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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보육원 봉사, 밤엔 n번방 박사…두 얼굴의 조주빈

중앙일보 2020.03.25 00:06 종합 8면 지면보기
미성년자 성착취 등의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된 조주빈이 인천의 한 봉사활동단체에서 활동하던 모습.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홈페이지 캡처]

미성년자 성착취 등의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된 조주빈이 인천의 한 봉사활동단체에서 활동하던 모습.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홈페이지 캡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주범 격인 조주빈(25·별명 박사)의 이중적 행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4일 조씨가 활동했던 인천시 계양구의 한 비정부기구(NGO) 봉사단체에 따르면 조주빈은 2017년 10월 자원봉사 모집공고를 보고 군대 동기와 함께 이 단체를 찾았다. 이후 한 달에 한 차례 장애인 시설과 미혼모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이후 발길을 끊었다가 1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장애인팀장으로서 지난해 11월에는 보육원 운동회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스스럼없이 뛰어노는 모습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조주빈은 총 57차례의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등록돼 있다. 이 봉사단체 관계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성실해 팀장을 맡길 수 있는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성범죄자로는 첫 신상공개
네이버 지식인 활동 “추행범 꼭 잡길”
군 동료 “외모·학벌 열등감 심했다”

그러나 이 단체 대표 A씨는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다시 돌아왔을 때 조주빈이 다리를 절뚝였는데 알고 보니 그사이에 키 늘리는 수술을 받은 거였다”며 “그때부터 이상했는데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채 휴대전화상으로 이상한 화면들을 자주 들여다봤다”고 기억했다. 키 키우는 수술을 받으며 잠적했던 2018년 12월께 n번방 범죄에 빠져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조주빈은 동료에게 “도청장치를 만들자”는 등의 얘기도 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이 학보에 기고한 글. [뉴스1]

‘텔레그램 성착취’ 조주빈이 학보에 기고한 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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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재 전문대 재학 시절엔 학보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대학 신문에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고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학교의 노력을 소개하는 기사도 썼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는 학보사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인터뷰한 경험 등도 종종 내세웠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활동했다. 성추행 문제로 고민하는 네티즌의 질문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범인을 꼭 잡으라”는 조언 글을 남겼다. 프로필에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출신인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식인 답변 끝에는 “(제 글을) 채택 부탁드린다”고 썼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 사건 개요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 사건 개요

서울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연 뒤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고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가 아닌 성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25일 오전 검찰에 송치할 때 그를 포토라인에 세워 얼굴도 공개할 방침이다.
 
조주빈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자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2016년 강원도 양구군의 육군 보병부대에서 조주빈과 군 생활을 함께했다는 B씨(24)는 “그는 외모와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조주빈이 작은 키를 무시하는 후임에게 화를 냈는데 사과해도 받지 않았고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는 것이다. ‘싸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 죽돌이’로 불릴 만큼 컴퓨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조주빈의 범행 수법에 대해 B씨는 “자살 게임(※2013~2017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흰긴수염고래 게임’)을 모방했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과제를 부여한 뒤 임무 완료 ‘인증샷’을 보내도록 하는 것인데 마지막 과제가 자살이다.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불가능하고 러시아에서만 130명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김민중·정은혜·심석용·남수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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