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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단기 국채 ‘마이너스 금리’

중앙일보 2020.03.27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AFP=연합뉴스]

미국의 3개월짜리 국채 금리가 2015년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개월 동안 돈을 맡긴 투자자가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 것이 배경이다. 언제든지 금융시장에서 달러로 바꿀 수 있는 미국 국채는 불황기에도 안전한 자산으로 통한다.
 

경기 침체로 투자처 잃은 돈 몰려
3개월물 국채 한때 연 -0.038%
10년 장기국채도 0.7%대로 하락
그린스펀 “마이너스 금리 곧 보편화”

2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전날보다 0.066%포인트 낮은 연 -0.038%를 기록했다. 1개월 만기 국채 금리도 연 -0.05%로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초단기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몰려 채권값이 상승(금리는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미국의 초단기 국채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하루짜리 연방기금 금리)보다 낮아졌다. 올해 초 연 2%에 가까웠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미 0.7%대까지 낮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Fed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내렸다.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독일·프랑스·스위스 등에선 이미 장기 국채도 마이너스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14조3000억 달러(약 1경76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말에는 16조80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월까지 감소 추세였던 마이너스 채권은 지난달을 고비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상식적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마이너스 채권을 사는 것보다는 현금을 들고 있는 게 이익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채권을 살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대형 은행이나 금융회사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를 일정 부분 보유할 수밖에 없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둘째 금리 추가 하락(채권값 추가 상승)의 기대감이다. 경기침체가 심각해져→금리가 더 떨어지면→채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0.25%로 떨어지면 단기 국채 금리는 대부분 마이너스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월가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시장금리의 지표로 간주한다. 미국 국채 금리가 더 내리면 이미 마이너스인 일본·독일 국채 금리도 더 하락(채권값 상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시장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추가로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줄어들면 채권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18년간 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해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마이너스 금리가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 금리가 무한정 떨어질 수는 없다”며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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