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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퍼부어 수출기업 ‘돈맥경화’ 숨통…11.3조 대출 만기 1년 연장

중앙일보 2020.03.25 11:50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해 수출입은행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한다.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는 추가로 완화한다. 
 
정부는 25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지원책을 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발표한 ‘100조원+알파’ 대책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인적·물적 이동 제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수출입·해외진출 관련 기업들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긴급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조원의 금융 지원은 대출 만기 연장 11조3000억원과 8조7000억원 규모의 대출 공급 및 보증 지원으로 구성됐다.
 

11조3000억원 대출, 1년 만기 유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먼저 정부는 수은과 거래하는 모든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에 대해 만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총 877개 기업, 11조3000억원 규모다. 기존 적용된 금리도 낮춰준다. 중소기업은 0.5%포인트, 중견기업은 0.3%포인트 금리를 차감하고, 중소기업은 이자 납부를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2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도 지원한다.
 
수출입 실적이 부진해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금융보증(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것)을 제공한다. 총 2조5000억원 규모다. 보증료도 기존보다 낮춰 중소기업은 기존의 0.25%포인트, 중견기업은 0.15%포인트 우대한다. 기업이 향후에도 해외사업을 차질없이 할 수 있도록 신용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대출 한도 소진 기업, 2조원 긴급경영자금 지원 

수출입·해외진출 기업 긴급 금융지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출입·해외진출 기업 긴급 금융지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존에 수은과 거래 내역이 없어 신용등급이 없지만 수은의 재무등급 기준으로 ‘5제로’ 등급 위인 외감 중소기업(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신용등급이 없으면 정성평가를 생략하고 재무제표만 보겠다는 것이다. 재무 등급에 따라 5억~100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본 0.5%포인트 금리혜택에 더해 대출상품별로 수은의 마진을 0.3~0.4%포인트 줄여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춘다.
 
코로나19로 수출입 계약·실적이 없거나 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2조원 규모의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한다. 최근 3년간 평균 연매출액을 고려해 중소·중견기업은 평년 매출의 50%까지, 대기업은 30%까지 지원하는 식이다. 금리도 중소기업은 0.5%포인트, 중견기업은 0.3%포인트 낮춰준다.
 

대기업도 자금 지원…은행 재무건전성 비용도 보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연합뉴스.

당초 중소·중견기업만 지원했던 '수출실적 기반 자금(수출실적을 기준으로 필요자금 대출)'을 대기업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총 2조원 규모로 기업별로 과거 수출 실적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대기업과 소재·부품·장비 분야 대기업 등이 대상이다.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기재부 1차관 주재)가 정한 '혁신성장 공동기준'에 해당하는 혁신 기업도 이 같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기존에 있던 지원방안의 경우 즉시 시행하고 새로 도입된 프로그램의 경우 감사원 협의 등을 거쳐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자금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악화할 수 있는 수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 보전도 검토하기로 했다. 2019년 말 기준 수은의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른 자기자본 비율로, 은행 재무 건전성 점검 핵심 지표)은 14.48%다. 
 

은행, 규제 완화해 외화 차입 장려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주원 기자zoom@joongang.co.kr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주원 기자zoom@joongang.co.kr

한편 정부는 금융회사의 외화 차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과도한 단기 외화차입을 막기 위해 외화부채에 대해 일정 비율로 부담금을 내도록 한 것)을 면제하기로 했다. 또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현행 80%에서 완화하기로 하고 이번 주 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LCR은 향후 긴급한 유동성 위기로 자금 인출이 발생하더라도 30일간 은행이 견딜 수 있도록 일정 비율의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한 제도다. 향후 30일간의 순 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가리킨다. 앞서 정부는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외화자금 유출입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던 외환분야 거시건전성 규제 조치들을 현 상황에 맞게 완화해 민간 부문의 외화조달 노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기업 신용부담도 고려해야”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 부실·도산을 막는 등 신속·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후 민간·정책금융기관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자금 지원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규제·노동개혁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금융 지원과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에 국책은행과 함께 민간은행들도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금융지원·회사채 매입 등으로 신용부담을 질 우려가 있다”며 “규제완화와 더불어 인센티브 등 반대 급부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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