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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대하던 아일라축제마저… 코로나에 날아간 휴가

중앙일보 2020.03.24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61) 

매년 5월,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섬에서 열리는 ‘아일라 위스키 축제(Fèis Ìle)’가 취소됐다. 지난 18일(스코틀랜드 현지 시각), 아일라 위스키 축제 준비위원회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0년 아일라 위스키 축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측은 “섬 주민과 지역 사업자,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파트너 증류소와 오랜 토론을 거쳤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내년에 열릴 ‘Fèis Ìle 2021’에서 당신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일라 위스키 축제 2020 취소 공지. [사진 Fèis Ìle 공식 인스타그램]

아일라 위스키 축제 2020 취소 공지. [사진 Fèis Ìle 공식 인스타그램]

 
아일라 위스키 축제는 전 세계 위스키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다. 스코틀랜드 서부의 작은 섬, 아일라 섬에는 축제 기간 수천 명의 위스키 팬이 다녀간다. 아일라 섬 위스키 증류소들은 이 기간에 맞춰 이벤트를 연다. 또 특별한 한정판 위스키를 축제 한정으로 출시한다. 일반 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제품이 많아서, 위스키 마니아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왔다.
 
아일라 섬 킬호만(Kilchoman) 증류소의 2013년 아일라 위스키 축제 한정 보틀. [사진 김대영]

아일라 섬 킬호만(Kilchoman) 증류소의 2013년 아일라 위스키 축제 한정 보틀. [사진 김대영]

 
아일라 섬 증류소 외에도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의 투어프로그램이 취소되고, 방문객 센터가 잠겼다. 위스키 증류소 투어 프로그램과 방문객 센터는 증류소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과 한정판 위스키는 위스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위스키를 사랑해서 증류소까지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증류소의 매력을 소개하는 훌륭한 홍보수단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위스키 팬과 위스키 증류소의 만남의 장을 막아버렸다.
 
스코틀랜드뿐만이 아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정부 성명을 통해 "호텔 바(bar)를 포함해 모든 펍(Pub) 등 주점에 오늘 저녁부터 최소한 이달 29일까지 폐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에서는 트위터를 통한 ‘펍 닫기 운동(CloseThePubs)’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켄터키 주의 버번위스키 증류소들도 방문객 센터를 닫았다. 뉴욕 주는 지난 15일, 뉴욕 시내 식당, 주점, 카페에 대한 영업을 ‘테이크아웃’과 ‘배달’로 한정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펍에서 술을 즐기는 아일랜드 사람들. [EPA=연합뉴스 ]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펍에서 술을 즐기는 아일랜드 사람들. [EPA=연합뉴스 ]

 
5월 말, 아일라 위스키 축제에 갈 예정이었다. 작년에 비행기 표도 미리 사뒀다. 위스키 증류소 투어 스케줄을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아일라 섬으로 향하는 배편을 예약하고, 어떤 렌터카를 빌릴지 고민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2020년의 5월은 아일라 섬의 피트향에 푹 파묻히고 싶었다. 이제 모든 일정은 날아갔다. 전 세계 위스키 업계, 위스키 팬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하루라도 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위스키 생산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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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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