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로또 1등' 형제 살인…법원 "모친, 숨진 차남 부동산 회수"

중앙일보 2020.03.25 11:26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한 여성(빨간 원)이 가게 앞에 쓰러진 남편 B씨(49)의 상처 부위를 막으며 지혈하고 있다. B씨는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인근 가게 CCTV 캡처]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 골목에서 한 여성(빨간 원)이 가게 앞에 쓰러진 남편 B씨(49)의 상처 부위를 막으며 지혈하고 있다. B씨는 형 A씨(59)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인근 가게 CCTV 캡처]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인 친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참혹한 범죄다. 이를 지켜본 피해자의 처와 그 자녀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
 

전주지법, 살인 혐의 50대 '징역 15년'
빚 독촉 과정서 동생 흉기 찔러 살해
"이자 갚으라" "양아치" 욕설에 격분

형, 2007년 로또 1등 당첨 12억 받아
누이·남동생 등 가족에 5억 나눠줘
변호인 "우발적 범행" 법원 "계획범죄"

 25일 오전 10시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법 301호 법정. 전주지법 형사11부 강동원 부장판사는 '형제 살인' 피고인 A씨(59)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장기간 격리 상태에서 속죄해야 마땅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 9분쯤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씨(당시 49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A씨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전국적 이슈가 됐다. 과거 로또 1등에 당첨돼 당첨금 수억 원을 가족에게 나눠준 A씨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과정에서 친동생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비극의 씨앗이 된 은행 연체 이자는 100만원이 채 안 됐다. A씨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처벌 불원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처나 딸로부터 전혀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피고인의 모친(피해자의 모친) 등 가족들은 피해자의 처가 피해자와 혼인 신고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 소유의 상속 부동산을 피해자 처의 의사에 반해 피고인 모친 앞으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정신적·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처와 자녀의 상황 등에 비춰 모친 등의 처벌 불원 의사는 이 사건의 유리한 양형 자료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 부부는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실제로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딸을 낳아 양육해 왔다.
 
 앞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당시를 기억 못 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흥분 상태였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속죄하며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전에는 우애가 깊었던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획범죄'로 봤다. "정읍에서 범행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범행 계획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자기가 운영하던 정읍 정육점에서 쓰던 칼을 가지고 35㎞ 남짓 운전해 전주로 왔고, 다시 택시를 타고 피해자가 있는 가게로 이동해 범행에 이용했다"고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직전 어머니와 다른 동생에게 전화로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얘기했다. 범행 직후에는 B씨를 구조하려 하기는커녕 계속해서 B씨를 해치려고 하면서 '내가 오늘 저 자식을 죽이려고 왔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전주지법 301호 법정. 빚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친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59)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준희 기자

25일 오전 전주지법 301호 법정. 빚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친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59)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준희 기자

 A씨는 과거 로또 당첨금 일부를 B씨에게 준 사실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유리한 양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2년 전 피해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수년이 지난 후 피고인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이자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양아치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고 했다.
 
 재판은 7분 만에 끝났다.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온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A씨는 지난 11일 결심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통해 "큰 죄를 지어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뗀 당첨금 12억원가량을 받았다. A씨는 당첨금 가운데 5억여원을 가족에게 나눠줬다. 누이와 남동생 2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줬다. 그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고 한다.
 
 A씨는 본인 몫 7억원 중 일부로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로또 1등 당첨 이후 친구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다 떼이는 바람에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살던 집도 전세였다.
 
 A씨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동생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담보로 잡은 집은 과거 A씨가 로또 당첨금 일부를 B씨에게 줘 구매한 집이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A씨는 담보대출 이자(월 25만원)를 두어 달 밀렸다. 사건 당일 이 문제로 두 사람은 전화로 언쟁을 벌였다. B씨는 A씨에게 "형이 이자를 갚으라"고 독촉하면서 '양아치'라는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정읍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동생 가게가 있는 전주에 갔다. 그리고 승강이를 벌인 끝에 대드는 B씨에게 정읍 식당에서 가져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목과 등을 흉기에 찔린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건 당시 B씨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도 가게 근처에 있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였다.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