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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무릎 수술로 10년 더 살텐데···" 코로나에 아내 잃은 80세 사부곡

중앙일보 2020.03.25 00:37 종합 27면 지면보기

코로나에 아내 잃은 80세 사부곡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80세 노인 김씨(대구 북구)는 계속 흐느꼈다. 울음을 애써 참았지만 수화기 너머로 건너왔다. 희수(喜壽·77세)를 훌쩍 넘긴 어른도 짝을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김씨의 아내(77)는 이달 1일 새벽에 숨졌다. 아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896번 확진자다.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이 번호로 불린다. 김씨는 창졸간에 53년 해로한 아내를 잃었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새벽에 습관처럼 아내한테 간다
아내 침대가 텅 비었다 제대로
치료 못 받고 보낸 게 너무 원통
아내 옷은 정리하되 사진은 간직”

김씨는 기자와 통화한 23일 새벽에도 일찍 눈을 떴다. 습관처럼 안방 문을 열었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남편을 맞아주던 아내의 침대가 텅 비어 있다. 김씨는 우두커니 빈방 앞에서 한창 서 있었다. 이날 새벽만 그런 게 아니다. 24일에도, 22일에도 그랬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수시로 안방 문을 열어본다. 노부부 둘 다 허리가 좋지 않아 침대 생활을 하느라 각방을 썼다고 한다. 항상 김씨가 새벽에 먼저 깨서 아내의 방문을 열어봤다고 한다. 23일 새벽 김씨는 안방에서 아내가 입었던 옷가지를 바라보았다. 상당량의 옷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지만 아직 남은 게 있었다. 사진을 어루만졌다. 남은 옷은 정리하려 하지만 사진은 그대로 두려고 한다.
 
그의 아내는 감기 증세가 있어서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열이 내리지 않았고 입맛을 잃었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 지난달 29일 밤 증세가 심해져 구급차를 불러 대구의료원으로 갔다. 하지만 두 시간가량 기다렸지만 진료를 받지 못했다. 구급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구급차가 파티마병원으로 향했고 차 안에서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차 안에서 벌써 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도착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1시간여 지나 1일 새벽 1시께 숨졌다. 응급실 대기실에 있는데 의사가 사망 사실을 전해줬다. 아내는 사후에 코로나19 확진이 됐다. 아들이 와서 뒤처리했고 이튿날 아내는 화장장으로 향했다. 김씨는 자가격리 돼 아내의 마지막 길을 지키지 못했다.
 
김씨는 하도 경황이 없어서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못했다. 구급차 안에서 숨이 가빠져서 맥을 잡느라 손을 잡아준 게 마지막이다.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119구급대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의 한 요양병원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후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뉴스1]

“10년 전 일을 그만둘 때까지 40여년 간 고생만 시켰어요. 집사람이 농사일(소작농사)·미싱공 등 험한 일을 다 했어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낮에 농사, 밤에 미싱을 돌렸지요. 미싱 일을 끝낸 뒤 자정이 넘도록 채소를 다듬어서 다음날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8년 전에 척추 수술, 6년 전에 간암 수술을 받았어요. 지난해 7월 무릎 수술을 받고 이제 지팡이 짚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을 당했네요. 의사가 수술 한 번 더 하면 허리가 좋아질 거라고 했는데, 너무 원통합니다.”
 
김씨는 “우한 폐렴이 아니었으면 10년은 거뜬히 더 살았을 텐데”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그는 “중국 입국자만 막았다면, 대구의료원에서 2시간 허비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내가 떠난 다음 날 김씨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일 입원 치료를 받고 21일 퇴원했다. 그는 “입원해보니 집사람보다 나이 많거나 더 안 좋은 사람도 항생제 맞히고, 산소마스크를 끼우니 차차 좋아지더라. 집사람을 너무 허무하게 보냈다. 진작 병원에 갔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가 띵하다. 살려고 억지로 밥을 먹긴 하는데, 맘이 허전해서 입맛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아내의 유골을 안장한 납골당에 가지 않았다. 김씨는 “마음이 정리되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날이 언제 올 것 같으냐.”(기자)
 
“….”(김씨)
 
김씨는 퇴원 후 집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동사무소 직원이 라면 등을 가져왔을 때 김씨가 문을 열었더니 화들짝 놀라는 걸 보고 나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자식들도 오지 말라고 했다.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 봐서다. 교회에도 안 간다. 그는 “집사람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이웃집 아들이 무사히 군대 갔다 오길 기도할 정도였다. 천국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구 수성구 조모(79)씨도 3일 갑자기 코로나19 사망자가 됐다. 그의 아내(73)도 확진자가 돼 코로나19와 사투 중이다. 그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다행히 호전돼 23일 일반병실로 옮겼다. 조씨의 장남은 “어머니도 자식들도 아직도 충격이 너무 크다. 어머니의 상처가 클 텐데, 혹시라도 더 힘들게 할까 봐 아버지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어머니가 좋은 생각만 하도록 유도한다. 음악을 전공하는 손자의 연주 영상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한다.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17명이 숨졌다. 최근 일주일 새 약 40명이 숨졌다. 125명의 사망자(24일 오후 7시 기준) 중 65세 이상 노인이 105명이다. 이들이 떠나고 배우자가 홀로 남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40~60년 해로한 부부가 갑자기 홀로 남았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어르신들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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