위조라며 가정집 11시간 압수수색하던 윤석열 총장, 자신의 장모 350억 잔고 증명서 위조건은 덮어질까”라며 포문이 열렸다. 이후 인터넷과 방송 등의 매체들은 상반된 시각으로 윤 총장을 향해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보수와 진보 여부를 떠나 이런 보도 태도를 어떻게 봐야할까.
 
언론이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보도를 감행하는 건 당사자가 공인(公人)일 때이다. 우리의 경우 고위 정치인과 공직자 등을 비롯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들을 공인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윤 총장은 공인에 해당 하지만 그 가족들은 공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사건에 윤 총장이 어떻게 직권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개입 했는지가 보도의 중심이 돼야 한다.
 
개인간의 재산상 분쟁을 둘러싼 논란을 공적인 관심사로 볼 수 있을까. 조국 가족의 입시비리라는 공적 영역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장모 사건에 대입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보도는 정제되지 않은 사실과 이를 옹호하는 거친 댓글로 버무러져 있다. “윤 총장님 자한당 놈들 모두 모가지 쳐주세요”라며 그를 옹호했던 한 네티즌은 “석열아 왜 사니. 욕나온다. 쓰레기XX”로 정반대의 댓글을 달았다. 영혼없는 ‘대깨문’들이다.
 
왜 이들은 ‘우리 윤 총장’을 집단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검찰 쿠테타 세력’의 핵심으로 윤 총장을 지목한 전직 법무부 인권국장은 사실상 블랙리스트나 다름없는 것을 내놓으며 뭘 기대했던걸까. 자신은 고급 일제차를 갖고도 ‘항일(抗日)’을 외친 전직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은 왜 기를 쓰고 총선에 나올까. 윤 총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들은 뭐가 그렇게 두려울까.
 
총선 이후 이뤄질 검찰발 뉴스는 이 정권에겐 자칫 ‘쓰나미급’이 될 수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에 대한 수사 재개는 권력자들의 운명을 뒤흔들 수 있다. 때문에 정권은 선거에 이기면 그 여세를 몰아 윤 총장을 흔들것이고, 패배하면 후환이 두려워 윤 총장을 내쫓으려 할 것이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계기 중 하나가 별건 수사였다. 한비자에서 유래한 ‘취모구자(吹毛求疵·입으로 털을 불어가면서 허물을 찾아냄)’를 경계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정신을 위해 누군가는 불쏘시개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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