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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女 100명 ‘중국판 n번방’···딸도 있는 주모자 11년형 선고

중앙일보 2020.03.26 05:00
한국에서 텔레그램을 통한 대규모 성 착취 사건('N번방 사건')의 주모자가 드러난 가운데, 해외 유사 사건들이 잇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의 '91 웹사이트' 사건, 싱가포르의 '텔레그램방 사건' 등이다. 
 

영국 유학파 출신 딸 둔 평범한 직장인
불법촬영 동영상으로 8억원 벌어
싱가포르 지하철 몰카 텔레그램방
"회원 최소 1만명 이상"

25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91 웹사이트 회원 명단을 공개해주세요'라는 글의 조회 수가 5800만건을 넘어섰다. 
중국에도 한국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2년 전 일어났다. 지금 그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주모자 왕씨는 "그게 범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출처: CCTV]

중국에도 한국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2년 전 일어났다. 지금 그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주모자 왕씨는 "그게 범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출처: CCTV]

영국 유학을 다녀와 상하이의 한 외국기업에서 근무하던 왕 모씨는 2015년부터 웹사이트에 여성 100여명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올렸다. 이렇게 올린 동영상으로 그는 유료회원제 사이트를 운영했다. 벌어들인 돈만 2018년 초까지 약 2년간 500만 위안(8억7000만원)이었다. 
 
동영상 아이디에 숫자 '91'이 들어가는 이 사이트는 온라인상에서 '91 웹사이트'로 통했다. 
 
누구도 그가 이런 일을 한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왕은 딸까지 둔 가장이자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유료 회원들은 그를 '큰 신(大神)'이라 칭했다. 공범 중에는 미국 유학파도 있었다.  
중국의 '91 웹사이트'의 운영자 중에는 미국 유학파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한 CCTV 보도 장면. [출처: CCTV]

중국의 '91 웹사이트'의 운영자 중에는 미국 유학파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한 CCTV 보도 장면. [출처: CCTV]

왕은 2018년 1월 붙잡혀 같은 해 7월 징역 11년에 벌금 40만 위안(약 70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음란물 촬영·유통을 맡은 두 명의 공범들은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받았다. 왕은 당시 "도덕적 문제이지 위법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그게 범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최근 한국에서 N번방 사건이 주목을 받자 중국에서도 "91 사건에서 동영상을 본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91 사건의 회원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 SNS상에서는 "91 웹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본 사람이나 한국의 (N번방 사건과 관련된) 26만명이나 '웨이관(圍觀·빙 둘러서서 구경만 하는 것)'만 했다"면서 "여성을 그저 오락의 도구로 삼았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지하철 등에서 촬영한 여성들의 몰카를 회원이 있는 텔레그램 방에 공유한 범인과 일당이 지난해 10월 붙잡혔다. 주범은 레오나드 테오(26)였다. 그에겐 17세, 19세, 37세의 공범 3명이 있었다. 두 명의 성인과 두 명의 미성년이 범죄에 가담한 것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26세 남성이 지하철 등에서 불법 촬영한 사진을 텔레그램 방에 공유하는 불법을 저질러 덜미를 잡혔다. 주모자인 레오나드 테오의 프로필 사진. [출처: 페이스북]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26세 남성이 지하철 등에서 불법 촬영한 사진을 텔레그램 방에 공유하는 불법을 저질러 덜미를 잡혔다. 주모자인 레오나드 테오의 프로필 사진. [출처: 페이스북]

테오 역시 겉보기엔 멀쩡한 청년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배우 겸 댄서, 마술사, 인라인 스케이터'라고 소개했다.   
 
텔레그램 방에는 지하철 등에서 여성을 불법촬영한 몰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남자친구가 텔레그램방에 '리벤지 포르노'로 올려 피해를 본 여성도 있었다. 테오 일당의 행적이 덜미를 잡힌 것도 텔레그램 방에서 유출된 사진을 우연히 보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테오의 텔레그램 방에는 '침묵의 방관자'가 다수 있었다. 회원들은 그를 '영웅'이라 칭했다. 문을 닫기 전 이 방에는 최소 1만명, 최대 4만4000명의 회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범인들이 잡히고 나서도 일부 텔레그램 방은 폐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채널 뉴스 아시아(CNA)는 범인 검거 후 싱가포르에서 운영된 텔레그램 방을 전수조사했다. 가장 악명이 높았던 두 개의 텔레그램 방 외에도 성적 사진·동영상을 공유하는 13개의 텔레그램 그룹이 따로 있었다는 게 CNA의 조사결과다. 한 방당 적게는 500명, 많게는 4만명 이상의 회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CNA는 "13개 중에서 6개의 방은 한 방에 1만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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