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시아나항공·두산중공업 등 대기업, 자금난 숨통 트일까

중앙일보 2020.03.24 17:37
정부는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금융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특히 기업의 '돈줄'인 회사채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대기업마저 자금을 마련할 창구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눈길을 끄는 건 지원 대상에 대기업이 포함됐다는 거다. 코로나19로 회사채, 단기자금 시장 등에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돈을 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 시행

실제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등이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하늘길이 대부분 끊긴 데다, 남은 노선의 여객 수요는 급감했고 고객의 여행 취소 문의까지 쇄도하면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산업은행의 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과 수주 부진, 코로나19 등이 맞물려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도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 두산중공업은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수출입은행에 요청한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BBB+)은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고, 두산중공업(BBB) 신용등급은 이미 하향 조정한 상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선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발행이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4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986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조7082억원)보다 30.2% 줄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는 우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한다. 금융회사 84곳이 출자로 이뤄지는 이 펀드는 투자의사결정기구를 통해 회사채와 우량기업의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에 투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채권시장의 신용 경색 완화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된 바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시행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도 도와주기로 했다. 기업이 만기 도래액의 20%를 자체 상환하고, 나머지 80%를 산업은행이 인수해 이를 채권은행 등과 신용보증기관에 파는 구조다. 기업의 상환 리스크(위험)를 줄여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박진애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서기관은 "기업 입장에선 채권은행과의 협의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회사채를 신속하게 발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안정지원펀드 지원 이전에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기업의 경우엔 산은과 기업은행이 CP, 전자단기사채 등을 2조원가량 매입한다. 
 

"국민 납득할 자구 노력 있어야 대기업 지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런 방안에도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국책은행의 대출 문도 열어놨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을 21조2000억원 규모로 설정하면서 대기업도 지원 대상에 넣은 거다. 다만 '자구 노력'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출 10%를 상환하고 90%를 만기 연장받는다든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국책은행이 대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처럼 "피를 말리는 자구 노력까지 요구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환영 "기업 자금난 숨통 틔울 것"

당장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회사채 인수 지원,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대출 지원 확대 등 정부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자금조달 방안을 담았다고 본다"며 "100조원의 재원이 긴급한 곳에 신속히 투입돼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제 위기가 심각하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 발표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CP·회사채 매입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조치가 나왔다"며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대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시점이 돼야 본격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