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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는 뜨거울때 쳐야"…아베, 칼 빼자마자 내려친 올림픽 담판

중앙일보 2020.03.25 10:46
"쇠는 뜨거울 때 때려야 한다."
 

"시간 끌다간 취소된다" 담판 서둘러
IOC 성명 이틀만에 바흐와 직접 승부
자신이 원하던 1년 연기안 관철시켜
"그리스서 성화 가져오면 취소 못해"
'총리 임기 마치기 전 개최'에 집착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24일 밤 전화 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했다는 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빠른 결론을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전화 회담이 실현됐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당초 IOC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올림픽 연기를 포함해 시나리오를 검토하겠으며, 4주 이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만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시간을 끌다간 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다. 빨리 끝장을 보겠다’는 식으로 달려들었고, 결국 이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직접 담판에서 바흐 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고, 아베 총리 주변엔 구체적인 연기 시기까지 언급하는 데 대한 신중론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1년 정도 연기’를 언급하자 바흐 위원장은 "100% 동의한다"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회담에 동석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경기조직위 회장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 등의 얼굴이 일제히 밝아졌다고 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관객 보다는 1년 연기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3일 전화 회담에서 아베가 올림픽 연기에 대해 언급하자 트럼프는 “1000%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G7(주요 7개국) 전화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겠다”고 했고, 이후 IOC까지 움직여 ‘1년 연기안'을 관철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어떻게든 일본으로 가져오려 했다.  
 
결국 유럽 전체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에 신음하는 와중에도 지난 20일 성화는 특별기편을 통해 일본에 도착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성화를 확보했기 때문에 올림픽의 일본 개최가 확보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취소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뜻이다.
 
요미우리는 “IOC의 판단이 늦어지면 대회가 취소될 수 있고, 그렇다고 올해 개최를 강행하면 각국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실패한 올림픽’으로 끝날 수 있다고 아베 총리는 초조해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개최 시기와 관련해, '1년 연기'와 '2년 연기' 안이 있었지만, 아베 총리는 결국 1년안을 선택했다.
 
내년 9월까지인 자신의 자민당 총재 임기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일본 내엔 퍼져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바흐 위원장에게 “2022년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2년이나 연기되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의미는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아베 총리는 자신의 희망 사항을 모두 관철했다.
  
칼을 뺀 뒤 곧바로 내려치는 속전속결의 모양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경기조직위 회장이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경기조직위 회장이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화 회담 뒤 (총리 선배인) 모리 회장은 아베 총리에게 '잘됐네, 아베 군'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모리 회장과 악수를 했고, 고이케 지사와는 (기쁨의 표시로) 서로 주먹을 맞댔다.”
 
요미우리 신문이 전한 전날의 풍경은 이랬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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