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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탐욕에 멍든 유니콘은 비극” 옐로모바일 전 임원의 고백

중앙일보 2020.03.27 00:04 경제 5면 지면보기
옐로모바일, ‘한때 유니콘’이다. 2014년 기업가치 1조원을, 이듬해 4조원을 찍은 옐로모바일은 모바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140개 이상을 인수하며 ‘모바일 벤처 연합체’를 표방했다. 옐로모바일은 인수하려는 기업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초고속 M&A를 성사시켰다.
 
그랬던 회사가 현재는 투자자 및 인수했던 스타트업들과 수십 건의 송사에 휘말려 있다. 주식매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생긴 갈등이다. 2017년과 2018년 연결재무제표에 대해 2년 연속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다. 옐로모바일의 회계자료를 검증하기 어렵고 법인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평가였다. 현재도 서류상으론 80여 개 회사가 그룹으로 묶여 있지만,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매각에 나섰다. 옐로모바일은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최정우 옐로트래블 전 대표. 최 전 대표는 옐로모바일 그룹의 중간지주사 다섯 곳 중 하나인 옐로트래블의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정우 옐로트래블 전 대표. 최 전 대표는 옐로모바일 그룹의 중간지주사 다섯 곳 중 하나인 옐로트래블의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옐로모바일 그룹에서 6년 가까이 일한 임원이 입을 열었다. 최정우(41) 옐로트래블 전 대표다. 최 전 대표는 옐로모바일에 대해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경영 역량이 부족했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조직적으로도 재무적으로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옐로트래블은 옐로모바일 산하 중간지주사 5곳 중 하나다. 대기업 회계사 출신인 최 전 대표는 친구의 권유로 2014년 7월 옐로모바일 그룹에 합류했다. 여행 사업을 맡으며 모회사 경영진과 창업자 이상혁(48) 대표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최 전 대표는 옐로모바일에서 일하며 겪은 경험을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북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에도 최근 공개했다.
 
이상혁 대표

이상혁 대표

옐로모바일은 왜 이렇게 됐나.
“경영 능력이 부족했다. 금융 지식이 너무 없었다. 이사회도 견제 기능을 못했다. 무조건 ‘빠르게 인수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목표였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되기 전까지는 피인수 기업에 대한 실사도 안 하고 M&A를 했다. ‘3번 만나서 영업이익의 4배수 값에 인수한다’는 게 옐로모바일의 M&A 원칙이었다.”
 
글로벌 컨설팅펌과 대기업 출신도 많았는데 그런 원칙에 이의가 없었나.
“그런 원칙을 가진 대표가 대규모 투자를 너무 잘 받아와서 기업가치를 조(兆) 단위로 키우고 있으니 거기에 토를 달지 못한다. 임원들도 옐로모바일 지분 가치가 커지니 들뜬 분위기도 있었다. 꼼꼼하게 위험을 점검하자고 하면, ‘사업을 안 해보고 대기업에서만 일해봐서 그렇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보다는 대표와 가까이 지내려는 사내정치 능력이 중요했다. 다만 나는 여행사업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따로 검토를 하곤 했다.”
 
옐로모바일이 2016년 질적 도약을 선언하며 공개했던 포스터. [사진 옐로모바일]

옐로모바일이 2016년 질적 도약을 선언하며 공개했던 포스터. [사진 옐로모바일]

투자를 잘 유치한 비결이 있었을텐데.
“옐로모바일이 성장하던 때는 모바일 스타트업에 돈이 몰려들던 시절이었다. 옐로모바일도 기업인수를 통한 성장을 비전으로 내세워서 주목 받았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옐로모바일에 불리한 조건하에 받은 투자들이 많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잃을 게 없는 수준으로 좋은 조건인데 투자 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일정 기간 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옐로모바일이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가는 조건 등이다.”
 
스타트업들은 이런 기업에 왜 자기 회사를 팔았을까.
“사업을 10년 이상 해도 창업자는 늘 외롭고 불안하다. 창업자가 엑시트(이익 실현)할 방법도 별로 없고, 자금조달 경험도 별로 없다. 그런데 초반에 옐로모바일에 인수됐던 기업 대표들은 100억원 이상 벌어 나가기도 했다. 이걸 보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수천억원을 투자받았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계속 인수하는 데 썼다. 유니콘이 되고 나서도 옐로모바일은 늘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인수대금을 지급 못해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국내외 화려한 인사를 영입하고 사외이사에 앉히는 등 과시용이 많았다. 사업에 필요한 돈도 운영 미숙으로 다 새어나갔다. 관계없는 회사를 인수했다가 갑자기 취소하고 위약금을 물어주기도 했다. 위기가 시작됐을 때 구조조정을 적절히 했어야 하는데, 그룹이 더 높은 밸류(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계속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리스크 관리가 안됐다.”
 
지주회사 형태로 140여 개 기업을 둔 옐로모바일은 공정거래법상 부채가 자본의 2배를 넘기면 안 되지만 2017년 부채비율은 700%가 넘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제 와서 왜 이런 얘기를 하나.
“나는 유동성 위기를 확인하려는 투자자의 질문에 ‘회사에 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는 이유로 이 대표와 큰 갈등을 겪었다. 쫓겨나듯 밀려난 후 공황장애를 겪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다가 벌여놓은 옐로트래블을 잘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내 경험이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단 생각에 이르렀다. 누구나 혁신을 말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다. 규모에 맞는 경영능력을 갖췄더라면 옐로모바일이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중앙일보는 창업자인 이 대표의 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이 대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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