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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선거기술자, 시뮬레이션 그리고 위성정당

중앙일보 2020.03.25 00:35 종합 24면 지면보기
고정애 정치에디터

고정애 정치에디터

다시금 배신의 분루(憤淚)를 삼키고 있을지 모를 노정객 김종인의 저서(『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여러 번 나오는 문구다. “정치는 1+1=2가 아니다. 1+1은 3이 되고 4가 되기도 하지만 1+1은 그냥 1이 되어버리는 영역도 정치다.”
 

결국 위성정당 두 개 둔 민주당
위성 원내교섭단체 가능할 수도
정당방어라더니 과잉방어한 꼴
‘민주’적이지 않은 민주당 자초

김종인 자신은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민주통합당의 20대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그런데 스스로 “나는 선거기술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유권자의 마음을 샀다는 취지다.
 
비슷한 말을 또 들었다. 18일 관훈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4+1’(汎與)의 일원으로 선거법을 통과시켰으나 민주당으로부터 위성정당 창당이란 뒤통수를 맞았다.
 
“물론 (선거) 전략을 짤 때 여론조사도 중요하고 또 계산기도 중요하지만 표는 국민이 주는 것이고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수시로 주고받는 경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믿고 행동할까? 글쎄다.
 
총선까지 20여 일인 지금 여의도엔 선거기술자와 계산기만 넘쳐난다. 비례정당이 그 뿌리가 되고 있다. 사실 게임의 룰(선거법)을 완력으로 처리했을 때 불거질 여파였다. 미래통합당은 “괴물법을 만든 세력에 맞서기 위해”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미래한국당이 보일 20석 가까운 우위를,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선전으로 보완 가능하다고 믿었다. 호남에서 싹쓸이가 가능한 구조여서다. 지난 총선에선 28석 중 3석만 얻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다.
 
위기의식에 민주당의 ‘선거전략가’라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에 지지(40%로 가정)가 그대로 이전된다면 이 정당이 19석을 획득할 것이란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미래한국당(39%, 18석)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위성정당의 논거였다. 겸연쩍었는지 자신들의 위성정당을 ‘플랫폼 정당’이라고 불렀다. 군소 정당도 함께한다고 치장했다. 통상 정치 용어로 플랫폼은 공약·정견을 뜻한다. ‘파티 플랫폼’은 정강이다. 이들은 어순을 바꾸곤 플랫폼을 ‘사용자 기반 서비스’로 해석했다. 그러곤 진보 진영을 거칠게 헤집고 다녔다. 이들이 지나쳐간 자리엔 반목이 남았다.
 
서소문포럼 3/25

서소문포럼 3/25

이들의 기술(또는 전략)이 의도대로 됐는지 미지수다. 미래한국당에 대항한 정당방위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론 과잉방위가 됐다. 졸지에 위성정당 둘을 거느리게 됐으니 말이다. 더불어시민당은 “우리는 미래한국당을 깨부수기 위한 민주당 위성정당”(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 열린민주당은 “형제 정당”(김의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을 자처한다. ‘야당 몫’ 공직 추천권을 위해 둘이 원내교섭단체(20석)도 만들 수 있다니 ‘위성 원내교섭단체’도 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원도 꿔준다는데 같은 혐의로 고발한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고발장이라도 회수했는지 궁금하다. 자신들도 수사받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겠다.
 
공천도 기이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좀 놓아달라”고 했지만 위성정당에선 조 전 장관을 조선 시대 개혁가 조광조의 반열로까지 높였다. 이런 사태의 책임자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유성룡(이해찬 민주당 대표)에 비유되고,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가 안중근 의사(김의겸)로 불렸다.
 
결과가 제일 중요할 터인데, 투표장 사정도 애매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표가 위성정당에 그대로 이전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노무현 탄핵’으로 열린우리당 광풍이 불던 17대 때 열린우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38%였지만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도 13%를 얻었다. 투표율이 46%에 불과했던 18대 때 통합민주당의 득표율은 25.2%였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오랫동안 그래도 민주적인 데가 있었다. 아니 그런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젠 ‘권력 쟁취 기계’가 된 듯하다. 특히 어느덧 당내의 패권을 장악한 친문(親文)들 말이다.
 
다시 김종인의 말이다. “19대 총선과 대선에선 정치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고 20대 총선에서는 정당이 변해가는 모습을 봤다”고 썼다. 전자가 박근혜라면 후자는 민주당 친문을 가리킨다. 그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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