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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권고 따라 휴원한 학원에 '예방수칙 어겼다' 통보한 구청

중앙일보 2020.03.24 15:18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동작구 직원이 구내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동작구 직원이 구내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점검이 강화된 가운데, 일부 지자체의 점검이 졸속으로 진행돼 학원장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청 점검일 휴업했던 학원들
'소독 미실시'란 문자 받고 항의
구청 측 "단순 오류, 재조사하겠다"

24일 동작구청·동작관악교육지원청 및 해당 학원 등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학원이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동작구청 측이 실시한 현장 점검 결과 A씨가 운영하는 학원 내 실내 소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공문에 적힌 동작구청의 현장 점검일인 지난 11일 A씨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휴원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휴원했던 때다. 학원 문을 열지도 않았고 출근한 사람도 없어 점검 자체가 불가능했다. 
 

점검 않고 "예방수칙 위반" …학원 "휴원 권고 따랐는데"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학원장 A씨가 동작관악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예방수칙 위반' 문자. A씨는 당시 학원이 휴원 중이었다며 점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제공]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학원장 A씨가 동작관악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예방수칙 위반' 문자. A씨는 당시 학원이 휴원 중이었다며 점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제공]

현장 점검 결과를 받은 다음 날 A씨는 구청에 전화해 점검일에 휴원했던 사실을 알리며 항의했다. A씨에 따르면 점검을 담당한 구청 직원은 '점검한 결과를 통보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A씨의 항의가 거듭되자 구청 측은 "실제 점검은 4일에 이뤄졌는데, 공문에 잘못 적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4일에도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학원 문을 닫았었다.
 
이날 구청 측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해당 학원을 포함해 건물에 있는 학원 대부분이 휴원 상태였기 때문에 점검하지 못했다"면서 "점검을 나간 직원이 확인하지 못한 학원을 '소독 미실시'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구청 "단순 오류"…항의에 '소독 미실시'→'실시'

지난 20일 동작구청의 '코로나19 예방수칙 점검'에서 휴원 중이었던 학원이 수칙 위반 통지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학원 커뮤니티 사용자의 댓글. [학원장 커뮤니티 '학관노' 캡처]

지난 20일 동작구청의 '코로나19 예방수칙 점검'에서 휴원 중이었던 학원이 수칙 위반 통지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학원 커뮤니티 사용자의 댓글. [학원장 커뮤니티 '학관노' 캡처]

 
A씨와 주변 학원장들은 반발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에 '위생 불량' 낙인이 찍히는 건 학원에게는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권고에 따라 문을 닫았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의 점검에 헛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건물에 입주한 학원 중 6곳이 당시 휴원이었는데 '소독 미실시' 통보받은 곳은 3곳뿐이다. 그는 "구청이 정말로 휴원 학원을 확인한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게자는 "왜 휴원 학원 중에서도 일부만 '소독 미실시'로 분류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 오류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구청에 따르면 학원 등 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은 이달 초부터 구청 직원 80여명이 진행했다.  
 
동작구청은 지난 23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애초 '소독 미실시'로 통보했던 A씨의 학원 등 3곳을 '소독 실시'로 수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온 공문이라 믿고 그대로 통보했는데 '점검도 안 받았다'는 항의가 나와 당황하고 있다"며 "3곳 외에도 항의하는 학원이 더 있어 구청에 확인을 요청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원들 "구청 점검 믿을 수 있겠나"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역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역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동작구청은 24일부터 학원·PC방·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2328곳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다중이용시설 방역을 강조한 국무총리 담화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예방 수칙 미준수'로 통보된 180곳의 학원을 우선 확인해 오류를 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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