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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야 1년 연기"…올림픽, 내년 9월 퇴임 직전 아베에 꽃길

중앙일보 2020.03.24 11:05
올 여름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의 개최 연기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일본의 산케이 신문이 24일 "최대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연기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정부 고관의 발언을 전했다. 
  

1년 연기시 아베 내년 9월 퇴임 직전 개최
2013년 직접 유치한 아베 손으로 마무리
정치적 업적 없는 아베에 '꽃길' 될 듯
"취소 막으려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
트럼프 "도쿄 올림픽 1000% 지지"
영국 존슨 '엄지 척'으로 아베 지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 고관은 "올림픽은 연기될 것이고,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연기는) 길어야 1년 정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도 "올림픽 개최를 1년 정도 연기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인 2021년 9월까지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현행 당 규칙을 바꿔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물론 제로는 아니다. 하지만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합쳐 이미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의 자리에 오른 아베 총리는 “4연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만약 올림픽이 1년 연기돼 내년 같은 시기에 개최되고, 그해 9월 자신이 예정대로 퇴임한다면 아베 총리에겐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꽃길이 될 수 있다.
 
2013년 자신이 직접 유치했던 올림픽을 임기 만료 직전에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그에겐 ‘정치적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헌법 개정,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영토 협상 등 아베 총리의 업적으로 기록될 만한 시도들이 모두 좌초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실제로 남은 카드는 '올림픽 성공 개최'뿐이다. 
 
올림픽 마저 취소된다면 '아무런 정치적 유산 없이 자리에만 오래 있었던 총리'로만 기억될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와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사회에 ‘올림픽 연기 대세론'이 조성된 것과 관련해 "올림픽이 취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아베 총리가 치밀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밀월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십분 활용했다. 지난 13일 전화 회담에서 트럼프로부터 "도쿄올림픽 개최를 1000% 지지한다. 어쨌든 일본에서 열어달라. 경기장도 훌륭하다"는 말을 이끌어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올림픽 취소는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이어 16일 G7(주요7개국) 전화 정상회담에서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자신이 직접 짜낸 이 표현은 “연기는 받아들이되 무관중 경기나 취소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엄지를 들며 힘을 실어줬고, 나머지 정상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 전화 회담 뒤 주변에 “연기는 어쩔 수 없지만, ‘올림픽을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분위기는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IOC까지 움직이면서 사실상 올림픽 연기가 확정됐다.  
  
하지만 요미우리 신문은 "연기를 결정할 권한은 IOC에 있고, (1년 연기) 등 연기 시기와 관련해 아베 총리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1년 연기의 경우 내년 여름으로 잡혀있는 육상·수영 세계선수권대회와의 일정 조정, 올림픽 관련 시설 재확보, 폐회 뒤 아파트로 분양될 예정인 선수촌 문제 등이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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