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창수 “규제는 일시 동결, 원샷법 전 업종에 적용을”

중앙일보 2020.03.26 00:07 종합 2면 지면보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권태신 상근부회장. [뉴시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권태신 상근부회장. [뉴시스]

“매출 제로 상황까지 내몰린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극심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시한이 그리 길지 않다.”
 

전경련 위기극복 긴급제언 발표
“재정부담 없는 가장 효과적 방법”

기업 내부 진료인력 3624명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활용 제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 위기에 놓인 산업계가 생존을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허창수 회장이 직접 나서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을 발표했다. 허창수 회장은 “우리 경제가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인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만큼 특단의 비상경제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기 극복에 임하는 기업의 책임도 밝혔다.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일자리를 지키고 계획된 투자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전경련은 긴급제언으로 ▶한시적 규제유예 도입 ▶기업활력법(‘원샷법’) 대상 확대 ▶주식 반대매매 일시 중지 등을 포함한 15대 분야 54개 과제를 제시했다. 허 회장은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전경련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한시적 규제 완화를 꼽았다. 돈을 쓰지 않고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최소 2년간 규제를 유예하고, 유예기간 종료 후 부작용이 없으면 항구적으로 이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규제 개혁은 재정부담 없이 기업투자를 촉진해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만큼 일정 기간 규제 효력을 정지하거나 집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를 ‘기저질환을 앓는 고위험군’에 비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는 618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외국인의 대한국 투자와 국내 설비투자는 모두 감소하는 ‘병든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벼랑 끝에 섰다고 표현했다. 권 부회장은 “미증유의 위기상황임을 감안해 국민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유예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생필품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휴일 영업 규제로 매장은 물론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 당장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만 기업도 주 52시간 근로 규제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다. 52시간 근로의 예외를 확대하면 인력 운용의 걸림돌을 없앨 수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는 소위 ‘원샷법(기업활력법)’의 적용 대상도 모든 업종과 기업으로 확대해 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원샷법은 기업이 선제적·자발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유예하는 등 특례를 주는 제도다. 현재는 대상이 과잉공급 업종으로 제한돼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운송업이나 정유업계조차 원샷법을 활용할 수 없다.
 
이 밖에 주가가 떨어질 때 금융사가 담보로 잡은 고객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반대매매를 일시적으로 중지해 달라거나 일본 등과도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외환위기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건의도 있었다. 또 현재 3624명에 달하는 사업장 의료진을 활용해 의사가 있는 기업 사내 진료소를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선별진료소로 활용할 것도 제안했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 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현재의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권태신 부회장은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공동운명체”라며 “과거 대우그룹의 1~2차 협력업체가 1만 개, 1차 협력 종사자만 16만 명에 달했는데 외환위기 때 해체되면서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하고 근로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은 ‘무적함대’가 아니다. 외환위기 때 30개 중 16개가 무너졌다”며 “대기업을 적대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경제위기 지원 대상으로) 포용하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권 부회장은 “미래가 불안한데 돈을 주면 사람들이 저축하거나 빚을 갚지 바로 소비를 하겠는가”라며 “과거 한국이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국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인데 모두 퍼 주면 재정 악화→국가 신용등급 하락→금융시장 악화→경제위기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