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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n번방’에 피해女만 100명…“우리도 국민청원하자”

중앙일보 2020.03.26 05:00

#중국도 91웹사이트 회원명단 공개를 청원합니다(#中国也请公开91网站注册名单)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도91웹사이트 회원명단 공개를 청원합니다' 해시태그.[웨이보 캡처]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도91웹사이트 회원명단 공개를 청원합니다' 해시태그.[웨이보 캡처]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SNS 웨이보에 남기고 있는 해시태그다.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조회 수는 6000만 건을 넘었다. 무엇을 공개하라는 것일까.
 

n번방 사건 중국도 연일 보도 중
2018년 91웹사이트 사건 재조명
동의없이 성관계 찍고 사이트 판매
한국처럼 회원 명단 공개 요구 봇물

‘중국도’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엔 ‘한국처럼' 또는 '한국과 같이' 란 말이 생략돼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사방’을 만든 조주빈(25)을 비롯한 파렴치한들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범죄는 중국에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국 청와대 게시판에 ‘N번방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알려졌다.
 
사건은 중국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2년 전 중국에서 드러난 한 성범죄에 대한 기억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한 남성이 100여 명의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돈을 번 사건이다. 중국 네티즌은 ‘중국판 n번방’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최근 당시 불법 영상을 본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91웹사이트(91网站)로 불린 범죄의 사연은 이렇다.

?91웹사이트 사건의 법인 왕샤오레이가 체포된 뒤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사진 CCTV]

?91웹사이트 사건의 법인 왕샤오레이가 체포된 뒤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사진 CCTV]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등에 따르면 왕샤오레이(王笑雷·41)란 남성은 2015년부터 2018년 초까지 여성 100여 명과 성관계를 가졌는데, 이를 불법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돈을 벌었다. 총 수익만 500만 위안(약 8억 700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91웹사이트란 이름도 왕씨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올린 동영상에 ‘91’이라는 아이디가 포함돼 있어 사람들이 91웹사이트로 부른 것이다. 동영상은 사이트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왕씨는 회원들에게 ‘다션(大神)’이라고 불렸다. ‘항선생(夯先生)’이라고도 불렸다.
 

아내와 딸을 둔 외국계 기업 엘리트 

왕씨는 엘리트였다. 영국 유학파로서 상하이에 있는 뉴질랜드 기업에 근무했다. 연봉은 100만여 위안(약 1억7000만원)이었다고 한다. 키가 180cm가 넘는다는 왕씨는 아내와 딸이 있는 모범 가장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는 공항과 식당, 술집 등을 드나들 때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성이 많다는 점을 알고는 이들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

왕씨는 공범 둘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찍은 왕샤오레이에 대한 중국CCTV 보도장면.[사진 CCTV]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찍은 왕샤오레이에 대한 중국CCTV 보도장면.[사진 CCTV]

난징의 한 프랑스계 기업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리우모씨와 미국 유학생 양모씨다. 왕씨가 불법 촬영을 한 뒤 이를 편집해서 동영상을 만들면, 양씨가 샘플 영상을 사이트에 올리고, 구매 희망자와 연락했다. 리우씨는 해외 회원을 담당했다. 이들은 불법 촬영물을 중국과 해외에 있는 수십만명에게 팔았다.
?왕씨는 공범 2명과 함께 웹사이트에 불법 성관계 영상을 올려 팔았다.[사진 CCTV]

?왕씨는 공범 2명과 함께 웹사이트에 불법 성관계 영상을 올려 팔았다.[사진 CCTV]

이들의 덜미가 잡힌 것은 2018년이다. 2016년 저장성 리수이시 공안은 사이트에 불법 음란물이 올라온다는 인터넷 카페 관리자의 신고를 받고 유포자 추적에 나섰다. 추적은 힘들었다. 2018년 1월에야 붙잡을 수 있었다. 왕씨는 그때까지도 버젓이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체포도 일터에서 이뤄졌다.
 
같은 해 7월 저장성 리수이시 법원은 왕씨에게 징역 11년에 벌금 40만 위안을 선고했다. 다른 일당인 양씨에겐 각각 징역 6년과 벌금 15만 위안, 리우씨에겐 징역 3년형이 내려졌다. 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도덕적 차원의 문제이지 법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물론 한·중 두 범죄엔 차이가 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3.25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3.25 강정현 기자

한국의 n번방 범죄자들은 개인 정보를 빼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했다.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행위를 강요했다. 이렇게 만든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유료 채팅방에 입장한 이들에게 유포했다. 91웹사이트 일당은 왕씨가 여성들과 성관계한 영상을 찍었다.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강요하진 않았지만, 촬영에 여성들의 동의는 없었다. 그리고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판매했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개인이 시작한 범죄가 조직적으로 변했다. 조주빈은 일부 회원들을 동원해 피해자 협박, 채팅방 광고, 가상화폐 환전 등의 업무를 시켰다. 중국의 왕씨도 공범들과 행동했다.
 

성범죄물을 돈 내고 본 회원이 있다는 점도 같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n번방 가입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동의 인원만 190만명에 육박한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n번방 가입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동의 인원만 190만명에 육박한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국엔 약 150만원을 내면서까지 텔레그램 채팅방에 들어가 성착취물을 봤던 N번방 회원이 있다. 중국에도 왕씨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냈던 91웹사이트 회원이 있다.
 
2년 전 왕씨를 처벌할 당시엔 회원 명단 공개 여부가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N번방 회원에 대한 처벌과 신상공개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그러자 중국에서도 “우리도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네티즌이 움직인 것이다.
 
웨이보를 중심으로 “왕씨의 범행에 동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회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글이 잇따르는 이유다. “우리는 어디에 청원해야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느냐”고 묻는 글도 올라왔다.
한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한국의 n번방 사건 관련 뉴스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올린 글. 91웹사이트 사건 회원 명단도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웨이보 캡처]

한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한국의 n번방 사건 관련 뉴스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올린 글. 91웹사이트 사건 회원 명단도 공개하라고 하고 있다.[웨이보 캡처]

한 중국 네티즌의 말이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괴물을 보고 있다. 평범한 방관자들, 이들도 가해자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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