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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신사업 올스톱 “생산 생태계 지켜라”

중앙일보 2020.03.27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대기업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재택근무 직원 1300명의 복귀를 위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했다. [사진 구미시]

대기업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재택근무 직원 1300명의 복귀를 위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했다. [사진 구미시]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도 겪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지만 매출이 급감하는 데다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마저 흔들리고 있어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한 대기업 최고경영진)
 

대기업 컨틴전시 플랜 가동
피해 최소화, 현금 확보에 총력전
“비용 선제 절감…장기전 대비하라”
미래 투자는 유지, 반등 준비도

“거의 다 성사됐던 인수·합병을 일단 보류했다. 시장 상황이 극도로 불확실해 신사업은 올 스톱이다. 현금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10대 그룹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이 비상 경영계획(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나섰다.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미국·유럽 등 대기업의 핵심시장이 얼어붙고 있어서다.
 
중앙일보는 25일 국내 10대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 자산규모 기준, 농협 제외)의 컨틴전시 플랜과 경영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잇단 가동중단으로 타격을 받았다. ‘현지생산-현지판매’ 체제가 구축된 삼성전자로선 생산이 중단된 시장에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운 게 걱정이다. 올림픽 파트너사인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 올림픽 연기로 ‘특수(特需)’ 실종이라는 변수까지 발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경기 하락이 장기화하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중단했던 신입·경력 채용을 30일부터 재개한다. 양재동 사옥의 화상면접장.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중단했던 신입·경력 채용을 30일부터 재개한다. 양재동 사옥의 화상면접장. [사진 현대차]

올해 신차(新車) ‘골든 사이클’(경쟁력 있는 제품이 한꺼번에 출시되는 시기)을 기대했던 현대차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유럽·미국에 이어 브라질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는 국내 생산을 늘려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럽 주요 부품사들의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공급망 대란’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반등을 전제로 올해 매출 감소 폭을 10%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조-판매-전략 등 본부별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부품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10대 그룹.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컨틴전시 플랜 가동하는 10대 그룹.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력인 SK그룹은 원가·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화분야의 경우 정제마진(원유와 제품의 가격 차) 하락과 원유 재고평가 손실이 늘어나면서 가동률을 조절하거나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협력사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우선 목표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24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 등 생존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며 “소외되는 조직·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갖추자”고 강조했다.
 
24일 롯데그룹 비상경영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 계열사가 사업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생존’을 강조한 건 유통과 서비스, 석유화학 등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여서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팀(C-TFT)을 만들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매출 감소에 따른 유동성 관리를 위해 전 계열사에 재무관리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기도 했다.  
 
LG CNS는 서울 마곡 본사 일부 출입문에서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해 마스크를 착용한 임직원만 통과시키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LG CNS]

LG CNS는 서울 마곡 본사 일부 출입문에서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해 마스크를 착용한 임직원만 통과시키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LG CNS]

LG그룹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 경영계획을 가동하면서 계열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유화업종이 주력인 한화그룹과 GS그룹도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직접 타격을 받는 한화그룹의 호텔·리조트 사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했다. GS그룹 역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도 추진 중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론 유동성을 확보해 체력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세계 가치사슬(밸류 체인)의 다변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삼성의 경우 반도체 가격, 현대차는 수요·공급 리스크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강기헌·김영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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