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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가고 ‘지옥’이 왔다···벼랑끝 극장 “주말 관객 11명”

중앙일보 2020.03.25 05:00 경제 4면 지면보기

스크린당 주말 관객 평균 11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상영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상영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서울 중심가에 있는 A 멀티플렉스의 한 지점. 8개관(스크린)을 갖춘 이 지점은 스크린당 평균 7회이던 상영 횟수를 3회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3월 1~15일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5%가 줄었다. 극장 1층에 자리 잡은 의류 잡화점과 출입구 양 옆의 커피 전문점과 식당에도 손님이 없어 개점 휴업 상태다. 이 지점 관계자는 “스크린당 관객은 평일 기준 5명, 주말은 평균 11명 수준”이라고 한숨지었다. 손님보다 응대 직원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3월 매출은 1억100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인건비와 임차료에만 매달 2억7000만원을 쓰고 있는 이 지점의 손익 분기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코로나 19 쇼크, 극장 매출 73% 감소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4관왕 달성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 영화 산업의 핵심축인 극장 업계는 '지옥'을 맛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극장이 기피시설이 됐기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극장을 찾는 관객은 극단적으로 줄었다. 2월 4주차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3월 2주차엔 전국 극장의 관람객은 45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5년 동기 평균의 18%에 불과한 수치다. 이에 따라 전국 박스오피스 매출도 고꾸라졌다. 지난달 1일부터 3월 17일까지 724억원 남짓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3% 줄었다.  
 
곤두박질치는 영화 관람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곤두박질치는 영화 관람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황은 최악이지만 당장 해법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극장에 오라고 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극장 업계는 관계자는 “초기부터 좌석간 거리두기 등을 해왔지만 권고가 나온만큼 협의를 거쳐 일부 지역 극장 운영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 주변 상권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2018년 CJ CGV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 방문 시 관객은 평균 5만6000원을 지출하는데 이 중 4만원을 인근 식당·상점·카페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극장 관객이 사라지면서 주변 상권은 당분간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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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극장 손님이 없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영화 산업은 극장에서 발생한 매출의 분배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 관객 감소에 이미 제작된 작품도 개봉을 미루면서 영화 산업 생태계도 멈췄다. 설령 여름에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상영할 신작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는 추억의 명작 재개봉이나 화제작 다시 보기 같은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금방 한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극장 주변 상권 동반 ‘개점휴업’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제작과 개봉 일정이 불투명해 해외 블록버스터에 기댄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기대작이었던 ‘뮬란’(3월 27일 개봉 예정), ‘엑스맨: 뉴 뮤턴트’(4월 3일 예정), ‘블랙 위도우’ (5월 1일 예정), ‘분노의 질주’(5월 22일 예정) 등의 대형 신작은 이미 오는 5월 이후로 개봉이 연기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선 코로나 19로 영화·방송 관련 산업이 멈춰 최소 17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관객을 빨아들이는 ‘킬러 콘텐트’ 수급이 국내·외에서 중단되면서 극장의 고난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국내 극장업계 1위인 CJ CGV(2019년 기준 극장 수 168개)가 1분기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위 롯데시네마(130개) 3위 메가박스(102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멀티플렉스 계열이 아닌 단관 극장 106곳의 실적 악화는 말할 것도 없다.  
 
극장엔 당장 숨을 쉬게 할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정부 지원책은 전무하다. 익명을 원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한국 영화산업은 높은 부가가치와 고용 유발 효과 등으로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업이고, 방송ㆍ뮤지컬ㆍ음악ㆍ게임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영화 산업 밸류 체인의 중심인 극장에 대한 경영 안정화의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라 5월 1일 개봉 예정이었던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미국의 1·2위 극장 체인인 AMC와 리갈시네마를 비롯해 극장들이 무기한 영업 중단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라 5월 1일 개봉 예정이었던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미국의 1·2위 극장 체인인 AMC와 리갈시네마를 비롯해 극장들이 무기한 영업 중단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발전기금 한시 면제를” 

상영업계 요구사항은 “상황이 심각하니 항공·여행·공연 업에 준하는 지원을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경열 한국상영발전협회 전무는 “영화발전기금(티켓값의 3%) 한시 면제를 요청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하고 납부 유예에 그쳤다”며 “조금이라도 고정비를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또 “그동안 상영업계가 한국 영화의 성장과 내수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데도 위기 상황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라고 해도 대부분(약 60%) 근린상가에 임차료를 내고 입점해있다. 극장 고정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코로나 19사태에 극장 입주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도 정부에서 주는 혜택(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로 감면)을 받지 못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 혜택은 대상이 소상공인일 때만 받을 수 있다. 한국상영발전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이 대상을 공연장과 극장으로 확대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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