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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생각""청소년 원래 그래요"···'n번방' 다룬 법사위 인식

중앙일보 2020.03.24 12:25
사회적 공분을 낳고 있는 'n번방 사건'은 국회에서도 관련 방지법 논의가 있었다. 올 초 국회 청원 1호로 채택돼서다. 다만 방지법을 논의했던 3월 국회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따지기보다는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미성년자 등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을 만들어 비밀회원들로부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아 유포한 사건이다. 해당 영상은 2019년 2월 텔레그램과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졌다. 
 
국회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1월 15일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의 대응을 촉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구체적 요구사항은 텔레그램 해외서버 수사를 위한 경찰 국제 공조수사와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범죄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강한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이었다.  
 
2월 11일 국회 청원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청원 동의자 수가 10만 명을 넘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해당 청원을 국회 법사위에 회부했다. 법사위는 지난 3일 제1 소위 송기헌(더불어민주당) 법안소위원장이 해당 청원 1건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4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딥페이크(deepfakeㆍ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물) 제작ㆍ유통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런 말들이 오갔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기헌(소위원장)=“청원은 그렇게 되었고요. 두 번째 항부터. 이 안 자체가 다 딥페이크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김오수 법무부차관=“처벌 실익은 있습니다.”
▶김도읍 통합당 의원=“딥페이크 영상물, 촬영물 이게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안 됩니까?”
▶정점식 통합당 의원=“음화제조, 반포죄로 처벌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신종 범죄는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송기헌=“발전해서 실제 그 사람은 아닌데 합성을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성폭력범죄물처럼 취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성폭력범죄의 한 유형으로 해서 새로 처벌 유형을 만들자 이런 취지라는 거지요?”  
▶김오수 =“그렇습니다.”
▶김도읍=“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
▶백혜련 민주당 의원 =“새로운 시대 유형이에요. 이건 좀 필요해요.”
 
김오수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오수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이후 딥페이크 합성 영상물을 유포하지 않고 소유 또는 보관만 했을 경우도 처벌할지를 논의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반포할 목적이 아니어도 딥페이크를 통해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잖아요.”  
▶정점식=“(처벌 범위를) 이런 영상을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갈 거냐….”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거든요.”
▶김오수=“쉽게 말해 청소년들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하거든요.”
▶채이배=“그런데 배포할 목적이 아니어도 피해자 입장에선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받은 것 아니에요?”
 
논의 끝에 법사위는 단순 보관 및 영상을 소비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은 뺐다. 딥페이크 등을 제작ㆍ반포 등의 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처리했다. 법안은 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이버 성착취 피해자의 고통에 둔감한 국회는 반성해야 하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대 국회가 n번방 방지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긴급간담회를 열어 “총선을 치르고 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한이 있어도 ‘n번방 사건 재발 방지 3법(성적 촬영물 협박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행위 처벌, 불법 촬영물 방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을 임기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임윤선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아동음란물의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현일훈ㆍ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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