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컷오프돼 무소속 출마하는 여야 중진, 신인 노리나

중앙일보 2020.03.24 07:00
4.15 총선의 정치 신인이 공천배제(컷오프)된 중진의 사냥감으로 전락할까. 
 
더불어민주당ㆍ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이나 대선주자급 인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면서 공교롭게 여성 또는 정치 신인과 대결을 하게 돼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영남권 대폭 물갈이로 인한 무소속 출마가 많은 통합당에서 이런 경우가 잦다.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지역구를 옮겨 신인 지역에 도전한 경우다. 그는 당초 고향(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시도했지만, "수도권 험지에 나가라"는 공관위 요청에 경남 험지(양산을)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공관위가 결국 공천배제를 택하자 홍 전 대표는 지역구를 아예 바꾸어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역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다.   
 
자신의 원래 지역구에서 무소속 출마하는 의원 역시 상당수가 신인과 맞붙는다. 정태옥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는 대구 북갑의 통합당 후보는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이다. 구미갑에서도 총선 신인인 구자근 전 경북도의원이 경선 끝에 후보로 확정됐지만, 컷오프된 백승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또 컷오프된 이현재 의원(하남) 역시 정치신인(이창근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공천받은 자신의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북구갑에서 컷오프된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북구갑에서 컷오프된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지 못한 김재경(진주을)ㆍ김규환(대구 동을)ㆍ김석기(경주) 의원 역시 출마하게 되면 신인과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진주을에는 도의원 출신 40대인 강민국 예비후보가, 대구 동을에는 강대식 전 대구 동구청장이 출마한다. 경주에도 도의원 출신 박병훈 예비후보가 처음으로 총선 도전장을 냈다. 
 
무소속 출마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민주당에서는 민병두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는 서울 동대문을에서 장경태 청년위원장과 대결을 벌인다.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이 무소속 출마를 예고한 서울 금천 역시 신인인 최기상 전 판사가 출마한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차동욱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정치학 전공)는 “다선을 하며 혜택 입은 사람들이 당선 가능한 지역, 정치신인이 있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반면 "다선이라고 마녀사냥처럼 무조건 아웃시킨 다음에 출마 기회마저 주지 않는 건 전체주의적 사고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게 더 합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9일 오전 심재철 원내대표, 최고위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공천 불복과 무소속 출마는 분열과 패배의 씨앗"이라고 밝혔다. [뉴스1]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9일 오전 심재철 원내대표, 최고위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공천 불복과 무소속 출마는 분열과 패배의 씨앗"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와 관련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첫 회의에서 “무소속 출마, 표 갈라먹기의 유혹을 내려놔야 한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공천 결과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왜 그 심정을 모르겠냐”면서도 “그렇다고 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 일부 현역은 불출마로 선회하기도 한다.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창원 마산합포)은 이날 “일방적 컷오프를 당했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3선을 한 자신의 원래 지역구(영양-영덕-봉화-울진)에서 컷오프당하자 포항 남ㆍ울릉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강석호 의원 역시 불출마를 검토 중이다.
 
한영익ㆍ박현주 기자 hany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