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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이 팔로한 여성들 “내 사진도 혹시 n번방에?”

중앙일보 2020.03.26 00:07 종합 5면 지면보기
25일 텔레그램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씨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5일 텔레그램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씨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때 6000명 이상을 팔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팔로 대상자인 여성들은 자신이 잠재적 범행 대상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직업·동선 파악 쉬운 SNS
범행 대상 물색에 악용 가능성

SNS 여성 사진 도용·품평 잦아
성매매 제안받았다는 사람도

조씨의 팔로잉 목록에 들어 있었던 여성 A씨는 “SNS에 일상적인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조씨 같은 사람이 팔로하고 있을 줄 몰랐다”며 “깜짝 놀라서 ‘전체 공개’로 해놓았던 모든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B씨도 “친구가 알려줘서 확인해 봤는데 정말로 조씨가 팔로하고 있어 깜짝 놀라고 소름 끼쳤다. 내 사진도 n번방 같은 곳에 유포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사이버 성범죄나 사진 도용 같은 문제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지인들도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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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SNS를 통해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커 팔로 대상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SNS는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면 동선이나 사는 곳, 직업 등을 유추하기 쉬워 조씨 일당이 신상 파악에 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 도용 및 악용 가능성도 크다. 경찰에 따르면 n번방과 유사 n번방에서는 SNS상의 여성 사진을 도용해 자신의 프로필로 사용하거나 방에 올려 ‘품평’하는 일이 잦았다.
 
조씨 구속에도 불구하고 SNS에는 여전히 일반 여성을 성적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들이 넘쳐나고 있다. ‘매우 좋은 조건의 제안을 드리려 하니 연락 달라’는 식의 댓글을 달거나 팔로 대상자만 받을 수 있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D씨는 “SNS에 운동하는 사진을 많이 올렸는데, 갑자기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레깅스 룸(강남의 변종 성매매 업소) 이야기를 꺼낸 DM이 왔다”며 “바로 차단했지만, 그 사람이 내 사진을 다른 용도로 활용했을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박사방 판매 자금 흐름도

박사방 판매 자금 흐름도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사용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해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유사 사례의 근절을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n번방 반문명적” 수사TF 구성=서울중앙지검은 이날 n번방 사건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강력부·범죄수익환수부·출입국관세범죄전담부 등 4개 부서에서 차출된 검사 9명과 수사관 12명 등 21명으로 구성되며 총괄팀장은 유현정 중앙지검 여조부장이 맡는다. TF는 이날 경찰에서 송치된 조주빈씨 등 박사방 사건을 비롯해 n번방 사건들을 전반적으로 수사한다.  
 
대검찰청도 이날 김관정 형사부장 주재로 전국 여조부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n번방 사건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연·김수민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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