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 대통령 “기업 도산 막겠다” 100조 긴급수혈

중앙일보 2020.03.25 00:37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총 100조원 규모의 ‘기업 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총 100조원 규모의 ‘기업 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정부가 100조원을 시장에 쏟아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의 충격을 흡수하는 돈이다. 지난주 1차 회의 때의 지원 규모(50조원)를 두 배로 키우는 파격적인 대책이다. 직원 월급조차 주기 힘든 산업계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대기업까지 포함한 기업 지원 자금을 대폭 늘렸다. 출렁이는 금융시장에도 42조원을 긴급 투입한다.
 

비상경제회의, 투입액 2배로 확대
“기업 살리는 게 일자리 지키는 일”
기업 58조 금융시장 42조 공급
지원 대상에 대기업까지 포함

청와대 “면제·유예 대상 곧 결론”
산은, 기업 회사채 최대 80% 인수
채권안정펀드 20조, 증권엔 11조
대통령 “다음 회의선 생계지원 논의”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확정했다. 1차 회의 이후 5일 새 지원 규모가 두 배로 늘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대기업으로, 서비스업에서 제조업 등 주력산업으로 코로나19발 충격이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했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폭과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서둘러 대응하는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며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난만 해결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곳은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지원해 살려내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100조원 투입에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넘어 주력산업의 기업까지 확대하고, 비우량 기업과 우량 기업 모두를 촘촘하게 지원하는 긴급 자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4대 보험료·전기료 면제도 신속 조치 필요”
 
또한 “우리 기업을 지켜내기 위한 특단의 선제조치임과 동시에 기업을 살려 국민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대출·보증 등 기업 지원 자금을 58조3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기업 자금 지원 대상엔 중견·대기업도 포함했다. 100조원 중 나머지 42조원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자금이다. 약 20조원 규모를 생각했던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한다. 10조원 규모를 먼저 가동하고, 신속하게 10조원을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두 배로 늘었다. 4월부터 회사채와 금융채는 물론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도 매입해 단기자금 수요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증권시장안정펀드도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문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000억원에서 규모가 20배 늘어난 것”이라며 “개별 종목이 아니라 지수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안펀드는 다음 달 초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기업이 임직원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방법을 제안한 24일자 중앙일보 보도.

기업이 임직원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방법을 제안한 24일자 중앙일보 보도.

관련기사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최대 2조2000억원 규모로 시행키로 했다.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대기업의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80%까지 인수하는 방식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2013년 이후 7년 만의 부활이다.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사엔 5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증권금융 대출(2조5000억원)과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2조5000억원)을 통해 자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과거 금융위기 때 썼던 정책을 총망라해 ‘금융지원 4종 세트’(채안펀드, 증안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 증권사 유동성 지원)를 한꺼번에 내놓은 셈이다. 이날 대책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긴급한 곳에 신속히 투입돼 기업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무제한·무기한 돈 풀기에 나섰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기업이 망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런 측면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지원책에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전날 폭락을 딛고 8.6% 급등해 1600선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도 모처럼 만에 큰 폭으로 상승해 1249.6원을 기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로부터 고용 유지 지원금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 유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어려운 기업들과 국민께 힘이 될 수 있도록 4월부터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회의에서는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종합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4대 보험료 및 공과금 유예·면제와 관련,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유예 및 면제의 대상과 범위 등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해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오늘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원석·윤성민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