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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아냥 듣던 시진핑 전세역전…中 CCTV 독차지했다

중앙일보 2020.03.24 10:46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리커창(李克强) 총리 뒤에 숨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초기인 지난 1월 말 나온 이 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한동안 보이지 않는 걸 한껏 비꼬았다.
 

초기 “리커창 총리 뒤에 숨었나” 비아냥 듣다가
코로나 극복 과정 통해 1인 집권 더욱 강화

CCTV-1 뉴스서 다른 지도자 모습 사라지고
시진핑 혼자 저녁 7시 뉴스 헤드라인 차지

고위 인사 결정서도 시 주석 입김 더욱 커져
후베이성, 상하이, 산둥성 고위직에 측근 발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우한을 찾아 여전히 집에 갇혀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우한을 찾아 여전히 집에 갇혀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일각에선 시 주석이 코로나 사태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현재 시진핑의 1인 집권 체제는 코로나 사태를 딛고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국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모습이 중앙텔레비전(CCTV) 채널 1의 저녁 7시 뉴스에서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우한의 진인탄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리커창 중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우한의 진인탄 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홍콩 명보(明報)의 칼럼니스트 쑨자예(孫嘉業)에 따르면 중국은 신종 코로나 관련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여섯 번 했다. 한데 1월 25일 춘절(春節, 설) 당일의 회의를 TV 뉴스에서 보여준 걸 말고는 나머지 회의 모두를 화면 없이 문자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런 가운데 시 주석은 여전히 저녁 7시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대응소조 조장을 맡은 리커창 총리도 그 첫 회의를 주재할 때 빼고는 TV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자오러지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는 신종 코로나 사태 기간 중국의 저녁 7시 CCTV 뉴스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 시진핑 주석과의 불화설이 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인 자오러지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는 신종 코로나 사태 기간 중국의 저녁 7시 CCTV 뉴스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 시진핑 주석과의 불화설이 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이제까진 저녁 7시 TV 뉴스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동정을 서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개했다. 이어 밤 10시 뉴스를 이용해 다른 정치국 위원 등 중요 인사의 소식을 전해왔는데 이게 코로나 사태 이후 깨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서열 6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와 7위인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의 경우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로지 시진핑 주석 한 사람만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
 
2020 세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는 한정 중국 상무 부총리. 한정도 신종 코로나 사태 기간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저녁 7시 CCTV 뉴스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처]

2020 세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는 한정 중국 상무 부총리. 한정도 신종 코로나 사태 기간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저녁 7시 CCTV 뉴스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처]

 
고위층 임면과 관련한 인사 결정권에서도 시 주석의 영향력은 더 세졌다. 고위 간부 인사는 25명의 정치국 위원이 참여하는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토론해 결정해 왔다. 정치국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그런데 이 같은 절차가 코로나 사태 이후 이젠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로 대체됐다. 신종 코로나 초기 대처에 실패한 후베이(湖北)성과 우한(武漢)시의 당 지도부를 문책하면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최근 고위 인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시진핑 주석은 후베이성 당서기를 문책성으로 교체한 뒤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잉융 전 상하이 시장을 임명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시진핑 주석은 후베이성 당서기를 문책성으로 교체한 뒤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잉융 전 상하이 시장을 임명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25명 회의가 7명 회의로 축소됨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과 발언권은 더 커졌다고 명보는 풀이했다. 인사 내용 자체가 강화된 시 주석의 파워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 주석은 새로운 후베이성 당서기로 자신의 측근인 잉융(應用) 전 상하이 시장을 앉혔다.
 
그리고 잉융의 상하이 시장 자리에는 역시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파벌로 통하는 올해 60세의 궁정(龔正) 전 산둥(山東)성 성장을 발탁했다. 궁정은 23일 상하이 대리 시장으로 임명됐다. 시간이 흐르면 ‘대리’를 떼고 정식으로 상하이 시장에 오르게 된다.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파벌로 통하는 올해 60세의 궁정 전 산둥성 성장이 23일 상하시 대리시장에 임명됐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파벌로 통하는 올해 60세의 궁정 전 산둥성 성장이 23일 상하시 대리시장에 임명됐다. [중국 신경보망 캡처]

 
궁정에 대한 인사가 주목받는 건 상하이가 베이징 다음가는 요지인 데다 주룽지(朱鎔基)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상하이가 아닌 외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사가 상하이 시장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궁정의 이동으로 비게 된 산둥성 성장으로는 역시 저장성 인맥인 55세의 자오이더(趙一德) 전 허베이성 당 부서기가 임명됐다. 저장성 파벌은 시 주석의 푸젠(福建)성 시절 부하, 칭화(淸華)대 동창 등과 함께 ‘시진핑의 사람들’을 구성하는 3대 인맥 중 하나다.
 
23일 궁정이 상하이 대리시장으로 임명되며 비게 된 산둥성 성장에는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파벌 인물인 자오이더 전 허베이성 부서기가 발탁돼 시 주석의 강화된 영향력을 보여줬다. [중국 바이두 캡처]

23일 궁정이 상하이 대리시장으로 임명되며 비게 된 산둥성 성장에는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파벌 인물인 자오이더 전 허베이성 부서기가 발탁돼 시 주석의 강화된 영향력을 보여줬다. [중국 바이두 캡처]

 
저장성 파벌엔 시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천민얼(陳敏尔) 충칭(重慶) 당서기와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 황쿤밍(黃坤明) 당 선전부장, 천이신(陳一新) 당 정법위원회 비서장 등이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라 잠시 모습을 감추며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던 시진핑 주석이 이제 역병을 물리친 지도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1인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선 조만간 “시진핑 은덕에 감사하자”는 감은론(感恩論)이 다시 거론될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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