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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판으로 ‘에피네프린’ “조주빈 인스타 아이디 찾았다”

중앙일보 2020.03.26 05:00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과 그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앙포토, 인스타그램 캡처]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과 그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앙포토, 인스타그램 캡처]

‘에피네프린’.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주범 격인 조주빈(25·별명 박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dpvlspvmfls’)를 컴퓨터 키보드에서 한글 자판이 눌리게 한 상태로 치면 뜨는 단어다. 에피네프린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신경 물질이다. 
 
지난 23일 그가 대학 학보사 시절 썼던 e메일 주소가 공개되면서 네티즌은 이를 바탕으로 그의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그가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찾아냈다.  
 
'#일탈그램' 팔로우하고 있는 해당 계정.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탈그램' 팔로우하고 있는 해당 계정.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당시만 해도 이 계정이 팔로잉하고 있던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6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일탈그램’이라는 해시태그도 팔로잉하고 있었다. 당시 팔로잉 목록에선 항공운항과 대학생 등을 포함한 여대생, 아나운서, 배우, 유명 BJ 등을 찾을 수 있었다. 드물게 남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계정이 있었는데 이를 누르고 들어가면 여성의 누드 사진이 올라오는 계정이었다.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잉 목록은 24일 오후엔 300명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계정이 팔로잉하고 있던 여성들이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오후엔 해당 계정을 찾을 수 없다는 안내가 떴다. 
 

SNS로 번지는 해시태그 운동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 [뉴스1]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 [뉴스1]

조주빈 등이 관련된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도 달라졌다. 최근 SNS에는 n번방 관련 가해자들을 비난하거나 관련 청와대 청원을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취업준비생 A씨(26·여)는 지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인스타그램 친구 중 혹시라도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n번방에 있던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언팔’(언팔로우)하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같은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이번 사건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며 “주변에서도 이런 글을 많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시태그 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챌린지에 참여한 나는 피해자와 연대하고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한 여성은 누구도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말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n번방_텔레그램_탈퇴총공’ ‘n번방_챌린지’ 등과 같은 해시태그가 번졌다.  
 
이 같은 움직임이 여성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운동에 참여 안 했다는 이유로 소외당했다는 불만도 들린다. 서울 A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n번방 태그 공유 안 했다고 사건 방관자냐면서 욕을 먹고 차단당했는데 이렇게 잘못된 일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엔 “무조건 SNS에 공유해야만 이 사건에 분개하는 게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n번방 사건을 공개 언급한 남성 연예인은 주목받는 모양새다. n번방 관계자 전원을 처벌해달라는 의견을 SNS에 올린 작곡가 돈스파이크, 그룹 엑소 멤버 찬열, 가수 정승환 등에겐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인스타그램 팔로어 2000만 명이 넘는 찬열은 “쉽지 않은 일에 동참해줘서 멋지다”는 반응을 얻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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