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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코로나로 바뀔 일상들(초저출산을 포함하여)

중앙일보 2020.03.26 00:43 종합 35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쓸까말까 하던 마스크, 이제는 착용하지 않고 밖에 나가면 나도 주변의 사람들도 뭔가 불안하다. 저녁이나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가능한 피한다. 뭔가 사야할 때 작은 것이라도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마음이 놓인다. 개학이 자꾸 연기되고 대형 학원의 휴강도 길어지면서 학령기 자녀들은 집에서 본인도 모르게 자기주도 학습과 놀이를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있던 각종 회의와 미팅들은 아예 없어지거나 화상회의 등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학에선 가능하면 캠퍼스를 비우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수업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들의 논문지도도 모두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고, 실험실도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운영한다. 많은 회사들은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직군들에 있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로 모든 일상들이 변화
경제적,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초저출산은 갈수록 심화될 듯
새로운 일상 예측할 혜안 필요

지금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우리나라의 확산세가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위험의 강도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위에서 열거한 비일상적인 모습들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변화된 다수의 일상들은 다시 기존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일선 학교가 정상화되면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학원으로 돌아갈 것이고, 쇼핑은 물론이고 사람 구경을 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이들은 백화점과 쇼핑 몰을 찾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일상의 많은 부분들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그대로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면 당연히 제도, 문화 등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도 함께 영향을 받게 된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고 많은 이들은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면 시장은 당연히 안정될 것이다. 그런데 그 안정이 시장을 그대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려놓기 보다는 변화된 일상의 모습만큼이나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소위 대장주가 바뀌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재택근무와 관련된다.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실제 직장에 가지 않고도 업무 처리가 가능하고 또 생산성에도 그리 변화가 없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재택이 가능한 일 혹은 직군이 발굴되면 코로나 사태 이후에 굳이 이들이 회사로 복귀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많은 기업들의 고정 경비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물리적인 공간을 임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재택근무는 이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이다. 기업에 건물 몇 층을 빌려주는 식의 사무 공간 임대 산업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 있다.
 
반면 재택근무를 하는 개인은 집이건 집 주변이건 사무공간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공부방은 자녀들 방이지 내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집 주변 카페도 주변 소음, 보안 등의 이유로 제한적이다. 앞으로 아파트 등의 주거 공간을 설계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홈오피스를 위한 각종 기기들도 마찬가지다.
 
한편 지난 3달 간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도 있고 안타까움도 많았지만 계절이 바뀌어 봄이 돌아오고 꽃망울이 맺히듯 최소한 우리나라는 점차 극복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주의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제 2020년 1월 인구동향이 발표되었고, 3개월 연속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 인구의 자연감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월의 출생아 수도 약 2만7000명으로 2019년 1월에 비해 무려 11.6%나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출생아 수도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월의 출생은 코로나와는 무관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감과 전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는 올해 결혼이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아마도 2021년 1월의 출생아 수는 이미 역대 최저치로 낮은 2020년 1월 출생아수 2만7000명 명에 비해 11.6%보다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2021년 태어날 아이의 수는 2019년 출생아 수 30만 명보다 크게 적은 26~27만 명 정도가 될 것이다.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은 정말로 반등이 어렵다.
 
코로나 사태로 일상에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된 모습이 다시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인구에 발생한 초저출산이라는 변화는 이제 일상이 된 것 같다. 변화될 일상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춰 적응해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터, 이제는 일상과 인구에 발생한 ‘뉴노멀’이 무엇일지 판단할 혜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래도록 기다렸던 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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