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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 이중성 즐긴 ‘n번방’ 조주빈···전문가가 본 키워드 ‘박사’

중앙일보 2020.03.25 06:01
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25) [봉사활동 NGO 홈페이지]

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25) [봉사활동 NGO 홈페이지]

 
텔레그램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판매한 n번방 '박사' 조주빈(25). 그가 저지른 범죄의 내용은 드러날수록 잔혹하고 가학적이라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한편 조주빈은 봉사활동 NGO 단체 소속 팀장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는 등 이중성이 극심한 사람으로 나타났다. 낮밤이 다른 조주빈의 이중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주빈에게 보이는 반사회적 성격, 반동형성이라는 심리에서 이중성이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전문의들은 다만 대면 진료를 하지 않은 대상의 심리에 대해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의견을 밝혔다. 
 

"조주빈의 이타적 행동…공감에서 나온 행동 아닐 것"

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25, 왼쪽 첫번째)의 사진.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봉사활동 NGO 홈페이지]

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25, 왼쪽 첫번째)의 사진.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봉사활동 NGO 홈페이지]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사회적성격은 다른 사람,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사람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서적 공감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 친사회적 행동의 이용 가치를 머리로 파악해서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빈이 하는 반사회적·친사회적 행동 모두 자신의 이익과 우월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성의학전문의 강동우 박사도 "겉으로는 소신 있어 보이지만 익명성이 보장될 때는 무법천지의 행동을 하는 이면을 드러내는 것은 반사회적 성격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적인 이중성이 있는 경우 낮밤이 다른 특성이 크게 나타난다고 강 박사는 설명한다. 강 박사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회 지도층이 밤에 성기를 내놓고 지나가는 여성의 반응을 즐기거나,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걸리는 추잡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며 이면의 성적인 욕구와 평소 생활에서 사람들 앞에 보여주는 모습의 괴리가 큰 성적 이중성이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적으론 반동형성으로 생긴 이중성일 가능성"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공유방, 속칭 '박사방'의 박사 조주빈씨(25)의 신상공개여부를 판가름할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입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공유방, 속칭 '박사방'의 박사 조주빈씨(25)의 신상공개여부를 판가름할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입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심리학적 측면에서 조주빈의 선행은 '반동형성'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실은 n번방에서 보인 특성이 실제 자신이 가진 특성에 가까운데 심리적 반동형성으로, 자신의 실제 특성을 숨기기 위한 반대급부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등감 강한 사람이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데 집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메인(주요한) 성향과 인격이 있고 그것에서 벗어난 다른 성향이 있어 이를 통합하는 게 과제다"라고 설명하며 "조주빈도 통합의 부족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심하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면 남의 안전을 가볍게 생각하고 자기 목적의 실현 도구로 피해자를 이용하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성격) 성향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범죄 행위와 수익, 자신의 존재감 느끼는 수단" 

조주빈(25)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주빈(25)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의 분석에서 나온 또다른 공통 키워드는 '우월감'과 '쾌감'이다. 스스로 '박사'라고 칭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한 특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 교수는 "그동안의 행적들을 보면 자기애적 성격이 보인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매우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주빈이 다른 사람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성격을 가졌지만 존경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특성도 갖추고 있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거나 조종해 범죄를 저지르고 친사회적 행동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조주빈이 쓴 '박사'라는 단어도 정신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표현이다. 강 박사는 "한편으론 자신의 멋진 모습에 빠지고 한편으론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쾌감을 느낀다"며 "범죄와 범죄로 벌어들이는 수익 모두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수단이자 계급장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임 교수는 조주빈을 "SNS 시대가 낳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조주빈이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이 없는 섬처럼 살아오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신의 내면을 교정하지 못했고 그런 반사회적 특성이 온라인에서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텔레그램 방에서 일어난 건 관음증, 성적 가학, 소아기호라는 성도착적 이슈가 한꺼번에 들어 있어 매우 심각하다"며 범죄로 이어진 성적 이슈를 관계 당국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피해자들이 받았을 충격을 우려하며 이들을 잘 보살피는 것도 수사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홍 교수는 n번방에 들어간 수많은 회원들의 비뚤어진 욕구를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살피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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