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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은 진화 중, 에너지 절감 ‘수퍼-E’ 하우스까지 등장했다

중앙일보 2020.03.27 00:04 경제 6면 지면보기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내부. 우상조 기자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내부. 우상조 기자

“아직도 목조주택이라고 하면 옛날 통나무집만 떠올리나 봐요. 와서 보고는 이게 목조주택 맞냐고 물어요.”
 

‘5-Star’ 인증 인천 논현동 주택
누나와 동생네 가족 ‘따로 또같이’
목조 생산 에너지 덜 들고 단열효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최근 동생 부부네와 나란히 집 짓고 이사한 김란주(54)씨의 말이다. 김씨는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를 떠나 주택에서 살아보는 꿈을 꾸었지만 실현할 줄 몰랐다”며 웃었다.
 
김씨 가족과 그의 동생 가족이 소유한 집은 에너지 절감에 방점을 찍은 친환경 목조 주택. 국내서 ‘고단열·고기밀’의 품질(캐나다우드 ‘수퍼-E’, 한국목조건축협회 ‘5 Star’)을 인증받은 주택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더구나 두 집이 벽을 맞댄 듀플렉스(Duplex) 구조로 이 인증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목조주택의 최첨단 진화 모델인 셈이다.
  
‘친환경 주택’이 목표였다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 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내부. 우상조 기자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 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내부. 우상조 기자

건축가 강승희(노바건축 대표)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한 김씨는 “내가 살 집만큼은 환경 호르몬이 없는 집으로 짓고 싶었다. 목조주택 작업 경험이 많은 건축가를 수소문하다가 강 소장을 만났다”고 했다.
 
강 소장의 목조건축 경력은 18년. 건축가 주대관(건축가·도시문화연구소 대표)소장이 2002년부터 추진한 농촌 집짓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목조주택 작업을 해왔다. 이번 주택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유럽식 ‘패시브하우스(Passivhaus)’와 견줄 만큼 에너지 효율과 공기의 질, 내구성을 높여 공식기관에서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벽을 맞댄 두 채의 ‘다른 집’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외부. 두 집이 벽을 맞댄 듀플렉스 구조로는 처음으로 국내서 캐나다의 ‘수퍼-E’인증 을 받았다. 에너지 효율, 쾌적성, 내구성 등 성능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우상조 기자

각각 4인으로 구성된 누나와 동생 가족이 함께 지은 인천 논현동 ‘수퍼-E주택’ 외부. 두 집이 벽을 맞댄 듀플렉스 구조로는 처음으로 국내서 캐나다의 ‘수퍼-E’인증 을 받았다. 에너지 효율, 쾌적성, 내구성 등 성능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우상조 기자

20대 남매를 둔 누나 가족과 취학을 앞둔 쌍둥이 형제를 둔 남동생 가족은 한국주택공사(LH)에서 분양받은 300㎡(약 90평)에 127㎡(38평, 바닥 면적) 규모 집을 지었다. 1~2층 합친 연면적이 약 198㎡(60평)이다. 두 집의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누나네는 1층에 부부 침실과 부엌, 거실을, 2층에 자녀들 방을 만들었다. 반면 동생네는 1층엔 부엌과 거실만 두고, 2층에 부부 침실과 아이들 방을 만들었다. 강 소장은 “찬장 높이를 2.7m(보통 아파트는 2.3m)로 해 넓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내부는 완벽하게 다른 두 집이지만, 마당과 2층의 테라스 공간은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첨단 목구조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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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첨단 주택’으로 인정받는 건 바로 철근·콘크리트와 견줄 만큼 단단하게 집을 지탱하는 목재 덕분이다. 강 소장은 “내진 성능 강화를 위해 최근 북미에서 개발한 목재(중판내력벽·Mid-Ply Wall)를 썼다”며 “국내에선 생소한 공법이지만 공학적으로 벽체의 하중을 분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짓는 과정도 독특했다. 건물의 벽체와 지붕, 바닥 등의 구조체를 공장에서 패널 형태로 만들어 와 공사 현장에서 결합했다. 이른바 ‘레디 메이드’다. 시공을 맡은 홍규택(나무이야기 대표) 소장은 “건축 및 구조 설계 등 제작 도면을 치밀하게 만든 뒤 구조체를 제작함으로써 정확하고 빠른 공사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지난 20년간 공학 목재가 진화했음에도 국내에선 목조 건축물이 불과 물에 약하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이라며 “해외에선 초고층 목조빌딩에 도전하고 있는데 목조건축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에선 정작 많은 사람이 ‘목조=통나무집’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아쉬워했다.
 
해외는 지금 ‘초고층 목조빌딩’ 도전 중
 
국내에선 목조 건축이 주로 ‘단독 주택’에 한정돼 있지만 해외에선 목구조로 고층 빌딩 짓기가 한창이다. 나무(wood)와 고층빌딩(skyscraper)를 결합해 ‘우드스크레이퍼(woodscraper)’란 신조어도 생겼다. 목조 건축이야말로 미래 건축의 혁신적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건축가들도 많다. 캐나다·노르웨이 등지에서 첨단 기술로 생산해낸 목재(CLT와 글루램 등)가 콘크리트와 강철을 대체할 만큼 강하고, 생산에 드는 에너지가 적어 콘크리트보다 ‘친환경’ ‘미래형’ 소재로 가장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8.5층 높이의 아파트 건물이 완공돼 주민 입주가 시작됐다. 목조 건축으로 유명한 C. F. 뮐러 아키텍츠(C. F. Møller Architects)가 설계했다. 건축 전문매체 아키데일리(Archidaily)는 “이 목조 아파트의 벽, 빔, 발코니 등은 공학 목재인 CLT(cross-laminated timber)로 만들어졌다”면서 “글루램(glulam)등 첨단 소재로 추가 마감재 없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존 최고층 목조 건축물은 노르웨이 중부 브루문달 인근의 ‘미에스토르네’로 85m높이, 18층 규모다. 그 안에 72개의 호텔 객실과 식당, 사무실, 33개의 아파트 등이 있다.
 
2018년 일본의 목재 회사 수미토모 목재(Sumitomo Forestry)도 창립 350주년을 기념해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빌딩(이름은 ‘W350’, 70층)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은 지난해 4월 준공된 경북 영지 가흥택지에 자리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한그린 목조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높이는 19.2m다. 이 건물에는 2시간 내화(耐火) 조건을 갖추기 위해 25㎝가 넘은 두꺼운 합판 형태의 재료와 접합기술 등 건축기술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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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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