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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코로나19 피크 때 휴교 10만명당 218명까지 입원 줄여"

중앙일보 2020.03.24 11:48
일본 각지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휴교가 시작된 2일(현지시간)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휴교 중에도 집에서 머물기 어려운 한 학생이 교실에서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각지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휴교가 시작된 2일(현지시간)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휴교 중에도 집에서 머물기 어려운 한 학생이 교실에서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하게 확산했을 때 학교 문을 닫아야 할까.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학교 문을 닫은 가운데 싱가포르는 지난 23일 예정대로 개학했다.
일본은 지난 2일 시작된 전국 초·중·고교 일제 휴교를 연장하지 않고 다음 달 초 학교 문을 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다음 달 6일 개학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학생이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일찍 개학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학교 문을 닫는 것이 감염 차단에 훨씬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전체로 입원 72만 명까지 줄일 수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며 휴교령을 내리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D.C의 한 학교에서 10일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내놨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며 휴교령을 내리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D.C의 한 학교에서 10일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내놨다. [EPA=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 생의학데이터과학과 엘리자베스 친 교수를 비롯해 캘리포니아대, 하버드 의대 등의 연구팀은 최근 medRxiv(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이 절정에 달했을 때 학교 문을 닫을 경우 인구 10만 명당 최대 218명의 입원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델 분석을 통해 미국 전체 수준에서는 휴교를 통해 인구 10만명당 172~218명의 입원 환자를 줄일 수 있고, 각 카운티(County) 수준에서는 10만명당 88~280명의 입원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전체 인구를 3억3100만 명이라고 하면 최대 72만 명의 입원환자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휴교로 인해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을 경우 의료진 가운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에 따라 의료진 결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 결근율은 국가 수준에서는 7.5~8.6%, 카운티 수준에서는 2~18.6%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가나 카운티에서 학교 휴교 때 의료진을 포함한 전체 가정에 대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필요한 비용을 지불한다면 의료진이나 다른 직장인들의 결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를 휴교하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피크 전에 미리 휴교한 경우 효과 높아

지난 20일 미국 텍스사 주의 한 중학교. 그레그 아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학교와 식당, 체육관, 주점의 문을 닫도록 조치를 취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일 미국 텍스사 주의 한 중학교. 그레그 아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학교와 식당, 체육관, 주점의 문을 닫도록 조치를 취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미시건대 의대 하워드 마르켈 박사 등은 지난 2007년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라는 1918~191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pandemic) 때 미국 도시들의 비(非)약물적 대응(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결과를 소개했다.
 
이들은 미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인구 10만명이 넘는 66개 도시 중 사망자 수와 사망률 데이터가 있는 43개 도시(총인구 2300만명, 당시 미국 인구의 22%)를 골라 1918년 9월 8일부터 1919년 2월 22일까지 24주 동안 추세를 분석했고, 이를 다시 1910~1916년의 폐렴과 인플루엔자 사망률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또 각종 문헌과 신문 보도 등을 통해 각 도시가 인플루엔자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파악했다.
 
분석 결과, 43개 도시에서는 24주 동안 폐렴과 인플루엔자로 11만5340명이 추가 사망했는데, 이는 인구 10만 명당 평균 500명 수준이었다.
34개 도시에서는 집회 금지 등과 함께 학교 문도 닫았는데, 25개 도시는 한 차례, 14개 도시는 두 차례, 1개 도시는 세 차례 휴교했다.
각 도시는 0~15주 휴교했는데, 전체적으로 6주(중간값) 동안 휴교한 것이었다.
 
도시 가운데 피츠버그는 추가 사망자가 807명으로 가장 많았다.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에서 1918년 10월 4일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피츠버그시는 10월 24일에야 이행했고, 학교 문도 닫았다.
주 정부는 2주 뒤인 11월 2일 집회 금지 명령을 거둬들였을 정도로 피츠버그의 대응은 느렸다.
 
반면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서둘러 대응에 나섰고, 10주 동안 휴교와 집회 금지 조처를 한 덕분에 큰 피해를 면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추가 사망자는 358명으로 피츠버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내과의사이자 사회과학자인 미국 예일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박사는 지난 1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휴교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약물적 대처방안"이라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와 교사 등의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만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휴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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