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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생계도 흔들린다, 3월 실업급여 신규신청 3만명 증가

중앙일보 2020.03.25 00:31 종합 3면 지면보기
신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 16일 광주시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접수창구에서 신청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한 가운데 지난 16일 광주시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접수창구에서 신청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신규 실직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곳도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재원마저 바닥날 위험에 처했다.

실업은 경기 악화 다음에 나타나
2~3개월 뒤 최악의 실업난 우려
제주 지난해 3월 대비 91% 급증
대구 이동제한 풀리자 46% 늘어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초기에 실직자 폭증 추세를 보여 이 추세라면 최악의 실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고용노동청의 잠정 집계를 종합하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10만3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3만3500명)나 늘었다. 3월 말까지 10여 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실직자 증가세가 이 정도다. 이는 1월 한 달(31일) 동안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증가(3000명)보다 11배나 많다.

 
지역별로는 관광산업이 주를 이루는 제주와 강원에서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82% 불어났다. 부산도 45% 증가했고, 경기도에서 40% 늘었다. 서울은 전국 평균치를 조금 웃도는 34% 증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막대한 대구는 이달 19일 동안 11% 증가에 그쳤다. 겉으로는 양호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동제한 때문에 실업급여조차 신청을 못한 것이다. 그러다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46% 불어났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 증가자 현황

실업급여 신규 신청 증가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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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감소한 곳도 있다. 울산이다. 전년보다 -4%를 기록했다. 지역 고용 관계자는 “지난해 울산·경남 지역은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구조조정이 많이 발생해 올해 실직자가 준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이란 얘기다. 경남의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도 기저효과로 전년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앞으로다. 실업급여 신청 통계는 경제 후행 지수다. 경기가 나쁘다고 곧바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통상 2~3개월 뒤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지수라는 의미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이달 초·중순에 벌써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폭증한다는 것은 후행 지수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향후 실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업자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며 “자칫하면 사상 최악의 실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영세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중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곧바로 적용이 가능한 정책을 미리 준비해서 시행하는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직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도 위험하다. 현재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 배율은 법정 배율(1.5~2배)에 훨씬 못 미치는 0.4배에 불과하다. 총지출액 예상치 대비 여유자금이 3.3개월치뿐이라는 애기다. 훨씬 적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로 9조5158억원을 책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예산을 18% 증액했다”면서도 “이 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실업급여) 여력은 수급자가 40% 정도 증가하는 선”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실직자가 40% 넘게 불어나면 실업급여 고갈 사태로 지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 고용청 관계자는 “결국 실업급여를 주기 위한 추가 추경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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